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물 디커플링] 3개월 미뤄진 종합대책···중소기업·자영업자 도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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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0-07-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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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말 발표한 기안기금 8월 늦깎이 집행

  • 줄도산 현실화땐 금융 리스크 재발 우려

  • SPV 가동···정부 직접 지원책 확대 검토

[사진=청와대]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지난 2월 하순부터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큰 흔들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3월부터 매주 수십조원 규모의 금융·실물 경제 대응 종합대책을 발표해왔다. 그 결과 금융시장은 신속하게 진정된 반면, 실물경제를 떠받치는 일선 기업에서는 종합대책의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없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 강경한 정책 발표··· 위기의 금융시장 조기 진화

금융 전문가와 시장 관계자는 코로나19 금융위기의 분기점으로 지난 3월 하반기를 지목한다. 당시 증권사들은 거액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추가 증거금 요구(마진콜)를 받고서 신용경색 위기가 증폭됐다. 여신전문사도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차주의 취약함이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에 자금 조달이 급격히 어려워졌다.

그러나 정부가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상황은 빠르게 안정화됐다. 아울러 한은도 '한국형 양적완화'로 불리는 금융사에 대한 무제한 유동성 공급 정책을 천명하면서 시장 안정화에 힘을 보탰다.

당시 금융시장도 금융사의 위기 상황을 밀접하게 반영했다. 3월 한때 1280원을 넘겼던 원·달러 환율은 4월 이후 1220원 이하까지 떨어지며 안정을 되찾았다. 1500선을 하회했던 코스피지수도 1800~1900선까지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정부와 한은의 정책이 실제 집행되기 전부터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실제 무제한 유동성 공급 정책의 일환으로 한은이 진행한 금융사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결과 최근 3개월 동안 14조8000억원가량 낙찰되는 데 그쳤다. 앞서 위기에 놓였던 증권사·여전사의 사정이 급격히 개선된 결과 한은에 15조원 가량 유동성을 공급받는 데 그쳤다는 의미다.

◆283조원 지원책 중 19%만 정부 직접 집행··· 64% 지원책은 3개월 동안 지지부진

금융시장의 위기를 신속하게 진화한 정부가 실물경제의 위기는 손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3월 이후 정부는 금융시장에서 시선을 돌려 중소기업·자영업자 등에 주목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위축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자영업자의 도산이 시작되면 실물경제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4월 말까지 총 283조원에 달하는 지원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3개월 가까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도 제대로 집행된 정책이 사실상 많지 않다.

 

[사진=기획재정부 등]

4월 말까지 정부의 대책을 금융권에서 분석한 결과, 283조원의 지원책 중 납세기한 연장 등 간접지원 48조원(17%)을 제외하면 체감할 만한 지원책은 235조원에 해당한다. 이 중에서도 정부의 직접 지원에 해당하는 정책은 53조원으로 약 18.7%에 불과하다.

182조원(64.3%) 규모의 지원책은 채권시장안정펀드 및 기간산업안정기금 등 금융사·정책금융기관이 집행해야 하는 성격이다. 이에 해당하는 지원책은 정부 이외에도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탓에 정책 집행이 지지부진하다.

실제 정부가 9조7000억원의 재원을 직접 마련했던 긴급재난지원금은 지난 5월부터 모든 국민이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었다. 반면 이보다 더 앞서 발표됐던 채안펀드는 현재 1조5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집행하는 데 그쳤으며, 증안펀드는 아직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발표된 기안기금은 이달이 되어서야 코로나19 피해 기업의 신청을 접수하기 시작했다. 이후 심사 등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자금 집행은 다음 달에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4월에 발표된 정책이 8월부터 효과를 발휘하는 형국이다. 이렇다 보니 일선 기업들은 283조원에 이른다는 코로나 지원책의 효용성을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정책 집행 가속화하려는 정부··· 때 늦으면 금융시장에도 리스크 전이 우려

정부와 한은도 정책 집행 속도가 늦은 점을 십분 이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코로나 상황이 끝나고 원래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멍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후유증이 남지 않도록 조속히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금융기관이 연관된 정책 대부분이 실제 집행 속도가 가속화될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의 주문 이후에도 많은 정책들이 수많은 쟁점 사항을 점검하고 운용 기준을 마련하는 데 여전히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이에 최근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은 금융사를 배제한 직접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은과 산은은 지난 24일 저신용 등급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 특수목적기구(SPV)를 가동시켰다. 해당 SPV는 이미 5520억원 규모의 첫 매입을 시작했으며, 앞으로도 10조원 규모까지 회사채·CP를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정부가 더욱 속도를 내지 않는다면 한때 진화됐던 금융권에 다시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연쇄 부도가 시작된다면 금융권에도 '연체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금융권이 최근 중소기업·자영업자에 대출만기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의 3~6개월 추가 연장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우려와 연관이 깊다. 다만 유예 조치 연장은 리스크를 다소 연기하는 것에 불과할 뿐 결국 정부 정책 자금과 시중 유동성이 중소기업·자영업자에 공급돼 실물경제가 활성화돼야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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