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네 리뷰] 다시 돌아온 K-좀비…'반도', 이번엔 포스트 아포칼립스다

15일 개봉하는 연상호 감독 영화 '반도' [사진=NEW 제공]
 

4년 전 퍼진 좀비 바이러스로 대한민국은 폐허가 된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부산마저 공격당하고 남한은 하루 만에 국가 기능을 상실한다. 유엔은 한국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생존자를 위해 구조 계획을 발표하지만 이사국 간 의견이 엇갈린다. 그렇게 반도는 철저하게 고립된 폐허의 땅으로 전락한다.

정석(강동원 분)은 4년 전 벌어진 재난 사태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군인이다. 간신히 홍콩에 도착하지만, 가족을 잃고 무기력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유능한 군인이었던 정석은 홍콩 범죄조직으로부터 "반도에 지천으로 널린 달러를 홍콩으로 운반해달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정석과 마찬가지로 가족을 잃은 두 폐인처럼 살아가던 매형 철민(김도윤 분)은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정석도 마지못해 함께하기로 한다.

그러나 정석 일행은 반도에서 사고를 당해 좀비 떼에 죽임당할 위험에 처한다. 반도의 생존자 민정(이정현 분)과 그의 딸들은 위기에 처한 정석을 구한다. 정석은 4년 전 민정 가족의 부탁을 외면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죄책감에 그들을 반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

하지만 이들을 위협하는 건 좀비가 아닌 인간. 한때 민간인을 구출하던 631부대는 희망을 잃고 생존자들을 공격하는 무뢰배가 된다. 631부대는 정석과 민정 일행을 발견하고 그들의 탈출을 방해한다.

영화 '반도'는 지난 2016년 국내 '1000만 관객'을 동원하고 전 세계 'K-좀비' 열풍을 일으킨 '부산행'의 속편이다. 전편에 이어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2016년에 이어 올해도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전대미문의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부산행'으로부터 4년 뒤 모습을 그린다. '부산행'이 국내 최초 좀비 장르로 주목을 받았다면 '반도'는 국내 최초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 Apocalypse) 장르로 영화 팬들과 만난다. 세계 종말을 테마로 인류 문명이 거의 멸망한 뒤의 세계관 또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하나의 세계관을 운영하면서 별개의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는 점은 영화 팬들에게 아주 흥미로운 부분이다. '부산행'의 속성을 '반도'로 끌고 와 두 작품의 접점을 유지하고 완전히 다른 인물들을 등장시켜 독립적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안긴다. '부산행' '반도'의 접점과 변곡점을 발견해가는 것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부산행'이 KTX 열차라는 제한적 공간에서 좀비 떼를 타파하는 긴박감이 있었다면, '반도'는 탁 트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카체이싱과 총격전으로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폐허가 된 도시를 누비며 주변 지형과 좀비 떼 특성을 이용해 전투를 벌이는 정석 일행과 631부대는 전편보다 더 화려하고 전문적인 액션의 재미를 선물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야맹증·빠른 움직임 등 '부산행' 속 좀비 떼의 특성을 그대로 이어가 새로운 에피소드로 연결하는 지점이 흥미롭다. 조명탄, 폭죽 등을 이용해 상대를 위기에 빠트리기도 하고 반대로 위기를 모면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반도' 역시 좀비로 하여금 등장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에 주목한다. 희망을 잃은 인간들의 잔혹함과 폭력성을 부각해 '부산행'과는 또 다른 공포심을 자극한다. 631부대가 생존자를 대상으로 벌이는 '숨바꼭질'은 이 같은 공포 심리를 극단으로 끌어내는 장면 중 하나다. 가장 인상적인 비주얼을 자랑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캐릭터들도 매력적이다. '반도' 속 남성 캐릭터들이 과거에 묶여 있는 것에 반해 여성 캐릭터들은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줄 안다. 이러한 여성 캐릭터들이 주는 쾌감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더욱 짜릿한 재미를 준다. 강한 생존력을 가진 여성 캐릭터들과 이들의 활용법이 두드러진다.

'부산행' '염력' 등 연상호 감독의 작품 속 눈에 띄었던 악역의 바통을 이어받은 서 대위(구교환 분), 황 중사(김민재 분) 캐릭터도 눈여겨볼 만 하다.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가 캐릭터의 전형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한다.

연 감독이 "기존 좀비 영화와 달리 전 연령층이 즐길 수 있다"라며 자신한 만큼, '반도'는 고어적 요소를 배제하고 좀비를 미장센으로 활용한다. 좀비 영화 팬들을 위한 '서비스 컷'보다는 좀비 떼로 이미지적 충격과 아포칼립스적 배경에 충실하고자 한다. 특히 영화 말미에는 휴머니즘에 많은 공을 들이며 "희망을 말하고 싶었다"는 뜻을 완성시킨다. 직설적인 메시지는 '반도' 세계관으로 더 효과적으로 다가온다. 15일 개봉이고 러닝타임은 115분, 관람등급은 15세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