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가입 정체 속 구직급여 월 1조원 '역대 최대'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 9개월째 감소…외환위기 이후 최저

고용부 "5월까지 코로나 영향 상당…6월 이후 호전 기대"

고용보험 가입자수 및 증감 추이[그래프 =고용노동부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폭은 정체됐지만, 실직으로 구직급여를 받는 수혜자는 최대 규모로 늘고 있다. 고용보험기금에서 빠져나가는 구직급여는 지난달 들어 1조원을 뛰어넘어 월 기준 역대 최대로 치솟았다. 고용보험기금의 기형적 재정 여건이 지속되면, 앞으로 기금 고갈 시기가 더 앞당겨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5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382만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만5000명(1.1%) 증가한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5월에는 같은 기준으로 53만3000명(4.1%)이 늘어난 것과 비교해도 증가 규모가 모자란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산업의 중추인 제조업 분야가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제조업 분야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352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5만4000명(-1.5%)이 줄었다.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수 및 증감[그래프=고용노동부 제공]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지난해 9월부터 줄어들어 지난달까지 무려 9개월째 감소세다. 이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제조업 중에서도 전자통신·자동차·금속가공 등에서 감소가 이어졌다. 전기장비도 5월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출 호조 등으로 ‘의약품’ 등 일부 제조업의 증가세는 이어졌으나, 전체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를 끌어 올리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분석됐다.

서비스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943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만4000명 증가해 지난달보다 증가 폭이 소폭 늘었다. 이 가운데 금융업(1400명)과 연구개발업(1만 1500명)도 소폭 늘었으며, 공공행정(4만3100명)·사회복지(7만6600명) 분야의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다.

이 기간 여성의 고용보험 가입 규모가 두드러졌다. 여성 가입자는 597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만5000명 늘어 지난달과 비교해 증가 폭이 다소 커졌다.

연령별로 보면, 전년 동월 대비 40대가 3만2000명 증가한 가운데 50대와 60대도 같은 기간 각각 10만6000명, 14만1000명 늘었다. 반면, 29세 이하와 30대에서는 각각 6만3000명, 6만2000명 감소했다.

이렇게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 폭이 둔화한 상황에서 실직으로 인한 구직급여 수혜자는 급증했다. 5월 구직급여 수혜자는 무려 678만명에 이르렀다. 구직급여 지급액 규모도 큰 폭으로 늘었다.

5월 구직급여 수혜금액은 1조162억원 규모다. 월 기준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부는 연말까지 12조9000억원의 구직급여가 지출될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세가 둔화한 사이, 고용보험기금에서 빠져나가는 구직급여가 급증하다 보니 향후 고용보험기금 누수 현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용부는 현재 고용유지지원금 등을 통해 실직자 수를 최소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실직 가능성을 줄이는 데 재정을 투입해 실업급여 규모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영진 고용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기업의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으로 고용보험 자격 상실자 수가 감소했다"며 "5월까지는 코로나 영향이 상당한 것으로 판단되며 여러 정책 효과와 해외 상황, 추경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면 6월 이후에는 다소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