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도전하고 변화에 적응하는 기술강국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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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기자
입력 2020-06-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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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88호 기능한국인 / (사)기능한국인회 사무총장 이준배

제88호 기능한국인 / (사)기능한국인회 사무총장 이준배[사진=본인 제공]



지난 4월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던 고교생이 대회에 대한 심적 압박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신문 기사를 봤다. 과정의 여하를 떠나 한창 싱그럽게 피어날 젊은 나이에 선택한 비극적 결과는 사회의 어른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던 건 아닐까 하는 미안함을 남겼다.

우리는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어떤 세대보다 빠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매일 새로운 기술과 산업이 등장하고 우리의 일상 깊숙이 녹아들며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기술의 종주국을 자처하며 전 세계 어떤 국가보다 발 빠르게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온 한국은 이제 해외 모든 이들이 부러워할 기술 강국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나라가 처한 현재는 아직도 조선시대의 유교적 삶에서 크게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인문을 중시하고 실학(기술)을 천대하는 숭문천기(崇文賤技) 사상이 팽배하다.
1970·80년대에 조국 근대화의 기수라는 교복을 입고 현재의 3만 달러 시대를 이끈 주역들과 1990년대, 2000년대를 과학기술 강국으로 이끈 청년들은 모두 기술자들이다. 이들은 한때 밤을 새우며 다듬어온 손기술 하나로 세계기능경기대회를 휩쓸며 한국의 위상을 높였던 시절도 있었다.

현재의 모습은 초라하다. 조국 근대화의 기수를 배출한 기술‧기계 고등학교는 이젠 인문계 고등학교 입학 점수가 부족한 학생들이 가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마이스터고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도 사회의 블루칼라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기만 하다.

이런 명성을 되찾고자 노력하는 이들 중의 하나가 바로 기능훈련생이다. 본인이 익히고 노력한 기술로 기술 강국을 꿈꾸고 4차 산업혁명의 기초가 되는 산업에 묵묵히 노력하는 학생과 지도교사는 우리나라를 차세대 기술 강국으로 이끄는 중요한 자원이다.

최근 벌어진 안타까운 일로 인해 자성의 목소리가 큰데, 교육 시스템의 개선이 아닌 폐지를 외치는 것은 너무 극단적 주장이다. 우리는 재작년 제주도에서 취업실습생이 사망하게 된 사건을 계기로 특성화고등학교 학생의 취업을 무조건 금지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추후 반발과 여론을 들어 현재는 일과 학습을 병행하며 취업을 권장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극단적 폐지나 중단은 가장 쉬운 방법일 순 있으나 다른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소문난 식당의 주인공은 가게 주인이 아니라 솜씨 좋은 요리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 기업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사장이나 이사가 아닌 바로 기술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인력 부족을 토로하고 있다. 기술 인력이 없어 외국인 노동자에게 의지하고 있고, 설령 기술을 습득한 인재가 있더라도 이직으로 인해 기업 존폐를 걱정할 정도로 취약하다.

우리나라 인력은 관리의 역할을 하고 단순 기술조작을 외국인 노동자가 하는 것이 효율적인 기업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기술 습득을 꺼리고 기름밥을 천대시하며 누구나 다 화이트칼라를 꿈꾼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화이트가 아닌 블랙이 될 것이다.

다윈의 ‘종의 기원’에 보면 마지막에 살아남는 종은 가장 강한 종도 아니고 가장 영리한 종도 아닌, 가장 변화에 잘 적응하는 종이라고 한다. 우리의 밝은 미래를 위한 기능경기대회도 변화해야 하고, 각종 기술대회를 통해 우리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기술대회가 활성화된다면 지금과 같은 비극은 되풀이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필자는 현재 창업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 사업을 하고 있다. 업의 특성상 3년 미만의 극초기 기업에 투자해야 하기에 사업의 아이템보다는 사람과 그 사람의 환경에 투자 결정의 주안점을 두기도 한다. 사람의 됨됨이가 꼭 기술적 역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목표와 꿈을 향해 일찍이 정진한 이들은 남들과 다른 기업가정신이 몸속 깊이 배어 있다.

많은 벤처투자가들은 이런 창업가를 만나길 고대한다. 그들의 목표 의식에는 개인적 안위도 있었겠지만, 더 나은 기술 강국을 만들기 위한 국가와 민족의 사명 또한 어찌 없었겠는가.

세계를 선도할 기술 인재가 인정받고, 글로벌 인재로 양성되는 선진 기술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지지와 관심과 응원이 필요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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