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부상, 인텔의 몰락"...반도체업계 '지각 변동'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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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6-2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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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 자체 CPU칩 '애플 실리콘' 발표...15년 동업자 인텔과 결별

  • 인텔·삼성전자엔 악재, ARM·TSMC 호재...애플 중심 업계 수직화

올 연말부터 '애플 실리콘'이란 자체설계 칩 독립을 선언한 애플이 벌써부터 반도체 업체의 신흥 강자로 꼽히고 있다. 애플의 새로운 행보가 반도체 업계에서 절대 강자로 통했던 인텔을 가장 크게 흔들 것이란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말부터 데스크톱 컴퓨터에 자체설계 칩을 넣기로 한 애플이 반도체 업계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면서 "독자적인 반도체 설계에 나서면서 애플은 비용과 매출 측면의 이익뿐 아니라 공급업체 장악력 등 반도체 산업계의 지형까지 흔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 2020' 행사에서 '애플 실리콘' 계획을 발표하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사진=애플 유튜브]

 
애플, 자체 CPU칩 '애플 실리콘' 발표...15년 동업자 인텔과 결별

전날인 22일 애플은 지난 15년간 반도체 칩을 공급해왔던 인텔과의 결별을 공식화했다. 이날 열린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 2020' 행사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말부터 자사 데스크톱·노트북 맥에 자체 설계한 시스템온칩(SoC) '애플 실리콘'을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쿡 CEO는 애플 실리콘이라 명명한 자체 설계 CPU(중앙처리장치) 칩을 중심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애플 실리콘은 기존 칩셋보다 전력을 더 적게 소모하면서도 고성능 그래픽을 구현할 것으로 보인다.

WSJ은 과거 대부분의 부품을 외주로 공급받아왔던 애플이 팀 쿡 체제에 들어선 이후 자체 설계한 부품으로 대체하는 '인소싱'이라는 장기 전략을 세워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품 자급화가 자사의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제품의 성능을 증대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IT) 애널리스트 웨인 램에 따르면 최근 아이폰 생산비용에서 애플이 자체 생산한 핵심 부품 비용은 전체의 42%가량을 차지한다. 이는 5년 전 8% 이하였던 비중에서 무려 5배 이상 커진 것이다.

특히 애플의 인소싱 전략은 지난 2010년 아이폰에 들어가는 모바일프로세서(AP) 칩 자체 설계로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애플의 발표에 업계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으며 반발했지만, 이를 통해 현재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성능은 경쟁사 제품보다 2년이나 앞선 상태다.

매체는 시장의 분석을 인용해 향후 애플이 맥에 자체 반도체 칩을 자급할 경우 컴퓨터 1대당 75∼150달러의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면서 판매이익이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날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와 포브스는 애플 실리콘 계획을 두고 "자체 개발 노선을 선택한 애플은 향후 인텔에 의존하는 삼성, HP 등 경쟁사와의 차별화에 성공할 것", "PC 제조사들은 이제 애플과 같이 모바일과 연계하는 새로운 PC를 재창조해야 한다는 신호"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 2020' 행사에서 '애플 실리콘' 사업을 설명하는 조니 스루지 애플 하드웨어 기술 부사장.[사진=EPA·연합뉴스]

 
"애플 아래로 모여라"...반도체 업계 지각변동 

10년째에 접어든 애플의 독자적인 반도체 설계 구축 사업으로 반도체 산업계의 지형도 흔들리고 있다.

당장 반도체 업계 최강자인 인텔의 경우, 맥 컴퓨터에 대한 칩셋 공급을 중단하면 연간 매출액의 2∼4%에 해당하는 20억 달러(약 2조4천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는다.

특히 애플이 애플 실리콘을 인텔 기반이 아닌 경쟁사인 ARM 기반 설계로 결정한 것은 인텔과 ARM의 칩 설계 분야 양강 구도에서 향후 인텔이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의 공급망 분석에서 인텔 연간 매출의 5%까지도 차지하는 등 애플은 전 세계 반도체 업계의 최대 소비자 중 하나면서 동시에 세계 최대 모바일·PC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과의 협력은 브랜드 가치 등 부가가치 측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인텔은 여전히 클라우드 컴퓨팅 등 기업시장(B2B)에서의 입지가 공고하고 애플 역시 '자체 칩 대체에 나선 이후에도 인텔 칩 기반 맥 제품을 계속 지원하고 신제품 출시도 계획 중'이라는 공식 성명을 내놔 인텔과의 완전 결별은 아니라고 밝혔다.

아울러 애플이 설계한 애플 실리콘을 향후 대만 TSMC가 위탁 생산하기로 하면서, 업계 1·2위인 TSMC와 삼성전자 사이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경쟁 구도에서도 삼성전자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WSJ은 향후 반도체 업계에서 애플의 공급업체 장악력이 막강해질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애플을 중심으로 반도체 부품 생산업체들의 수직 계열화 경향이 더욱 강화할 것이란 예상이다.

매체에 따르면, 애플은 작년 10억 달러의 가격으로 인텔의 모뎀 사업부를 인수한 것을 포함해 최근 10년 동안 12건의 반도체 관련 기업을 인수했다. 지난 1999년과 2008년 각각 인수한 레이서그래픽스와 P.A.세미의 수백명 단위의 인력으로 시작한 애플의 칩 사업부는 현재 수천명 규모의 칩 엔지니어 집단으로 커지면서, 각종 반도체 칩을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생산할 만큼 공학적인 깊이와 전문성을 구축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카버 미드 캘리포니아공과대학(CIT) 교수는 WSJ에서 "애플 칩 사업부의 발전은 자연스러운 산업 과정이지만, 애플의 공급업체들에 가혹한 파급 효과를 불러온다"면서 "많은 공급업체가 자신의 제품을 애플이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진 채 불리한 입장에서 애플과 계속 거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17년 4월 애플은 자체 영상처리장치(GPU) 생산에 나서며 영국 GPU 제조업체 이매지네이션 테크놀로지와의 거래를 끊자, 이매지네이션은 결국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같은 해 중국 국부펀드 CRHC와 관련이 있는 캐니언브릿지라는 사모펀드에 인수됐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 2020' 행사를 진행 중인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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