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유동성, 부메랑 되나] 경제 위기 때마다 겪은 '자산 인플레'...기업 투자 향한 유입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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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20-06-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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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F 외환위기ㆍ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와 같은 유동성 부작용 반복

  • 기업 지원 선별, 경제 연결망 회복 통한 원활한 기업 투자 연계 시급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자산 가격 인플레이션을 불러왔다는 게 시장의 목소리다. 정책 취지대로라면 시중에 풀린 자금은 기업 투자로 흘러 들어가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앞서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한국경제는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부작용에 몸살을 앓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시장은 되풀이됐다.

2009년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금융위기로 인해 풀린 유동성 과잉을 우려하는 칼럼에서 "외환위기 이후 경기 회복을 가속하기 위해 취했던 확장적 통화정책은 코스닥 버블로 연결되고, 2001년 IT 버블 붕괴 충격에 대응한 정책금리 인하가 신용카드 버블로 연결되면서 경기 급변동이 초래됐던 경험을 기억한다"고 지적했다.

2009년 당시 하이닉스가 실시한 일반 공모 유상증자에는 6816만주 모집에 24억9572만주, 금액으로는 25조8307억원이 몰려들었다.

부동산 가격에서도 버블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단기 자금이 부동산 등에 집중되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경고한 후 수도권 지역 등에서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을 때 적용하는 담보인정비율을 50%로 하향 조정했다.

주식과 부동산으로 돈이 몰려드는 것은 생산 효율을 높이는 생산적인 투자라고 보기 어렵다. 실물 경기의 회복과는 거리가 먼 '머니게임'은 정작 자금을 필요로 하는 실물부문에 가뭄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과거의 경험으로 증명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에서도 10여 년 전과 같은 모습이 재현됐다. 지난 23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된 SK바이오팜 공모주 일반청약에는 30조9899억원의 투자대금이 몰려들었다. SK바이오팜 청약 경쟁률은 323.02대 1을 기록했다. 1억원을 증거금을 넣으면 약 13주를 배당받게 된다.

청약에 몰려든 자금 중 공모주를 사는 데 쓰고 남은 돈은 환불된다. 30조7000억원에 달한다. 청약으로 증시에 유입된 자금은 주식시장에 남아 투자처를 물색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여전히 커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도 들썩였다. 정부는 지난해 12·16 대책 후 다소 주춤했던 서울 집값이 상승할 조짐을 보이자 6·17 대책을 내놨다. 이번 대책에서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차단하고 부동산법인에 종부세를 최고세율로 부과한다고 했다.

이처럼 자금이 시장에 다량으로 유입된다고 해도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으로 자동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자금 유동성을 댐의 물에 비유한다면, 각 논과 밭으로 물이 흘러갈 수 있도록 배수로가 잘 구비돼 있어야 한다. 배수로 없이 유동성만 풀 경우 시중에는 돈이 넘치는데, 기업에는 돈이 없는 '신용 경색'이 뒤따르게 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유동성을 푸는 건 맞는 방향"이라며 "다만 기업을 지원할 때 코로나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의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것인지, 그 이전부터 이미 망가진 곳인지를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부작용에 대한 대안도 제시됐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활동이 위축되면서 경제 생태계의 연결망도 끊어진 것"이라며 "경제 연결망이 다시 이어질 수 있도록 가계나 자영업자에 직접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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