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로나 시대, 동네서점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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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관 기자
입력 2020-06-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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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준희 관악구청장

박준희 관악구청장 [사진= 관악구청 제공]



어릴 적 가족, 친구들과 함께 다니던 동네서점이 최근 10년 사이에 운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20%나 급감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19년도 지역서점 현황조사 및 진흥정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지역서점은 2312곳으로 2009년 2846곳에 비해 534곳이 감소했다.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서점이 한 곳도 없는 지역이 5곳이고, 단 한 곳뿐인 지역도 44곳에 이른다.

디지털 문화 확산으로 종이 책들이 점점 사라지고 온라인서점, 대형 체인서점, 기업형 중고서점이 도서시장을 석권하면서 동네서점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문화를 갖고 있는 동네서점은 단순히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효용가치를 갖고 있기에 정부와 지자체의 지역서점 지원정책이 절실하다.

오래전부터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도서에 대해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작은 서점들이 가장 밀집한 프랑스에서는 도서 할인을 금지하는 완전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서점을 창업하거나 개선할 때 무이자 대출로 동네서점의 경영 안정을 돕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3년 도서정가제를 처음 시행하고 도서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공공기관의 지역서점 우선 구매제도 등 다양한 지역서점 지원책을 마련해 가고 있다.

필자는 민선7기 관악구청장에 취임하며, 소상공인이 살맛 나는 활기찬 골목을 만들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관악구에는 작은 점포가 대부분으로, 소상공인을 웃게 만드는 정책이 많은 구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큰 규모의 상권개발 사업뿐만 아니라, 종량제 봉투를 판매하는 750여개의 작은 동네슈퍼 등을 돕기 위해 봉투 판매이윤을 6%에서 9%로 인상한 것처럼 작지만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며 소상공인과 상생하는 정책을 만들어가고 있다.

사라져 가는 동네서점을 지원하는 일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고민이었다. 동네서점의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해 6월 10일, 서울시 최초로 ‘동네서점 바로대출제’를 도입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회원으로 등록된 관내 서점 7개소와 협약을 맺어, 주민이 읽고 싶은 책을 도서관에 가지 않고도 집 앞 동네서점에서 바로 대출하고 반납할 수 있게 했다. 서점에 반납된 책은 공공도서관에서 구입·비치해 동네 서점의 매출을 향상시켰다.

지난 1년 동안 1만300여명의 주민이 무려 1만4000여권의 도서를 빌려 읽었을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 2~3일이면 신간도서나 베스트셀러처럼 보통 도서관에 없는 책들도 새 책으로 쉽게 빌려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서점을 방문한 주민이 곳곳을 둘러보다가 예약하지 않은 책도 구매하는 쏠쏠한 효과도 있었다. 주민 편의 증진과 동네서점 매출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셈이다.

코로나19로 관내 공공도서관이 임시 휴관에 돌입하자 애서가들 사이에서 동네서점 바로대출제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지난 3월에는 월평균 이용자 840명의 2배가 넘는 1694명이 동네서점을 이용했다.

나날이 높아지는 바로대출제 수요에 발맞춰 한 번에 2권까지만 가능하던 대출 권수를 5권까지 확대했고, 대출기간도 1주에서 2주로 연장하여 주민 편의를 더욱 높였다. 도서구입 예산도 지난해 5000만원에서 올해는 1억3000만원까지 확대했고, 참여 서점 수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언제 어디서든 책상에 앉아 태블릿 PC로 전자책을 볼 수 있는 시대지만, 옛 아날로그 감성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동네서점은 책 그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다. 책을 매개로 모인 사람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며 소통하는 문화공간이자, 이를 통해 경제적 효과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지역의 소중한 자산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오래가고 있다. 우리 구민들이 소소하지만 책 내음 가득한 동네서점에서 문화의 향기를 느낀다면 답답한 현실에서 기분전환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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