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 갈림길…외신 "삼성 불확실성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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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훈·류혜경 기자
입력 2020-06-08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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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여 만에 리더십 공백 위기

  • 8일 오전 10시30분 영장실질심사…구속여부 9일 새벽께 전망

7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한 지 27주년을 맞은 삼성이 그룹 총수의 '리더십 공백' 위기에 직면했다.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또다시 구속된다면 현장 경영과 투자에 앞장섰던 그의 경영 행보에도 제동이 걸리게 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4세 경영과 무노조 경영을 포기하고 글로벌 삼성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가 강조했던 '뉴삼성 선언'도 총수 부재 사태가 현실화되면 힘을 잃을 게 분명하다.

 

[그래픽=아주경제 DB]


◆외신 "이 부회장 구속 시 중장기 전략 차질 불가피" 관측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대해 외신들은 삼성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블룸버그는 "삼성과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해 핵심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삼성 주요 계열사들은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해 의료용품과 생필품 등 총 300억원 규모의 긴급 지원을 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부회장 구속 시 그룹의 경영자원이 재판 대책으로 할애돼 중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지연되는 등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AP통신은 "삼성이 불안정한 반도체 시황과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는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27년 전 삼성보다 지금이 더 어려워"

신경영 27주년과 뉴삼성 선언 한 달을 맞은 삼성은 창립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 코로나19 사태, 미·중 갈등 국면을 맞은 삼성은 지금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전 사업부문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경영환경이 어려운데 총수 부재 리스크까지 겹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삼성과 같은 기업들이 과거보다 받는 압박이 여러 모로 크다"며 "다만 삼성 승계 문제는 언젠가는 한 번 정리했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차라리 현재 시점에서 삼성이 모든 것을 정리하고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강 교수는 "반도체 투자나 노조 문제 등이 아니라 새로운 포트폴리오로 확대되는 것이 필요하다"며 "삼성이 신경영에 버금가는 뉴삼성이 되기 위해 정부도 각종 규제 등을 완화하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경영 발표 당시 상황 이상으로 현재 삼성이 우리 경제와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입지는 커졌지만 전체적으로 경제적인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며 "이런 환경을 뛰어넘기 위한 삼성 자체로의 역할도 필요하고, 또 삼성과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국가의 기업환경 조성도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도 "삼성이 지금까지는 잘 하고 있지만 앞으로 어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지가 앞으로의 삼성을 결정할 것"이라며 "10년, 20년 뒤에 새로운 부분에서 1위를 하겠다는 구체적인 설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를 이끈 지 5년이 되던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켐핀스키 호텔에서 임원 200여명을 모아놓고 신경영을 선포한 바 있다.

이 회장은 경영진들에게 "삼성이 자만심에 빠져 위기를 진정한 위기라고 생각하지 못한다"며 "이런 상태로는 21세기에 절대로 살아남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지난 달 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이재용 '뉴삼성' 발표...한달 만에 노사관계 급진전

지난달 3일 이 부회장은 서울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동, 시민사회 소통 등 3대 의제에 대해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며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지난달 뉴삼성 선포 당시 각오를 밝혔다.

이어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며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고,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부회장의 사과 이후에 삼성은 고공농성을 했던 노동자와 합의하고,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노사 관계 자문그룹을 이사회 산하에 두는 등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외 임직원 대상 노동 관련 준법 교육 의무화, 컴플라이언스팀 감시활동 강화, 노동·인권 단체 인사 초빙 강연 등도 방안으로 제시했다.

삼성은 아울러 시민단체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할 전담자를 지정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환경, 경제, 소비자, 인권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단체와 간담회를 갖고 사내 행사에 시민단체를 초청하는 등 폭넓게 활동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판사는 8일 오전 10시 30분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 3명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도망 가는 것도 아니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최소한 경영에 애로사항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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