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윽박'서 시작된 대북전단 규제 강화…韓, 非인권국 낙인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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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8-1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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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부 '인권탄압' 논란에도 "사무검사·등록요건 점검 계획 확대"

  • 내주 사회·문화 분야 등록법인 109개 대상 사무조사 공문 발송

  • 백악관 前 고위관료, 청와대에 '인권탄압 중단' 항의 서한 보내

한국이 비(非)인권국으로 낙인찍힐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대북전단·물품 살포 규제를 두고 북한이탈주민(탈북민) 단체에 대한 인권 탄압이라는 주장이 거세지면서다.

지난 6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북 전단 비난 담화 발표 이후 정부는 전단 살포 규제에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그 결과 탈북민 단체인 큰샘과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비영리 법인 등록 허가 취소 처분이 내려졌다. 또 이를 계기로 통일부 등록법인에 대한 사무검사, 비영리 민간단체의 등록요건 점검이 전면적으로 실시됐다.

탈북민 단체 등 북한인권단체들은 통일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인권탄압’이라고 사무검사 및 점검 철회를 촉구했다. 또 통일부의 사무검사에 대응하고자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런데도 통일부는 등록법인에 대한 사무검사 의지를 더욱 강력하게 내세우며 북한인권단체들과 대립하고 있다.
 

지난 6월 22일 밤 경기 파주에서 탈북단체가 보낸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이 23일 홍천군 서면 마곡리 인근 야산에 떨어져 경찰이 수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통일부 “사무검사 계획 확대···회계 감사도 포함”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12일 등록법인에 대한 사무검사를 북한 인권 및 탈북민 정착 지원 분야에서 사회·문화 분야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 대변인은 “사무검사 범위를 넓혀 나갈 것”이라며 “분야별로 5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통일부는 내주 사회·문화 분야 비영리 법인 433개 중 109개 법인을 대상으로 향후 사무조사 일정 등에 관한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또 비영리 민간단체 180개의 등록요건 점검을 위한 작업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사무검사 대상으로 선정된 109개 법인은 최근 3년간 법인 운영 상황 평가 결과 보고 등이 미흡한 곳이다.

여 대변인은 “정관 목적 사업과 단체 운영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회계상 비위 여부가 있다면 당연히 포함될 것”이라며 “(회계) 비리가 발견된다면 응당한 조치가 있을 것이지만 현 단계에서 가정을 전제로 무엇을 할 것이라고 말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북한 인권단체에서 국제협력 업무를 담당했던 전수미 변호사는 지난 3일 단체 간부들이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 등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유흥업소에 쓰거나 개인 경조사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폭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한편 대북전단·물품을 살포한 탈북민단체의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성용 부장판사)가 큰샘이 통일부로 상대로 낸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이날 인용했기 때문이다.

법원의 인용으로 통일부가 큰샘에 내린 법인설립 허가취소 처분 효력은 판결선고일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된다. 
 

지난 6월 18일 오전 탈북자단체 사단법인 큰샘 관계자들이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한 공원에서 같은 달 21일 북으로 보낼 쌀을 페트병에 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제사회·美 조야서 ‘北인권단체 탄압’ 비판↑
통일부의 북한인권단체 관리 강화 논란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제기됐다. 

통일부를 향한 국제사회의 ‘인권탄압’ 비판은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인터뷰를 기점으로 거세졌다.

킨타나 보고관은 지난달 21일 통일부의 법인 설립 허가 취소 및 사무검사 추진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하며 우리 정부에 배경 설명을 요청했다. 이에 통일부는 킨타나 보고관과의 화상 면담을 진행했고, 이후 유엔 측이 정부의 입장을 “잘 이해하게 됐다”며 사의를 표명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그러나 킨타나 보고관이 통일부 발표 하루 만에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단체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 관련 우려를 다루는 의미 있는 대화를 하기 전까지 모든 조치를 중단하라는 것이 나의 권고”라며 정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이에 더해 미국 백악관에서 근무했던 전직 고위 관료들이 ‘북한 인권단체 탄압을 중단해달라’는 항의 서한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당국과 민간에서도 통일부의 북한인권단체 관리 강화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셈이다. 

국제사회의 비판을 인식한 통일부의 외신기자 대상 ‘프레스 투어’도 문제가 됐다.

전날 통일부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 외신기자 45여 명(30여 개 매체)을 데리고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물품 살포 현장인 인천 강화 석모도 현장을 찾았다. 이를 두고 통일부가 국제사회가 우려를 잠재우고자 외신을 대상으로 ‘여론전’을 펼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접경지역을 비롯해 전국이 수해를 입은 상황에서 정부 기관이 ‘프레스 투어’를 진행,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는 쓴소리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 답사를 희망하는 외신기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예전부터 계획했던 행사”라며 “전국 수해 상황 때문에 연기할까도 고민했지만, 현지(석모도) 기상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지난달 30일 기자단에 공지된 일정에 따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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