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법 개정에 징벌적 과징금까지…피멍 드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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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임애신·윤정훈·전환욱 기자
입력 2020-07-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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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상 삼성 겨냥한 보험업법 개정안, SPC에 유례없는 647억원 부과한 공정위…

  • 사회적 통념 넘어선 징벌적 응징 곤란…기업 경영 활동 위축시키고 내수 침체로 직결될 수도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정부와 여당의 대기업 규제 기조가 나날이 강화되면서, 국내 업체들이 점차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정 기업의 개혁을 겨냥한 개정안이 발의되는가 하면, 유례없는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되는 등 업체들의 경영 의욕을 꺾는 규제 방안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어서다. 이는 당정이 대기업을 상생의 대상이 아닌 '적(敵)'으로 간주하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가뜩이나 국내 기업들은 올 들어 글로벌 경기 침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대내외적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당정이 기업의 과실, 위법 행위 등을 단죄할 수는 있지만, 처벌 강도가 사회적 통념을 넘어선 징벌적 응징이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같은 처벌이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보다는 기업 자체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이는 곧 장기적 측면에서 내수 침체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사실상 삼성 겨냥한 보험업법 개정안

29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 저승사자'라 불리며 대기업 규제 선봉장에 서 있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른바 '삼성생명법'이라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지난달 대표 발의했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회사가 보유한 계열사의 유가증권 비율이 총자산계의 3%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단, 유가증권 산정 시 평가기준은 취득원가를 적용한다. 공정가액을 기준으로 하는 다른 금융권과 차이가 있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의 유가증권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자산총계의 3%가 넘는 계열사 주식은 처분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박 의원은 지난 20대 국회 당시 "현행 보험업법의 혜택을 받는 보험회사가 딱 두 개다. 바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라며 "오직 삼성 일가에게만 이익이 된다. 그걸 금융위원회가 보험업 감독규정으로 숨겨놨다"고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사실상 보험업법 개정안이 삼성의 지배 구조를 겨냥했음을 자인한 셈이다. 삼성생명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보통주 중 8.51%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 취득원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5000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시장가격 기준으로 평가되면 이 주식의 가치는 약 24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삼성생명 자산총계의 7.97%에 이른다. 박 의원의 개정안 통과 시, 상당 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 SPC에 유례없는 647억원 징벌적 과징금 부과한 공정위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SPC 계열회사가 삼립을 장기간 부당 지원한 행위에 시정명령과 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그룹 회장과 조상호 전 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이사를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총수 2세들이 지분을 보유한 SPC삼립(삼립)을 7년간 부당 지원했다는 혐의로,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SPC 계열사가 삼립에 부당 지원한 규모는 414억원이며, 총수 2세들이 SPC 경영 승계를 위해 그룹 내 실질적 지주회사인 파리크라상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공정위 기업집단국 측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총수 2세가 보유한 삼립의 지분 가치를 높여 파리크라상 주식과 교환하는 수법을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삼립이 중간 유통 업체로서 그룹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음에도, 계열사들이 원치 않는 원재료들을 사들였다는 지적이다. SPC그룹이 통행세 거래가 부당 행위인지 알면서도 이를 지속했다는 것이다.

이에 SPC 측은 삼립은 총수 일가 지분이 적고 상장회사이므로 승계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총수가 의사결정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는 것을 충분히 소명했는데도 과도한 처분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업계 역시 공정위 측 주장에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반응이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이번 사안에 대해 '경영 승계' 목적이라는 전제를 정해놓고, '끼워 맞추기식' 주장을 펼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목적의 경우, 개인 지분이 높은 비상장 계열사를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기업집단국의 성과 주의에 따른 무리한 조치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기업집단국은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지원 등을 규율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5개과로 구성된 한시 조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벌 사냥꾼 역할을 하는 기업집단국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기업들을 강하게 밀어붙인다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이는 사실을 왜곡하는 무리한 조사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 코로나, 강화된 환경 규제로 이중고 겪는 산업계

산업계 전반도 올해 코로나19 사태, 강화된 환경 규제로 인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업계는 친환경으로 방향은 공감하지만, 정부가 속도 조절을 통해서 기업이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5개사를 대상으로 '환경규제 기업부담 실태와 정책 지원과제'를 조사한 결과, 기업 76%가 현재 환경규제 부담 수준이 '높다'고 답했다.

가장 부담되는 환경규제로는 △화학물질 관리 18.4% △대기 총량규제 16.1% △대기 농도규제 15.1% △화학물질 등록·평가 13.1% △폐기물 관리 11.8% △통합환경관리 7.9% △자원순환관리 7.2% △미세먼지 저감조치 6.6% 등 순으로 조사됐다.

대기관리권역법은 올해 4월부터 시행됐다. 사업장별 오염물질 총량규제 대상을 기존의 수도권에서 중부권·남부권·동남권으로 확대했다. 대기환경보전법은 올해 대기오염물질 농도 기준을 지난해 대비 평균 30%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개정됐다.

신규 화학물질과 연간 1t 이상 제조·수입·판매하는 기존 화학물질을 매년 당국에 보고하고 등록 절차를 거치도록 한 화통법도 지난해 1500여개에서 1만6000종으로 대폭 확대됐다.

화학 업계 한 관계자는 "환경규제의 주요 대상이 대기업·중견기업인데 정부 지원 대상은 중소기업에 한정됐다"며 "환경 관련 산업체에 대한 지원책은 많은데 비해 일반 제조업은 지원책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도 "올해부터 화관법의 시설 안전기준 확대 적용, 대기 총량규제의 전국적 확대, 대기 농도규제의 전년대비 30% 강화 등 여러 환경규제가 시행돼서 기업들이 규제 수준이 높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악의적 의도를 갖고 시장 경제를 어지럽히는 수준이 아니라면, 당정이 징벌적 규제보다는 자발적 참여를 이끄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올바르다"며 "국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 과도한 징벌까지 잇따른다면, 기업들은 더 이상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경영 활동에 나서지 않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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