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반도 운전자] ①출구 없는 외교에도 '초지일관' 文대통령..."정책 수정 없다"

박경은 기자입력 : 2020-07-13 08:00
"미·중·일·러 어딜 돌아봐도"...文정부 외교 '고립무원' 미·중 갈등에 운신 폭 좁아져...日과는 일촉즉발 상황 靑 외교안보 2기 출범..."대북정책 밀고 나가겠단 뜻" "외교 환경 개선보다 남북 관계 회복이 급선무 아냐"
한국의 미·중·일·러 4강 외교가 꽉 막힌 모양새다. 올해로 집권 4년 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는 어느덧 임기 마지막 해를 바라보고 있지만, 미·중·일·러 4강 중심 외교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 3년간 정부 최대 업적으로 여겨진 남북 관계도 파탄 났다. 비핵화 협상 교착에 이골이 난 북한은 지난달 16일 개성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돌연 폭파했다.

이 가운데 청와대가 인적 쇄신을 단행, 일각에서는 정부가 외교 정책을 수정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기존 외교안보 라인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인사를 중용, 임기 말까지 '초지일관'의 자세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래픽=아주경제 편집팀]


◆"미·중·일·러 어딜 돌아봐도"...文정부 '고립무원'

12일 외교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9월 미국과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협상에 돌입한 지 10개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11차 SMA 협상 타결에 따른 방위비 총액이 올해 1월 1일부터 적용됐어야 하는 만큼 협정 공백이 7개월째 이어진 셈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7~9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계기에도 11차 SMA 협상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비건 부장관과의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 이후 진행한 약식 기자회견에서 "당면한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양측은 가급적 조속한 시일 내에 상호 수용 가능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미·중 갈등 속 대중(對中) 외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은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를 고리로 2차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과 연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일정을 조율 중인 정부로서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처럼 미·중이 대립하는 이슈에 있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양측 사이에 끼인 처지로 운신의 폭이 좁다.

이외에도 반중(反中) 경제블록으로 알려진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참여 문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확대 방안 등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좁아든 입지에 연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한·일 관계도 녹록지 않다. 양국은 내달 폭풍전야를 앞뒀다. 다음 달 4일 국내에 압류된 일본 전범기업 자산 매각(현금화) 가능 시점이 도래하고 지난해 11월 23일 조건부 연장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만료 시점을 앞둔 탓이다.

일본 정부 측에서는 자국 기업의 자산 현금화가 이뤄지면 여러 경제 보복을 감행할 것이라고 예고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전망된다.

올해로 수교 30주년을 맞은 러시아와도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교류가 끊겼다.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올해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계획한 행사를 대부분 취소했다.

앞서 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10월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연방상원의장의 방한 계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한국 방문을 공식 초청했지만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신임 국정원장에 민생당 박지원 전 의원(왼쪽)을 내정했다. 국가안보실장은 서훈 국정원장(가운데)을 임명했다. 신임 통일부 장관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오른쪽)을 내정했다. [사진=연합뉴스]


◆靑 외교안보 2기 출범..."남북 관계 회복 급선무 아냐"

미·중·일·러 4강 외교가 잘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외교안보 2기를 출범했지만, 지난 3년의 정책 방향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북 정책에 초점을 맞춘 인사로 풀이되면서 북한의 몽니에도 대북 유화 정책을 끝까지 밀고 나가겠다는 정부의 의사 표현으로 읽힌다.

정부 관계자 역시 "이번 인사를 보면서 '초지일관'이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외교소식통 또한 "남북 관계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의도"라고 판단했다. 다만 "한반도 정세를 고려할 때 성과를 내기는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이 같은 기조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외교소식통은 "전체적으로 우리 외교 환경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면서 "남북 관계 회복이 급선무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새로 내정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내정자,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 등 모두 남북 관계를 전문으로 해온 인사들이다. 결국 대미(對美)·대중 외교 운전대는 누가 잡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 소식통은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후임으로는 외교에 경험과 경륜을 갖춘 인사가 갔어야 한다. 그래야 전체 균형이 맞지 않겠느냐"며 "북한 문제를 남북 관계로만 풀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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