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트럼프 '광인 전략'의 맹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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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중국경제실 부연구위원
입력 2020-07-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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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했을 때만 해도 미·중 갈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과 홍콩 국가안전법 제정으로 미·중 갈등은 오히려 증폭됐다. 미·중 갈등의 양상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트럼프의 ‘광인 전략(madman strategy)’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트럼프의 조언자이자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피터 나바로는 그의 저서 <웅크린 호랑이(Crouching Tiger)>에서 광인 전략을 실행한 대표적인 인물로 마오쩌둥을 언급했다. 중국이 미국과의 게임에서 계산된 불합리성을 내세운 광인 전략을 편다면, 실제로는 합리적인 결과를 가져갈 것으로 봤다. 아마도 피터 나바로는 중국 견제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광인 전략을 취할 것을 조언했을지도 모른다.

광인 전략을 ‘광인’과 ‘전략’으로 나눠 살펴보면, 우선 광인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예측 불가능한 광인과 불합리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광인이 그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그간 모습은 첫 번째 광인에 가깝다. 2016년 4월 대선 캠페인에서 '예측할 수 없는 미국(Unpredictable America)'을 선언한 이후 해보고 안 되면 말고 식의 정책 결정을 반복하고 있다.

대중(對中) 정책에서는 두 번째 광인에 가까운 모습이다. 중국을 미국의 입맛에 맞도록 바꾸기 위해서 본인의 피해도 불사하겠다는 모습을 지속해서 보인다. 중국과의 관세 전쟁과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박탈이 그 예이다.

전략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이나 행동 계획을 말한다. 목적성이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펴고 있는 전략의 목적은 무엇일까. ‘미국의 입맛에 맞게’란 무엇을 말하는가. 아마도 이러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광인 전략은 미국과 같은 강대국이 세계를 상대로 채택할 만한 전략이 아니다. 혼란과 불안전성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들은 미국의 목적을 이해하기 쉽지 않고, 미국의 리드를 따라가기 힘들다. 미국은 무모한 광인임과 동시에 신뢰할 만한 리더가 될 수 없다.

과거 닉슨 대통령은 베트남전에서 조속한 미군 철수를 위해 광인 전략을 편 것으로 유명하다. 베트남전은 그의 임기 초 3년 반 동안 이어지며 막대한 희생자를 낳았다. 닉슨의 광인 전략의 실패 원인은 말로는 어떠한 조치도 취할 것처럼 하고 실제로는 강력한 조치가 뒤따르지 못했다는 데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의 경험에서 배운 것이 없을까. 트럼프의 광인 전략에도 상대를 제압할 강력한 일격을 가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이는 두 가지 점에서 미·중 갈등을 증폭하고 있다. 첫째는 미국이 어디까지 참을 수 있는지 그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중국이 다양한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남중국해의 군사도발과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이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앞으로도 중국은 이 정도 수준의 도발을 계속할 수 있다.

둘째, 강력한 조치를 상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대중 제재 선택지도 한계에 다다랐다. 그간 미국의 추가 관세 압력에 중국은 경제 분야에서 일부 양보해왔다. 또한 미국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침체된 자국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는 대중 경제제재를 확대하는 것도 더는 쉽지 않다.

따라서 향후 미국의 대중 제재는 중국의 인권 문제와 공산당 제재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주 미국은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와 관련해 11개 중국기업을 수출통제 리스트에 추가했다.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도 이뤄졌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제재가 추가 관세보다 중국정부가 더 받아들이기 곤란한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다가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미·중 간에 서로에 대한 강력한 한 방 없이 상대방 눈치를 살피며 치고받는 치킨게임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중국경제실 부연구위원 [사진=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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