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기부하고 빚만 남긴 채 퇴장한 박원순…시민운동 '든든한 맏형' 남아

한지연 기자입력 : 2020-07-12 10:35
시민운동, 인권변호 활동하며 가계 자산 모두 처분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밝혀..."자녀 교육 남들보다 못해줘 미안"

11일 경남 창녕군 박원순팬클럽사무실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창녕분향소에서 시민이 조문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평생을 시민운동가, 인권변호사로 일해 온 박원순 시장은 늘 '마이너스 인생'이었다.

박 시장이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뒤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신고는 마이너스 3억원이다. 변호사로, 시민운동가로 이름을 알린 터라 그가 공개한 '낯선' 가계상황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서울시장에 당선 된 뒤에는 형편이 좀 나아지나 싶더니 그의 빚은 2013년 마이너스 6억8601만원으로 되레 늘었다. 이후 2014년부터 최근까지 마이너스 5~7억원대의 빚을 유지하고 있다.

올 초 박 시장이 마지막으로 신고한 재산은 마이너스 6억9091만원. 시장 재임 9년간 공개된 박 시장의 재산순위는 만년 꼴찌였다.

박 시장은 본인 이름으로 된 고향 창녕의 토지(7500만원)와 3700만원의 예금을 남겼다. 반면 채무는 8억4000만원에 달했다. 박 시장의 이름으로 된 빚은 4억5000만원으로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대부분이었다.

자동차는 아내 강난희씨 이름으로 된 2014년식 제네시스(배기량 2800cc)가 전부다. 그 전까지 소유하던 2005년식 체어맨(배기량 2799cc)은 폐차 처리됐다.

박 시장은 서울대 법대를 나와 변호사가 된 뒤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다. 그는 변호사 시절번 돈으로 이태원 청화아파트(184㎡)와 주택 등 부동산을 취득했다. 이후 시민활동가로 들어서면서 재산을 모두 처분했다.

부동산은 그가 초대이사장을 지낸 역사문제연구소 건물 부지를 마련하는데 사용했다. 이 부동산의 가치를 현재 기준으로 환산하면 수십억원에 달한다.

1996년에는 참여연대 사무처장일에 집중하기 위해 간간히 수임하던 변호사일도 접었다. 부인 강난희씨가 1999년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P&P디자인' 인테리어 회사를 차렸다. 그가 서울시장에 출마해 선거를 치르면서, 또 박 시장 당선 후 강씨가 사업을 급하게 처분하면서 빚은 더 늘었다.

월급외에 특별한 수입이 없는 박 시장은 3선을 하는 동안 당내 경선비용, 선거를 위한 캠프 사무실 임대료, 인건비, 특별당비 등으로 채무를 줄이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그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 한국여성단체연합, 해외 비영리단체 등에 꾸준히 기부를 해왔다. 각종 기부활동으로 1989년 이후 박 시장이 사회에 환원한 돈은 32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 시장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내내 가족에게 미안함을 표현했다. 또 시장 직을 그만 둔 뒤에는 다양한 강연활동을 통해 빚을 갚고, 가족들과 더 잘 살겠다는 의지를 사석에서 종종 표현하기도 했다.

그가 생전 미리 쓴 유언장에선 가족에 대한 마음이 담겼다. 박 시장은 "제대로 남길 재산 하나 없이 무슨 유언인가 하고 나 자신이 자괴감을 가지고 있음을 고백한다"면서 "유산은커녕 생전에도 너희의 양육과 교육에서 남들만큼 못한 점에 오히려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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