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이 법안]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공정거래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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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입력 2020-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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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가 임기를 끝마치고 오는 30일이면 21대 국회의 임기가 개시된다. 2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총 1만 5349건의 법안들이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이 의안들은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동시에 폐기된다. 20대 국회의원 생활을 마치고 여의도를 떠나는 ‘경제통’ 의원들에게 처리하지 못해 가장 아쉬웠던 법안이 무엇인지 물었다. ※편집자주

20대 국회의원 생활을 마치고 여의도를 떠나는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처리되지 못해 아쉬운 법안으로 꼽은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최 의원은 20대 국회가 개원한 2016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대규모유통법, 가맹사업법, 대리점업법 등 5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내용은 = 해당 법안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법안엔 법률로서 금지하고 있는 내용을 처벌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모두 삭제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은 제안이유에서 “공정위는 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나 부당한 공동행위 등에 대해 유일하게 고발할 수 있는 권한 즉,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다”며 “그런데 공정위가 이를 소극적으로 행사하면서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하게 하는 등 불공정거래를 제대류 고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왜 = 기업들의 불공정거래 행위나 부당한 공동행위는 공정위가 고발을 해야 검찰에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 공정위의 권한 행사가 미미하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지난 1981년부터 2010년까지 공정위가 처리한 사건 5만 6257건 중 검찰에 고발된 건수는 491건으로 0.9%에 불과하다. 해당 법안이 개정된 1996년부터 2010년으로 범위를 좁혀도 5만 1048건 가운데 397건만 고발이 됐다. 지난 2013년 검찰총장의 고발요청권을 감사원·조달청·중소기업청 등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됐는데, 고발요청권을 행사한 경우도 매우 적었다.

공정위에 신고된 사건의 경우 조사를 하는데 걸리는 기간이 길다는 점도 문제다. 2015년 김기식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신고 후 무혐의 처리까지 걸리는 기간이 2010년 112일에서 2014년 215일, 2015년 240일로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90일 내 처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검찰조사 절차와 비교해 매우 긴 시간이다.

최 의원은 2016년 11월 열린 정무소위에서 “법을 어기고도 빠져나갈 루프홀이 있다면 사람이라는 것은 다 법을 빠져나가고자 하는 유인에 빠지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법질서가 확립되기 위해선 엄격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공정거래 관련된 부분을 들여다보면 실제로 법을 많이 어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상황에 따라서 엄격하게 집행되지 않는 실상들이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공정위가 고발을 하지 않을 경우 법 위반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면제해주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 △공정거래 사건 피해자가 직접 사건을 고소하지 못해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가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는 점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기업에 대한 면죄부로 이용되며,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전속고발권의 폐지를 주장한다.

반대 측의 논거 = 반대 측의 논거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할 경우 공소가 남발돼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든다. 특히 경제 주체 간의 민사적 분쟁이 형사적 처벌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법적 정비가 있은 후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학현 당시 공정위 부위원장은 “‘하도급·납품 대금을 안 줬다, 또는 계약 내용이 불공정하다’ 이런 신고가 많다. 그런 것들에 대해서 형벌을 적용하는 게 바람직한지 하는 의문이 기본적으로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의 하청대금법 사례를 들며 “하청법 위반에 대해 형벌은 당연히 없다. 과징금도 없다. 심지어는 시정명령도 없다”며 “계약내용이 불공정하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손해배상 문제이기 때문에 사적계약에 대해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해서 시정명령도 안 한다”고 설명했다.

김종석 미래통합당 의원은 “불공정거래행위 규제정책은 사법의 영역이라기보다는 경제정책의 영역”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김 의원은 “형사처벌을 담당하는 검찰과 경찰에게 개방하기엔 전문성과 사례의 누적이 필요하다. 즉 사기범이나 폭력사범과는 다른 정책적 고려와 전문적 분석이 필요한 영역이다”며 “따라서 공정위가 검·경에 넘어가기 전에 전문적 스크린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때문에 전속고발권제를 도입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백보 양보해서 공정거래제도가 현재 형사처벌 위주로 돼 있는 여러 가지 조항을 비형사처벌 위주로 처벌 내용을 바꾼다면 그때 가서 (전속고발권 폐지를) 고려해 볼 수 있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21대 국회 처리 전망은 =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데다,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8월엔 공정위와 법무부가 전속고발권을 사실상 폐지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다만 반대하는 측에서 문제 삼고 있는 형벌에 대한 정비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사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이해찬 대표와 오찬을 위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음식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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