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방위적인 공세에 맞설 화웨이 '다음 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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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20-08-2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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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생태계 확대 '박차'...하보커지에 이어 훙투산리 설립

  • 다음 카드는 탄소 반도체칩?..."美 제재 피할 수 있어"

  • 화웨이 숨통 죄는 美...화웨이 38개 자회사 블랙리스트에 추가

 

[그래픽=아주경제]

"(화웨이가) 죽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게 전화를 건다고 해도 받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외신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할 때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은 이같이 밝히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화웨이는 미국의 전방위 공세에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는 듯했지만, 다시금 자신감을 보이며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자세로 위기 극복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화웨이, 반도체 생태계 확대 '가속페달'

미국의 제재로 부품 공급 난관에 봉착한 화웨이는 미국 기술을 배제한 완전 자급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속도를 올리는 모양새다.

17일 중국 경제매체 증권시보는 기업 정보 플랫폼 톈옌차를 인용해 화웨이가 선전시자금지도기금과 공동으로 투자한 선전시 훙투산리사모펀드투자기금(이하 훙투산리)이 이날 설립됐다고 보도했다.

등록 정보에 따르면 훙투산리 자본금은 6억 위안(약 1027억원)이다. 최대 주주는 선전시자금지도기금으로, 훙투산리 지분 49%를 보유했다. 2대 주주인 화웨이는 1억9000만 위안을 들여 지분 31.67%를 확보했다. 아울러 화웨이의 창업투자회사인 하보커지도 1000만 위안으로 지분 1.67%를 사들였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 최대 투자업체인 선촹터우가 훙투산리의 '관리자'를 도맡으면서 화웨이와 손잡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화웨이가 선촹터우와 협력해 새로운 기금을 설립했다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고 증권시보가 전했다. 선촹터우는 올해 7월 기준 1131개 기업에 투자했으며 투자 기업 가운데 167곳은 전 세계 16개 자본 시장에 상장한 상태다.

아직까지 훙투산리의 투자 현황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현재 추세로 봐서는 반도체 산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훙투산리에 앞서 화웨이는 이미 지난해부터 하보커지를 통해 반도체 기업 투자에 박차를 가해왔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하던 지난해 4월 하보커지를 설립했다. 하보커지가 설립된 지 약 1년간 투자한 기업만 14곳. 모두 중국 반도체 회사다. 이들은 화웨이 '반도체 자립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화웨이, 다음 카드는 '탄소 반도체칩'?..."美 제재 피할 수 있어"

화웨이가 반도체 자급자족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서 현재로선 미국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카드가 '탄소 반도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펑롄마오(彭練矛) 중국과학원 원사는 최근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서방 국가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현 수준에서 더이상 업그레이드할 수 없다"면서 "화웨이는 아예 새로운 '우회로'인 탄소 반도체 칩을 개발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소 반도체란 금속의 결합 형태를 조작해 신물질을 합성한 것이다. 이를 활용하면 집적도가 현재의 실리콘 반도체보다 1만배 이상 높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 제작이 가능하다.

펑 원사는 "현재 탄소 반도체를 만들기엔 재료의 특성과 광학 기술의 어려움이 있다"며 "하지만 실리콘 반도체와 설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아예 탄소 반도체로 전향, 실리콘 반도체에 제한된 미국의 제재를 피해 새로운 기회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국 탄소 반도체 기술의 연구·개발(R&D) 수준은 선진 국가와 비교해 전혀 뒤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다"며 "미국의 제재가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다"고 자신했다.

아울러 중국 전문가들은 화웨이가 내부적으로 공개한 '난니완(南泥灣) 프로젝트'와 '타산(塔山) 프로젝트'도 화웨이의 자급화 속도를 올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중국 경제일간지 매일경제신문은 전했다.

난니완 프로젝트와 타산 프로젝트는 미국에 대한 의존 없이 완전한 기술 자급화를 실현하는 게 목표다. 난니완 프로젝트는 미국 기술이 들어간 부품을 사용하지 않는 프로젝트다. 타산 프로젝트의 경우 반도체 기술 독립 프로젝트로 설계자동화(EDA), 소재의 생산제조, 디자인, 반도체 제조, 패키징 테스트 등 반도체 생산 관련 공정 체제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화웨이 숨통 죄는 美...화웨이 38개 자회사 블랙리스트에 추가
 
화웨이가 반도체 자급자족에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는 최근 들어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더 높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이 아닌 제3국을 통해 부품을 사고팔 수 있는 '우회로'까지 차단하고 나섰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와 화웨이의 21개국 38개 자회사들이 미국 소프트웨어·기술을 이용해 생산된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로운 제재안을 발표했다. 조치는 즉각 효력을 발휘한다. 이로써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오른 화웨이 계열사는 152개로 늘었다.

이는 앞서 5월에 내놓은 화웨이 제재안을 더 확대한 것이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이번 조치가 5월 제재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회사는 구매자, 중간 수취자, 최종 사용자 등의 역할을 할 때마다 관련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사실상 미국산 기술 및 부품을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길을 막은 셈이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 NXP반도체, STM반도체 등 아시아와 유럽 주요 반도체 회사들 역시 화웨이에 납품을 계속하기 위해 라이선스가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사실상 화웨이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와 거래가 중단된 이후 대안으로 찾은 대만 미디어텍과도 거래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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