[세로도시] 고밀개발 명암 해운대 Lct…"환경영향평가 사각지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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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0-08-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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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통영향평가법 개정됐지만, 환경영향평가법 그대로

  • 고밀·복합개발 시 일조장애 여부 등 사각지대 곳곳에

  • "도시 망치면 다시 되돌릴수 없어…관련법 정비 시급"

"말도 마이소. 저것(Lct) 때문에 (오전에는) 아예 해가 안 든다 아입니꺼. 겨울에는 거의 해가 없습니더."(해운대롯데캐슬비치 거주자 이모씨)

"빌딩 사이 바람이 어찌나 심한지 간판이 떨어질 정도라예. 서울에 이런 걸 짓는답니꺼? 그라지 말라 하이소."(해운대 해수욕장 일대 A음식점 사장)

고밀개발 선례를 남긴 해운대 Lct 인근 주민들은 일조권과 빌딩풍 등 고층 건물로 인한 주변 환경 피해를 호소했다. 졸속으로 진행된 교통·환경영향평가 탓이다.

문제는 서울시가 역세권 고밀·복합개발을 추진키로 한 상황에서 여전히 관련법상 사각지대가 남아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관련 문제를 인지하고 개선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시 해운대구 Lct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전경.[사진 = 김재환 기자]

23일 방문한 부산시 해운대구 Lct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장관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이 주는 파노라마뷰는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경험이다.

하지만 사방이 탁 트인 전율은 주변 주민들의 턱 막힌 숨통을 대가로 얻은 것이었다. 부산시에 따르면 Lct가 만든 그늘은 단지로부터 반경 최대 500m에 이른다.

부산 2호선 해운대역 앞부터 중동역까지 드리우는 거리다. 실제로 전망대에서 내려와 보니 고층 빌딩으로 인한 고충을 호소하는 주민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삼성콘도맨션(최고 13층 114가구) 거주자 이모씨(84)는 "바닷가라 습한데, 여름 오후에도 지는 해만 들어온다"며 "최근 홍수 이후 도통 물이 마르지 않아 힘들었다"고 했다.

오후 2시경 인근 거리공원에서 만난 해운대롯데캐슬비치아파트 거주자 김모씨(63)도 "주변이 아파트로 둘러싸여서 지금 시간에도 Lct 창에 반사된 빛만 들어오는 식이다"고 말했다.

교통도 문제다. 부산시는 교통체증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말 Lct 인근 교통량을 정밀 측정하고 개선책을 마련키로 했다. Lct 사업 당시 교통영향평가 자체가 생략됐기 때문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당시 법률상 교통과 환경 두 가지 모두 평가 대상이 아니었기에 일조권과 빌딩풍 영향과 교통체증 문제 등이 정밀하게 검증되지 않았던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0~2011년 인허가 당시만 해도 환경영향평가법이 없었고, 교통영향평가는 현행법처럼 연면적이 아니라 부지면적을 기준으로 심사 여부를 결정했다.

즉, 작은 부지에 초고층 빌딩을 짓는 방식이었던 Lct는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모른 채 최고 101층 411m, 882가구 규모로 완성된 셈이다.

교통·환경영향평가를 받았다면 신규 입주민과 고층 건물로 인한 교통량 변화뿐 아니라 일조 장애 여부, 빌딩풍·온실가스·토지환경·오·폐수 영향 등이 검토됐어야 했다.

Lct 맞은편 상가 음식점 테라스에서 바라본 창가 풍경. 본래 바다가 보여야 할 자리는 고층 건물로 꽉 들어찼다.[사진 = 김재환 기자 ]

문제는 이후 'Lct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교통영향평가법이 개정됐지만, 환경영향평가법은 여전히 연면적 10만㎡ 미만 건축물을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점이다.

8·4 주택공급방안에 따라 서울 역세권 소규모 준주거용지 용적률을 최대 700%까지 허용하고 공공청사 위에 주거 건물을 짓는 등 고밀개발하면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앞서 마포구 합정동 384-1번지 일대 8694㎡ 부지에 용적률 399%를 받아  지하 6층~지상 37층 198가구로 지은 마포한강푸르지오 1차 주상복합 연면적도 7만3357㎡에 불과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통영향은 현행법상 촘촘히 분석하게 돼 있지만, 환경영향평가의 경우 앞으로 대상에서 벗어난 사례가 많을 수 있을 듯하다"며 "개선책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자문과 함께 익명을 요구한 B공공기관 교통·환경영향평가 전문가는 "서울에 주택이 부족하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고밀개발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사람이 살기 어려운 도시로 만든 후에는 되돌릴 수가 없기에 관련법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운대에서 중동역으로 가는 길에 있는 공원이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다.[사진 = 김재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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