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유통 산업 下] 이념 논리는 그만…이제는 족쇄 풀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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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20-07-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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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의 역학 구도부터 살펴봐야…규제형 법안보다 소상공인 자생력 키울 수 있는 보완책 마련 절실

  • 마트의 경우 일부 규제라도 풀어야…해외 사례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국내 경제의 주요 지탱 축인 유통 산업이 오프라인 채널의 침체와 함께 벼랑 끝 위기에 몰렸다. 최근 수년간 유통가의 전반적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한 이유도 있지만,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유통 산업에 직접적인 족쇄로 작용한 탓이다. 이들 간의 대립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질적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이 같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 위기의 중심에는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이 자리한다. 유통 산업의 발전 및 진흥 도모, 건전한 상거래 질서 확립, 소상공인 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제정된 이 법은 원래 취지가 훼손된 채 역설적으로 현재 오프라인 업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법으로 작용하고 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잃어버린 10년…"'유통산업발전법'은 누구를 위한 법?"
(中) 소비자에게 피해 고스란히 전가…소비 '선택권'도 박탈
(下) 이념 논리는 그만…이제는 족쇄 풀 때

#. "유통법 개정으로 지난 10년간 유통 시장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국회가 이념 논리를 앞세우지 말고, 전향적 시각으로 현실을 반영한 법 개정에 나섰으면 좋겠다. 모두의 불편을 가중시키는 족쇄를 이제는 풀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유통법이 시장의 흐름을 전혀 담지 못한 시대착오적 규제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10여년간 규제만으로도 유통 업계에 충분히 고통을 줬는데, 여기에 추가 규제를 더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시장을 고사시키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업계는 규제에 앞서 시장의 역학 구도를 면밀히 살펴볼 것을 주문한다. 10년 전 유통시장은 그야말로 대형마트가 호황을 누리던 시기였고, 전통시장의 위축이 점차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이후 10년간 유통 시장은 대기업 대 소상공인이 아닌, 오프라인 대 온라인으로 틀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고,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언택트(Untact·비대면) 시대 도래 등 다변화되는 외부 환경까지 마주하고 있다. 단순히 표심을 고려한 법 개정이 이뤄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

28일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10년간 대형마트 규제로 지역 상권이 살아났다고 보는가? 오히려 함께 침체됐다"며 "현재 찬반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유통법 개정은 사실상 실패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정연승 한국마케팅관리학회장(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도 "현재 유통 시장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온라인 흐름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국회는 직시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 규제만으로도 오프라인 유통 업계는 충분히 위태롭다. 추가 규제가 현실화된다면 유통 산업 전체의 침체기가 더욱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규제만이라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면적 개정이 쉽지 않다면, 이미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확실히 증명된 사안들만이라도 제한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연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돌발 상황 발생 시 정부에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달라는 요청문을 보낸 바 있다. 대형마트 휴업일에는 온라인 배송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이커머스 업체의 경우 휴무에 관계없이 배송이 자유롭다. 일종의 불공정 경쟁인 셈이다.

이마저도 쉽지 않다면 대형마트의 경우 월 2회 규제 요일을 굳이 일요일이 아닌, 평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고려해달라는 의견도 나온다.

서용구 교수는 "월 2회 휴업이 일요일이 아닌 평일에 이뤄질 경우 마트의 손실 폭도 확실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평일과 주말 중 언제 방문이 더 쉽겠는가. 평일 휴업은 소비자 편의를 증진시키는 데도 효과가 있으리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 업체 관계자 역시 "전면적 규제 철폐를 바라지도 않는다. 휴일이 평일로만 바뀌어도 조금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열린 '대한민국 동행세일'에도 공교롭게 마트는 2번이나 일요일 휴무가 겹쳐 이에 따른 후광효과를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 오히려 정부가 추진하는 세일 기간에 왜 휴무에 들어가냐며 항의하는 고객도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해외 사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이미 1992년 이래 모든 주의 일요일 영업을 허용하고 있다.

또 프랑스는 소상공인 보호 차원에서 매장 면적을 300㎡로 제한했다가 2008년부터 1000㎡로 완화했다. 아울러 2017년부터는 일요일 영업을 연간 5일에서 12일로 크게 늘렸다. 우리와 환경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점포 면적, 휴업일수 등을 제한했지만, 2000년 이후 모든 규제를 철폐했다.

유통법의 본래 취지인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상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애초 유통법이 유통 산업의 발전 및 진흥 도모를 위해 개정됐다는 점, 또 시장이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가동된다는 점을 국회가 유념했으면 좋겠다"며 "대기업을 억누르는 방식의 규제는 단편·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소비자들의 반발을 초래한다.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규제를 가하기보다는 소상공인의 자생력을 높이고 콘텐츠를 지원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맛집이 있고, 거닐고 싶은 거리가 조성된 서울 광장시장, 통인시장 등에 젊은 수요층뿐만 아니라 외국인들까지 몰리는 이유를 생각해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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