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규제 우려 있어..." 데이터센터 규제법 법사위 통과 불발

강일용 기자입력 : 2020-05-20 16:14
법사위 의원들 "민간 데이터센터의 재난대응 관리조치, 정보통신망보호법에 따른 사전규제로 충분" 의견 밝혀
기업의 재산권 침해와 이중 규제 논란에 시달린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데이터센터 규제법)'의 국회 통과가 불발됐다.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민간 데이터센터의 재난대응 관리조치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법사위에 계류시켰다. 20대 국회의 마지막 법사위인 만큼 계류된 개정안은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개정안은 자연재해 등 국가 비상사태에 대비해 민간 데이터센터를 방송·통신 시설처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재난 발생 시 이용자 데이터가 소실되는 것을 막는 게 목표다. 재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사업자는 정부에 관련 보고를 제출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매출의 최대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된다. 필요한 경우 정부가 현장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개정안을 발의한 박선숙 민생당 의원은 "지난 2018년 KT 아현 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 사건을 계기로 통신망이 얼마나 안전에 취약한지 알 수 있었다. 데이터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재난관리기본계획의 대상을 민간 데이터센터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발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터넷 업계에선 중요 시설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민간이 설립·운영하는 시설을 관리하는 것은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행 정보통신망법에도 정부에 데이터센터 운영에 관한 보고서를 매년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이 있는 만큼 이중 규제에 해당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한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 클라우드 업체에는 규제를 적용하기 어려운 만큼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의 역차별 문제도 지적됐다. 일각에선 데이터센터가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게 되는 만큼 정보 보안 유지가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했다.

이를 두고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정부가 민간 데이터센터를 관리하는 경우는 전 세계 어딜 찾아봐도 없다"고 말했다.

법사위는 개정안이 이중 규제에 해당한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현재 국내 대형 데이터센터는 정보통신망보호법에 따라 '주요 정보통신시설'로 지정되어 국가의 사전규제를 받고 있다. 때문에 재난대비계획 수립과 관리는 정보통신망보호법에 따라 규율하면 되는데, 굳이 사후규제를 추가해 이중 규제를 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김종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현행법으로 데이터센터를 규제하고 있는 만큼 이중 규제가 될 수 있다. 이중 규제로 관련 사업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점식 의원(미래통합당)은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을 고려해 재난대비 계획을 세우는 것은 맞지만, 굳이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관련 조항을 넣어 민간 사업자인 데이터센터 사업자를 허가 사업자인 방송사업자, 통신사업자와 동일 선상에 두고 규제하는 것은 법 체계상 옳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데이터센터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 시설로 중단될 경우 국민 생활에 막대한 피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 타 법령과 중복되는 사항은 시행령으로 세밀하게 조정할 계획인 만큼 법안을 통과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의견을 밝혔으나, 법사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법사위 의원들은 "법안에 개정해야 할 요소가 있는 만큼 통과시키는 것보다는 21대 국회에서 좀 더 세밀하게 논의해서 법을 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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