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원장 “‘한류의 뿌리’ 전통문화, 세계에 더 알리고 지켜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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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0-07-0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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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 김태훈 원장 취임 100일 인터뷰

  • BTS 슈가 ‘대취타‘ㆍ블랙핑크 ‘한복의상‘ 공연

  • 세계에 한국 전통문화 품은 ‘K팝의 힘‘ 보여줘

  • 공예 대중화 추진...공공 디자인 개방에도 앞장

지난 3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집무실에서 만난 김태훈 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방탄소년단(BTS) 슈가의 ‘대취타’와 블랙핑크의 한복 무대 의상은 굉장히 고무적입니다. 세계적인 한류와 전통문화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죠.”

지난 3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집무실에서 만난 김태훈 원장은 BTS 슈가와 블랙핑크 이야기를 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한국 전통문화를 품은 케이팝(K-pop)은 더욱 또렷한 색을 드러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전 세계 수억 명이 케이팝과 케이 컬처(K-culture)를 함께했다.

김 원장은 “단 며칠 만에 ‘한복’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다”며 “한국 예술가들은 우리 문화에서 예술적인 영감을 얻는다. 전통문화 쪽에서도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들면 앞으로도 자연스럽게 협업으로 이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이다. 2000년 4월 문을 연 진흥원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다. 창의적인 공예문화와 디자인 문화의 확산 진흥을 통해 한국 공예와 디자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서울 중구에 있는 문화역서울 284와 서울 종로구 인사동 KCDF 갤러리 등은 대중에게도 친숙하다.

지난 3월 30일 부임한 김 원장은 “문화 쪽에서 30년 넘게 근무했지만, 모르는 게 되게 많다는 것을 느낀다. 세밀한 부분들을 배우고 있다”며 “코로나19로 방문하고 싶었던 현장은 많이 가지 못했지만 공예·디자인·한복 분야에 계신 분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정책 방향을 모색 중이다”고 취임 후 보낸 100일을 돌아봤다.

김 원장은 크게 공예본부·디자인본부·한복진흥센터로 나눠졌던 진흥원에 최근 전통생활문화본부를 신설했다. 김 원장은 “문화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정책 측면에서 봤을 때 소홀했던 분야가 전통생활분야다”며 “한지나 한식 분야도 공예·한복 등과 함께 결국은 하나의 뿌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난 5월 20일 개관한 서울 종로구 북촌에 있는 한지문화산업센터는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알리겠다는 진흥원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한지문화산업센터 1층에서는 19개 전통한지 공방과 한지 유통처가 보유한 400여 종에 달하는 지종을 볼 수 있다. 지역별·지종별·용도별로 한지에 대한 기초 정보를 제공해 센터를 찾는 방문객 누구나 손쉽게 한지를 직접 만지고 비교해 볼 수 있다. 공방별 대표 한지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담은 국·영문 샘플북도 마련됐다.

김 원장은 “한지의 우수성은 이미 입증이 됐다”며 “한지 업계가 많이 위축돼 있는데 가장 큰 원인은 판로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 문체부·외교부와 함께 논의해 대사관 방명록에 한지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진흥원은 케이 푸드(K-food)로 불리는 한식 알리기에도 힘쓴다. 해외 한식당을 대상으로 한국의 정체성이 담긴 식기·식판 등에 대한 표준모델을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때 교민들이 간담회를 통해 건의한 내용이 정책 실행으로 이어진 사례다. 김 원장은 “예를 들어 외국에 갔을 때 차이나 타운(China town)은 멀리서 봐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한식당임을 알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고 귀띔했다.

이어 김 원장은 격조 있는 한국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대표 분야로 공예를 꼽았다. 공예는 한 국가의 문화 전통과 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활동이고 도자기나 한지·나전과 같은 전통 공예품은 민족의 정서와 지혜가 담겨 있는 산물이라는 것이 김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공예 같은 경우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해 작가들이 덜 알려졌다”며 “국립중앙박물관장·국립현대미술관장님 등과 이야기를 나눠 공예 전시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오는 10월 개관 예정인 서울공예박물관을 통해서도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공예계를 위한 반짝이는 아이디어도 소개했다. 김 원장은 “보육원·양로원·복지 시설 등과 공예 작가들을 연결시켜주는 사업에 예산 5억원을 투입해 진행할 예정이다. 식기 세트나 의자 등 각 단체에서 필요한 것을 직접 요청하면 작가들이 만들어주는 사업이다”고 설명했다.

생활 속에서 공예를 자연스럽게 접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교나 문화센터 등에서의 공예 교육을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김 원장은 “자신이 직접 만든 그릇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며 “자녀들과 함께 만들면 추억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흥원이 중점을 두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공공디자인이다.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제시와 함께 일상생활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디자인 등이 개발 중이다. 비상벨을 누를 수 있는 전신주, 일관된 어린이 보호 구역 등이 진흥원의 공공디자인 사업의 예다. 길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 그늘을 제공해주는 대형 우산 역시 진흥원의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에서 수상한 후 전국적으로 널리 확산됐다. 김 원장은 “지원을 통해 공공디자인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오는 9월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릴 예정인 ‘한복 상점’은 우리의 한복을 알리는 한복진흥센터의 대표적인 행사다. 김 원장은 “올해에는 전통적인 한복을 만드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 전시도 생각 중이다”며 “코로나19로 만일에 사태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온라인 행사도 준비 중이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한복을 소개하고 판매까지 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문체부에서 30여년간 몸담은 김 원장은 ‘정책 전문가’답게 공예·디자인·한복·전통 문화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아이디어를 내놨다. 김 원장이 정책 실행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융합이다.

그는 “문체부는 다른 부서들과 비교했을 때 예산이 크지 않다”며 “다른 문화 단체들과의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 혼자서 자기 예산으로 자기 사업하는 것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진흥원에 부임 후 김 원장은 다면평가를 도입했다. 조직 안에서 좀 더 소통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김 원장은 “우리 직원들은 창의적이고 젊다는 점이 특징이다”며 “직원들이 직장에서 행복하게 일했으면 좋겠다. 3년 임기의 목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집무실에서 만난 김태훈 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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