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보약 먹고 큰 그림 그리는 조원태 회장]①경영권 방어·자금 조달·구조조정 모두 잡는다

이성규 기자입력 : 2020-07-13 11:39
주주 연합 지분 희석 노리는 전략 한진칼 BW 발행 한진칼, 대한항공 증자에 참여...초과 청약으로 선방 기내식·기내 면세점 매각해 조현아 경영복귀 차단
[데일리동방] 대한항공은 그룹 경영권 분쟁과 기업 구조조정 중심에 있다. 향후 항로에 따라 그룹의 운명이 결정된다. 한진그룹은 과거 ‘한진해운 사태’의 뼈아픈 기억이 있다. 최근 채권단이 손을 내밀면서 반드시 생존해야 한다는 압박도 밀려온다. 조원태 회장은 당황하는 기색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상황에 최적화된 대응을 펼치고 있다. 경영능력 입증과 그룹 총수로서 입지를 다지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지 주목된다. [편집자]
 

[사진=한진그룹]

대한항공이 ‘알짜’로 꼽히는 기내식과 기내 면세점 매각을 추진하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경영 복귀를 완전히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주장이 나온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언급한 구조조정 원칙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와 채권단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만큼 어쩔 수 없는 결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활용해 경영권을 더 공고히 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알짜’로 꼽히는 기내식과 기내면세점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지난 4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 정부 기간산업안정기금 1조원을 지원 받은 데 따른 자구안 계획 중 하나다. 지원 조건은 2조원 이상 자본 확충이다. 이번 매각을 통해 약 1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앞서 추진한 송현동 용지 매각은 보류됐다. 서울시가 이 부지를 4671억원에 사들여 공원화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입찰자는 한 곳도 없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채권단과 약속을 지키는 과정에서 송현동 용지 매각이 어려워지자 기내식과 기내면세점 사업부 매각을 추진했다”며 “그룹 구조조정 방향과 엇갈리면서도 경영권 분쟁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는 “두 사업부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했기에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자금 조달과 조 전 부사장 경영 복귀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한항공 부채비율 추아(단위: %). 사진=나이스평가정보]

지난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현금흐름이 우수한 기내식과 기내면세점 사업부를 매각하는 것은 조 회장 발언과 상충한다. 이번 거래는 조 회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 추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성공한다면 그간 지속한 조 회장 경영 능력에 관한 의구심도 상쇄할 수 있다.

현재 대한항공 구조조정은 채권단이 주도하는 모습이다. 조 회장은 오히려 이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큰 틀에서 보면 한진칼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도 같은 맥락이다.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발판 마련하고 자금 조달도 하는 일거양득의 결과를 가져왔다.

이 연구원은 “현재 한진그룹이 내리는 모든 결정이 중대한 사안인 만큼 경영권을 지키면서 자금을 확충하는 방안을 고심했을 것”이라며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정상화한다면 그 자체로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것인 만큼 조 회장에게 큰 기회”라고 분석했다.
 

[대한항공 회사채 만기 기준 규모 현황(단위: 억원). 사진=금융투자협회]

한진칼이 BW 발행에 실패했다면 대한항공 유상증자도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대한항공은 지난 9~10일 1조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위한 청약을 진행했다. 그 결과 발행 예정인 신주(7936만5079) 대비 97.4%에 해당하는 주문이 몰렸다. 우리사주조합은 배정된 물량(20%, 1587만3015주)에 68.7%(1091만주)만 참여했는데, 최대 주주인 한진칼과 여타 주주들이 초과 청약에 나선 결과다.

한편 대한항공은 임원들이 신주인수권(유상증자)과 기존 보유 주식을 매도했다고 지난 6일 공시했다. 당시 시장 해석은 임원들이 증자 참여에 부정적이라는 의견과 우리사주 청약을 준비하기 위한 자금 마련이라는 두 가지 의견으로 갈렸다. 신주인수권만 포기했다면 현금화 목적인 만큼 전자에 해당하지만, 일부 임원들이 주식까지 시장에 내놓으면서 후자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리사주가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율은 1.46%(138만주)에 불과하다. 이를 고려하면 비록 배정된 물량은 완벽히 소화하진 못했지만, 임직원들은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역으로 보면 이번 청약 결과를 ‘흥행’이라 판단하긴 어렵다. 일반 주주 참여는 부진한 탓이다. 대한항공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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