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상인 교수 "공정위, 재벌개혁 의지 있나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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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0-05-25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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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검찰' 공정위 역할 아쉬워..."재벌 개혁 의지 있나 의문"

  • 재계, 코로나19 이용해 법인세율 인하 요구..."염치 없는 행위"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서울대와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모교인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연구와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산업조직학회, 여론집중도 조사위원회 등의 단체에서 꾸준히 활동해왔다. 특히 재벌 개혁 분야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지난 2006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용역을 통해 재벌 순환출자 문제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수면 위로 올린 인물이다. 

그가 '경제 검찰'인 공정위 역할을 지적한 이유다. 박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 공정위가 재벌 개혁을 외쳤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며 "시행령으로 할 수 있는 것을 굳이 법 개정으로 돌렸는데, 진정성이 있었으면 이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최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공정위가 재벌 개혁 의지가 있었으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시행할 수 있는 것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일감 몰아주기 제재에 관한 소극적인 태도에도 아쉬움을 보였다. 그는 "공정위가 대한항공 건이 고등법원에서 패소한 이후 위축돼서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며 "법원 판단을 회피하기 시작하면 공정위가 자가 검열을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일감 몰아주기 사건은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23조 2항을 적용해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제재한 첫 사례다. 2017년 서울고법에서 공정위가 패소했다.
 
전속고발제 폐지에 대해선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전속고발제는 공정거래 관련 사건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수사·기소할 수 있는 제도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전속고발제 폐지를 약속했다. 공정위의 소극적인 고발권 행사로 법 위반 기업에 대한 형사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불공정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고려했다. 

박 교수는 "전면 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담합 등 일부 사건에 대해선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공정위가 오랜 기간 담합을 적발해왔음에도 기업들의 행태가 변하지 않고 있다"면서 "향후 담합 방법이 점점 교묘해져서 증거를 찾기 어려워지면 검찰이 조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 전속고발제 폐지, 법인세율 인하...반기업법 주장은 자가당착

기업의 기득권 챙기기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재계는 전속고발제 폐지가 '기업 옥죄기'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법인세율 인하를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코로나19로 고용 한파가 현실화하자 정부는 기업에 고용 유지와 계획했던 투자 집행을 촉구했다. 재계는 높은 법인세율이 투자를 주저하게 한다며 법인세율 인하를 전제 조건을 내밀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법인세율과 기업 투자가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며 "코로나19로 생사를 오가는 기업이 많은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세금을 낮춰달라는 것은 염치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박 교수는 "법인세율이 투자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며 "법인세는 기본적으로 이윤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므로 세율이 행위 자체에 주는 영향이 적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의 투자 결정은 세율보다 경기 전망에 따라 좌우된다"면서 "사업 기회가 있으면 투자하고, 기회가 없으면 투자하지 않는 것이 기업"이라고 판단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법인세를 낸다는 것은 이윤을 낸다는 뜻이므로 그 기업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은 곳으로 볼 수 있다"며 "많은 기업이 코로나19로 죽고 사는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법인세율을 낮춰달라는 것은 염치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재계는 규제 혁파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로 기업의 발이 묶였다는 논리다. 박 교수는 "이미 풀 수 있는 규제는 다 풀어서 더는 풀어줄 것이 없다"며 "그런데도 기업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경제를 정부가 주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부 주도 재벌 중심의 경제가 박정희 개발 체제인데,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것이 유지되고 있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것 자체가 시장에선 규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시장 주도의 경제 구조를 위해서는 사후 규제 방식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현재 기업들이 규제로 여기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문제는 이를 위한 법 제도가 없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기업들은 사후 규제로 부담이 커져 '반기업법'이라고 반대한다"며 "그러면서 정부에게 규제를 풀라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말했다. 

사후 규제로는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더 많은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재판 전 당사자들이 서로 자료를 공개하는 '디스커버리(증거개시제도)' △대표 몇 명이 승소해서 보상을 받으면 같은 상황을 겪은 피해자는 소송 없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재계가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서 기득권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 제안을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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