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증세 없다'는데 기본소득 꺼내는 정치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임애신 기자
입력 2020-06-07 10:4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기본소득, 일회성 아닌 매년 지급...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주장도

정부와 정치권이 또다시 동상이몽이다. 정부는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 일회성 지급은 이번뿐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뿐 아니라 기본소득 지급까지 언급하고 있다.

7일 정치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또 지급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전 국민에 1인당 20만원씩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하자"고 정부에 공식 건의하면서 시작됐다.

1인당 20만원씩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 5178만명에 지급하려면 10조356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앞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이 12조2000억원 규모였던 것을 고려하면,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줄 경우 총 22조5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셈이다.
 

정부가 지난 4일 역대 최대 35조3000만원 규모의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기본소득제 도입 주장까지 나온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를 언급하면서 수면 위로 올랐다. 기본소득은 재산이나 소득·고용여부·노동의지 등과 무관하게 정부 재정으로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개념이다. 

이는 일회성이 아닌 평생 지급이다. 도입하면 매년 재정 부담이 커진다. 만약 도입하더라도 기존 복지제도 개혁과 세입 확충 등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는 가운데 전 국민에게 1인당 월 5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1년에 310조68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이는 올해 3차 추경 기준 나라 예산(547조1000억원)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정부는 올해 세 차례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맬 대로 맨 상태다. 적자국채 발행 규모를 줄이기 위해 기존에 사용하기로 계획한 사업비 중 시의성이 떨어지거나, 중복되는 등이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했다. 

이로 인해 나랏빚이 100조원 가까이 늘고 국가채무비율은 43%대로 올라섰다. 올해 우리나라의 구조적 재정수지 지표는 한 해 전보다 1.28%포인트 악화했다.

우리나라보다 빠르게 나빠진 곳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그리스(2.21%p)뿐이다. 불경기에는 세수가 줄고 실업수당 지출은 늘어 통합재정수지 등 나라살림 지표가 나빠진다. 구조적 재정수지는 이런 변화를 배제하고 재정이 흑자인지 적자인지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의 요구대로 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려면 추가적인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나라 재정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견해는 변함이 없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기본소득제 도입 모두 선을 긋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재정 당국을 맡는 입장에서 추가적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정부는 검토한 바 없다"고 못 박았다. 홍 부총리는 또 "우리 여건상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안일환 기재부 2차관 역시 지난 4일 "지금 증세 논의는 하고 있지 않다"면서 "3차 추경을 통해 경기가 살아나게 해 3차 추경으로 끝내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재정은 우리 경제 최후의 보루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곳에 재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사회안전망이 탄탄하지 못한 계층의 경우 제때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재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치권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재원 마련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안은 제시하지 못한 채 여야가 앞다퉈 '퍼주기식' 정책 제시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긴급재난지원금 역시 정부는 당초 소득하위 70%를 지급 기준으로 삼았지만 정치권의 주장으로 대상이 전 국민으로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이미 막대한 재원을 투입한 상황에서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한다. 도움이 필요한 적재적소에 '핀셋'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거의 느끼지 못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업종, 직종, 지역 등에 따라 충격을 크게 받은 곳도 있다"면서 "지원금은 어려움이 큰 사람에게 집중해야 효과가 크다"고 제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