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살아있다' 유아인 "청춘 이미지 집착…자연스레 내려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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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0-06-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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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아있다' 준우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사진=UAA 제공]

배우 유아인(34)은 언제나 '청춘'이었다.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종대를 시작으로 '좋지 아니한가' 용태, '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 기범을 지나 '완득이' '버닝'에 이르기까지. 그는 다 자라지 않은 소년을 통해 불안과 미숙 등에 관해 말해왔다.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살아있다'에서도 마찬가지다. 좀비가 창궐한 세상, 와이파이·문자·전화가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내용을 담은 영화 속에서 유아인은 준우 역을 맡아 평범한 청년의 모습을 보여줬다. 불안전하고 흔들리는 존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향해 과감하게 달려나가는 준우는 유아인의 또 다른 청춘이었다.

"좀비·호러 장르물을 정말 좋아해요. 다양한 장르를 보는 편이지만 장르물에서 느껴지는 쾌감을 즐기는 편이죠. '#살아있다'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기존 좀비 영화들과 차별화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장르적 특성이 잘 살아있으면서 정통 좀비 영화를 계승하는 부분도 있죠. 무엇보다 배우의 활용 방식이 색다르다고 생각해서 배우로서 도전 의식이 생기더라고요."

영화는 초중반에 이르기까지 고립된 준우의 모습을 보여준다. 좀비가 창궐하게 된 과정이나 이유에는 큰 관심이 없다. 긴 시간을 할애해 준우가 느끼는 감정과 혼란 그리고 공포를 그려내며 기존 좀비 영화와 차별점을 둔다.

"상업 영화에서 이런 작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죠. 멀티캐스트 등이 더 많아졌으니까요. 그래서 '이래도 되는 걸까?' 걱정도 되고 부담, 책임감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배우들이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걸 하게 됐구나. 그동안 쌓아온 경험치를 시험해 볼 수 있는 무대가 되겠다고 생각했죠."

영화 '#살아있다' 준우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사진=UAA 제공]


이번 영화는 유아인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간 시도해보지 못한 것들을 과감하게 시도하고, 일종의 편견을 깨나가는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는 "배려한답시고 소통을 닫아버리지 않고 위험할지언정 표현하고 도전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신인 감독님이고 또래 배우들과 함께하다 보니 조금 더 적극적이고 과감할 수 있었어요. 예전에는 내 할 일만 생각하고 내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살아있다'는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디어도 냈죠. 예전엔 안 하던 짓을 많이 했어요. 감독님께 리허설용 영상을 찍어 보내기도 하고 캐릭터나 장면 속에서 아이디어를 내보기도 하고요. 평소 월권을 조심하고 두려워하는데 마음의 예의를 충분히 가지고 시원하게 소통해보자고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나눴죠."

그는 '#살아있다'의 경험을 토대로 다음 작품에서도 적극적이고 편안한 모습을 보일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실패했다면 위축됐겠지만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으니 앞으로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솔직한 심정이다.

"너무 조심스러운 게 아니라 시원시원하게 말도 해볼 수 있겠죠. 이렇게 했을 때 누군가 그 안에서 상처받거나 의심을 가진다면 위축될 수 있는데 다들 열려있고 재밌어하는 걸 보면서 '아, 내가 너무 큰 걱정을 했구나' 싶더라고요. 도전 의식을 가졌다는 측면에서 안도감이 있어요."

평소 유아인은 인물의 섬세한 내면을 보여주는 연기를 즐겨왔던 터라 '#살아있다' 준우처럼 활동적이고 액션이 큰 캐릭터는 자주 볼 수 없었다. 그는 "앞으로 더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며 잘 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블루 스크린에서 연기하면서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초능력을 쓰는 캐릭터나 기술을 사용하는 캐릭터도 맡아보고 싶어요. '마녀'처럼. 영화를 보고 정말 부럽더라고요. '마녀2 찍는다며? 나는 뭐 할 거 없어?' 물어보기도 하고. 하하하. 저도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하는 저를 보고 싶어요. 생각보다 꽤 잘 어울리거든요. 유아인을 달리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영화 '#살아있다' 준우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사진=UAA 제공]


유아인은 이번 작품을 통해 편안함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함축적이고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시적 언어를 사용하는 캐릭터를 맡았다면 준우는 현실에 존재할 법한 인물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관객들이 편안하게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나랑 비슷하네' 하고요."

그는 영화 속 좀비처럼 피하고 싫은 존재, 두려운 존재에 관해서도 말했다. 유아인은 "마음에 드는 질문"이라고 호쾌하게 웃더니 "잃은 게 없는 사람이 제일 무섭다"라고 답했다.

"다음이 없는 것 같은 기운을 느낄 때 '아,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하하하. 인생에 관한 애착이 느껴지지 않을 때요. 그게 오늘을 마지막처럼 살자는 게 아니라 진짜 같은 느낌이 드는 거 있잖아요. 진짜 쿨하고 멋지게 오늘만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위화감을 조성하면서 오늘만 사는 사람은…한 끗 차이죠."

많은 사람이 유아인을 떠올릴 때, '청춘'의 이미지를 연상한다. 그의 시그니처라고 볼 수도 있다. 그는 "이제 미완의 이미지를 벗고 싶지 않으냐"는 말에 "아직"이라며 배우 유아인으로서 그리고 싶었던 모습이라고 거들었다.

"그 시기에 있어서 제가 젊은이를 표현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어요. 미완한 존재지만 청춘이라는 말로 아름다워질 수 있죠. 그걸 해내고 싶은 배우로서의 욕심이 있었어요. 집착해왔던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려내고자 하는 그림이 강렬해서 직업적인 접근으로 집착해왔던 거 같아요. 지금은 나를 닫아놓은 뚜껑이나 벽 같은 게 허물어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건 또 자존감과 연결된 거 같고요. 그 시절의 저는 청춘에 관해 비교적 진지하게 표현하고 싶었고 호오를 떠나 배우로서의 차별화 전략이었을 수도 있어요."

영화 '#살아있다' 준우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사진=UAA 제공]


언제까지 청춘일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고민하는 바겠지만 유아인은 유난히 깊이 고민하는 듯했다. 배우로서의 이미지와 그가 만들어놓은 필모그래피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피터팬 콤플렉스는 아니지만 소년성이나 순수함은 덮어놓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게 자연스럽지 않은 때가 오겠죠? 그럴 때 자각하고 물러나고 싶어요. 아름다움가 추함은 한 끗 차이인데. 귀여운 거랑 귀여운 척이 다른 것처럼 '척' 해야 할 때 내려놔야죠. 사람과 사람 사이 소통하고 편안하고 친숙한 걸 기반으로 하고 싶어요. 제일 중요한 건 주제 파악이고. 정신 차려야 하지만 아직 다 못 풀어놓은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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