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그룹 승계 'MB사위' 시작 예정된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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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0-07-0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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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양래 회장, 차근차근 승계 위한 물밑 작업... 잡음 나오자 지분 매각으로 일소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왼쪽)과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사진=한국테크놀로지그룹 제공]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경영권에 대한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의 승계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차남 조 사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이수연씨 결혼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준비해왔다는 분석이다. 최근 차남에게 지분 매각은 이 같은 과정의 마지막 단추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이 최근 차남에게 자신의 지분 전량을 매각한 데에는 이 전 대통령 측의 영향도 어느 정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뿐만 아니라 모기업이었던 효성그룹의 성장에도 크게 기여한 이 전 대통령과 이수연씨를 무시하고 후계자를 결정하기에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조 사장의 그룹 승계설은 2001년 그가 이수현씨와 결혼하던 당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앞서 있었던 재계와 정치권 거물의 결합의 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국 유학생활 중 만나 1998년 결혼에 골인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선경그룹은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과 사업권 반납 등 노 전 대통령과 혼맥으로 인한 기회와 위기를 여러 차례 겪었다. 이후 최 회장이 1998년 그룹의 수장에 오르며, 우여곡절 끝에 현재 재계 3위로 회사를 성장시켰다.

실제 조 사장의 그룹 내 입지가 강화되기 시작한 것도 이수연씨와 결혼한 다음부터다. 그는 한국 나이 27세던 1998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당시 한국타이어)에 입사한 뒤 3년 만인 2001년 광고홍보팀 팀장에 올랐다. 이후 전략기획본부, 경영기획본부, 경영운영본부 등 그룹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승계수업’을 받았다.

2016년부터는 지주사 한국테크놀로지그룹(당시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에서 경영기획본부,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연이어 맡았다. 2018년부터 핵심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도 맡으며, 그룹의 수장이 되기 위한 마지막 미션을 수행했다.

결과가 좋지는 않았지만, 그 사이 이 전 대통령의 사위로서 관계도 더욱 돈독해졌다. 조 사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강력히 추진했던 해외자원개발 사업과 관련해 내부 정보를 활용한 주가 조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2009년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이를 두고 아직까지 견해가 분분하다.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와 함께 근무했던 적도 있다. 2008년 7월 한국타이어에 이시형씨가 인턴 직원으로 입사하면서다. 다만 장기간 함께 하지는 못했다. 한국타이어가 당시 발표한 인턴 선발 공고에는 지원조건이 ‘2009년 2월 졸업예정자’로 돼 있어 대학 졸업 후 수년이 지난 이시형씨는 지원을 못 했다.

이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 사돈기업으로 분류됐던 효성그룹의 성장도 눈에 띈다. 효성그룹은 2008년 25개였던 계열사를 2010년 39개까지 불과 3년 만에 빠르게 늘렸다. 당시 수장으로 있던 조 회장의 형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이 전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과 사돈이라는 혼맥이 어느 정도 기여를 했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두 집안 사이에 일시적인 불협화음도 있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 전 대통령이 적폐로 낙인찍히면서다. 340억대 횡령과 100억원대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이 1심에 이어 올해 초 2심에서도 중형을 받았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2017년 말 조 사장과 그의 형인 조현식 당시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의 그룹 내 균형이 깨졌다. 조 사장의 형이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차남 승계론’이 저물고 ‘장남 승계론’이 대두됐다. 조 회장이 이 전 대통령과 더 이상 엮이지 않기 위해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해석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조 사장이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조 회장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23.59%)을 모두 인수해서 최대주주가 되면서 다양한 추측이 불식됐다. 조 사장의 지분은 당초 19.31%로 형인 조현식 부회장(19.32%)과 같았지만 여기에 조 회장 지분을 더하면 43%로 늘어났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 일가 지분은 딸인 조희원씨 지분 10.82% 등을 포함해 모두 73.92%다.

업계 관계자는 “조 사장이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서 지난 4월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 상황이지만, 승계에 대한 잡음이 더 나오지 않도록 조 회장이 단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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