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리꾼' 김동완 "연기 승부수 던져야 할 때…결혼 미루자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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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0-07-06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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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리꾼'에서 몰락 양반 역을 맡은 김동완 [사진=오피스 DH 제공]
 

영화 '소리꾼'(감독 조정래) 속 배우 김동완(41)의 주 임무는 존재감을 지우는 것이었다. 러닝타임 내내 정체를 숨기고 있다가 비장의 무기처럼 꺼내쓰는 '히든카드'인 셈이다. 1998년 그룹 신화로 데뷔해 다수의 드라마·영화 주연으로 활약했던 그의 유명세를 생각한다면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지만 김동완은 신인배우의 마음으로 조정래 감독의 우려와 요구를 받아들였다.

지난 3일 개봉한 영화 '소리꾼'은 '귀향'으로 잘 알려진 조 감독의 신작이다. 사라진 아내 간난(이유리 분)을 찾아 재주 많은 소리꾼 학규(이봉근 분)와 그의 조력자 장단잽이 대봉(박철민 분), 속을 알 수 없는 몰락 양반(김동완 분)이 조선팔도를 유랑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조정래 감독님께 적극적으로 대시했어요. '몰락 양반' 역이 정말 탐나더라고요. 마냥 멋진 사람이 아니라서 더 마음에 들었어요. 안티 히어로 같은 느낌도 들잖아요?"

김동완의 마음을 흔든 '몰락 양반' 역은 양반의 행색을 했지만, 빈털터리로 내내 대봉의 구박을 받는 인물이다. 오랜 시간 비밀을 감추고 있던 그는 영화 말미 정체를 드러내며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마지막 '한 방'을 기다리고 있는 캐릭터기도 하다.

"감독님께서는 '몰락 양반' 역을 주고 싶지 않아 하셨어요. 제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것 같다고 하셨죠. '기대가 되지 않는 얼굴을 찾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역할이 너무 탐나서 '그럼 제가 기대가 안 되는 얼굴로 만들어보겠다!'고 자신했어요. 관객들 반응을 보니 이미 초반에 눈치채신 것 같지만요."

사실 김동완은 '몰락 양반' 역을 두고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내내 신이 나 있었다. 조 감독을 설득하고 '몰락 양반' 역을 맡으며 자연스레 극에 스며들었다.

"현대극이 미묘한 선을 가지고 있다면 사극은 굵고 토해내는 느낌이 많았어요. 시작하기도 전에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많이 했죠. 결과물을 봤을 땐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만족스러워요."
 

영화 '소리꾼'에서 몰락 양반 역을 맡은 김동완 [사진=오피스 DH 제공]


노래, 춤, 연기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한 김동완이지만 "소리꾼 역은 주셨어도 안 했을 것"이라며 난색을 보였다.

"소리는 1~2년 연습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미친 듯이 갈고 닦아야 하죠. (역할을) 주셨어도 안 했을 거예요. 이번에 더 확실히 깨달았고요. 촬영할 땐 제 할 일을 하느라 (이)봉근의 소리를 주의 깊게 듣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보며 완전 매료됐어요. 영상 클립도 찾아보고…더 깊이 좋아하게 됐어요."

'몰락 양반'은 팔도를 유랑하는 '학규'와 '대봉'을 보고 도와주겠다며 광대패에 합류한다. 흥과 한이 넘쳤던 광대패는 오롯이 배우들의 호흡으로 만들어졌다고.

"박철민 형님을 비롯해 멤버들이 상황을 만들어가는데 보기만 해도 재밌고 즐겁더라고요. 대학 선후배처럼 보이기도 하고 장난꾸러기 같아서 순수함도 느꼈어요. (박)철민 형님도 연극을 5년 이상 하고 계신데 촬영 끝나고 모여서 합을 짜고 맞추는 게 생활화되어 계시더라고요."

배우들과 어울리는 장면을 보며 아쉬움도 느꼈다고.

"형들과 좀 더 놀아볼 걸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진짜 제대로 놀아볼걸. '튀지 않게 적당히 하자'는 마음으로 연기했는데 영화를 보니 '좀 튀어도 됐겠다' 싶기도 해요. 하하하."
 

영화 '소리꾼'에서 몰락 양반 역을 맡은 김동완 [사진=오피스 DH 제공]


김동완은 2004년 영화 '돌려차기'를 시작으로 '연가시' 드라마 '절정' '힘내요 미스터 김!' '회사 가기 싫어' 등 많은 작품에서 활약했다. 연기 경력은 제법 됐는데도 "연기가 무섭다"는 그는 연극 '렁스'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된 기분이라고.

"연극을 시작하고 많은 게 달라졌어요. 연기가 더 무서워졌죠. 연기하면서 딴짓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는 동안에는 완벽하게 몰입해야겠다 싶더라고요. 작품을 분석하면서 창작자의 마음으로 접근하게 됐고 깊이감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한 작품만 1만번 정도 연습해보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내가 그렇게 연기 연습을 했었나? 돌아보면 아닌 것 같아요. 연기가 하고 싶은 아이돌 후배들에게 꼭 연극을 시작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최근 경기도 가평군으로 거처를 옮긴 김동완은 "삶의 안정을 찾았다"며 웃었다. 20대 시절부터 불면증에 시달리고 심경적으로 불안을 겪었던 게 거짓말 같다면서. 과거의 자신에게 "흙과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란다.

"도시에서 왜 그렇게 골골거리고 살았는지. 도시가 잠들지 않아서였을까요? 통 잠을 못 잤어요. 가평으로 이사를 가면서 삶이 편안해졌어요. 포기할 건 포기하게 되고 점점 더 여유롭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는 한 가지 일을 10여년 정도 하게 되면 심한 피로를 겪는다고 털어놨다. 데뷔 22년 차인 김동완은 10년마다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고 입대와 이사를 통해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예인에게도 수명이 있는 것 같아요. 10살에 시작하든 50살에 시작하든 상관없이 그 기간이 있죠. 저도 20년 넘게 활동하다 보니 지칠 대로 지쳐 있었거든요. 아마 보시는 분들도 그랬을 거예요. 재충전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이야말로 똑똑하게 일해야 할 때라고 봐요."
 

영화 '소리꾼'에서 몰락 양반 역을 맡은 김동완 [사진=오피스 DH 제공]


10년마다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다니 다음 '10년'도 궁금해졌다. "다음엔 어떤 것이 김동완에게 안정감을 가져다주겠냐"고 묻자, 그는 "결혼"이라고 단언했다.

"10년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결혼하고 쉬면서 육아에 힘을 쏟고 싶어요. 나름의 꿈이죠. 결혼에 관한 로망이 있거든요. 요즘도 진이를 보면서 새삼 깨닫고 있어요. 어찌나 얼굴이 피었는지. '남자는 역시 정착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요."

결혼에 관한 로망과 바람을 전했지만, 연기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도로 "결혼을 미뤄야겠다"고도 한다. 그만큼 작품과 연기에 열의를 가졌다는 말이다.

"누군가 '소리꾼'을 보고 '김동완, 생각보다 연기 못하던데?'라고 말하더라고요. 그걸 듣고 '그럼 날 어떻게 생각한 거지?' '기대치가 높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하하. 과거에는 '아이돌이 출연한 영화는 안 봐!' 하는 분위기도 있었거든요. 그런 저에게 기대치가 높아졌다니. 기분이 좋아요. 승부수를 던질 때가 됐구나 싶고요. 여자친구가 있지도 않은데 혼자 '당분간 결혼은 미루자'고 했어요. 아직 때가 아니구나.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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