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포스트 코로나’ 남북 독자적 협력 구상…관건은 北 경제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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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5-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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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속 북·중·러 협력, 김정은 기대에 못 미칠 수도"

  • "중·러 협력에도 경제난 지속 시 대남정책 변화 가능 有"

  • "보건협력 제안 지속하면서도 안보문제 강경 대응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속에서의 남북 협력 추진이 북한의 경제 상황에 달렸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을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남북 모두 코로나19 대응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의 남북 방역·보건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판문점선언 2주년 때에는 “코로나19의 위기가 남북 협력에 새로운 기회일 수도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남북 보건 협력 추진 의사를 드러낸 바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강원도에서 군민발전소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노동신문 캡처]


◆“北, 경제난 심화되면 남북 협력에 관심 보일 수도”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1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후반기 북한 경제 상황에 따라 (북측의 대외정책이) 달라질 수 있다”며 북한, 중국, 러시아 간의 협력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등장한 이후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코로나19 관련 구두 친서를 전달했다. 러시아와는 북·러 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5년 만에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을 축하는 축전을 보냈다.

신 센터장은 “김정은 복귀 이후 북에서 나온 메시지는 북·중·러 협력이었고, 미국에 대해서는 정면돌파전, 한국은 무시”라며 “이는 지난 1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보고 발표의 기조를 유지하는 것인데 이는 코로나19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북한은 중국 관광객 등 북·중 경제협력으로 북한 경제가 유엔 대북제재에서도 버텨나갈 수 있다고 봤을 것”이라며 문제는 ‘코로나19’ 변수로 북한의 경제가 더 어려워졌다는 점을 언급했다.

신 센터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중국, 러시아와의 협력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중국도 코로나로 힘들다”고 말했다.

중국도 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직면한 만큼 북한이 예상하는 수준의 경제적 지원이나 중국인 관광객이 유입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이로 인해 ‘북·중 협력만으로 충분하니 한국은 무시하자’는 과거 북한의 셈법이 바뀔 수 있다고 역설했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경제 상황이 더 악화하면 남북 협력의 물꼬가 트일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신 센터장은 “(중국과의 협력이 힘들어지면 북한이) 한국하고 부분적인 경제협력의 길을 열어두자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대대적인 교류 협력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부연했다.

북한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핵화 문제이기 때문에 미국과의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한국과 대대적인 교류 협력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 당시 김 위원장은 20일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전 세계의 이목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남북 협력·안보 문제, 별개 사안으로 접근해야”

신 센터장은 정부가 인도적 지원 등 보건 협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안보 문제는 더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인도적인 협력은 필요하다. 북한의 반응이 없어도 계속해서 제안하다가 보면 어느 순간 (협력의 물꼬가) 트일 것이다. 문제는 안보 문제”라며 “(우리 군) GP(초소) 총격사건 등은 엄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안보 문제에서 양보한다고 해서 남북 관계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신 센터장은 “(정부가 총격사건 등에) 엄중하게 대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상황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결국 북한은 자기들이 필요한 시점에 대화의 물꼬를 틀 것”이라며 “그 시점은 북한의 국내 정치, 경제 상황 그리고 주변국과의 관계 등에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필요한 협력을 제안하면서도 북한이 잘못하는 것을 적시에 지적하는 것이 남북 관계 정상화에 필요한 자세”라며 “인도적 지원도 (북한) 경제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제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강경 대응과 상관없이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의 협력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고, 경제적 위기가 이어지면 결국 남측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물밑에서의 협력·지원 제안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공개적으로 서한이 오가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측 정부가 대북지원을 발표하는 형식은 북한이 선호하지 않는 방법”이라며 민간단체 등을 통한 물밑에서의 접촉이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식량부족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가 북한의 식량 생산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엔 시기적으로 이르지만, 국경폐쇄로 곡물 수입에는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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