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 '펀드대란'...투자자 평균 3억 이상 원금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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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0-05-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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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인 대상 '라임'보다 개인 손실액 더 클듯

  • 企銀, 검증 안된 상품 5개월만에 판매결정

  • DLF 이어 환매지연...은행들 신뢰도 타격

​'라임 사태'에 이어 디스커버리펀드 환매 지연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펀드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전체 투자금액은 디스커버리펀드가 라임펀드보다 훨씬 작지만, 1인당 투자금액은 큰 것으로 파악돼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질 전망이다. 각종 펀드 사태로 곤욕을 치른 금융권은 이번 사태로 신뢰도에 또 한번 금이 가게 됐다.

◇1인당 환매지연액 평균 3억원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이 판매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해외 투자 펀드 금액 가운데 환매가 되지 않은 금액은 총 1805억원이다.

이 가운데 기은이 판매한 'US핀테크 글로벌 채권펀드'(695억원 지연)와 'US핀테크 부동산 담보부 채권펀드'(219억원)의 환매지연액이 총 914억원으로 가장 많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부동산 담보부 채권펀드 투자액 중 651억원, 핀테크 글로벌 채권펀드 240억원어치가 환매 중단되거나 지연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 밖에 유안타증권과 신한금융투자, IBK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이 이 펀드를 판매해 원금 일부의 환매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디스커버리펀드의 총 수탁고는 5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은행이 판매한 펀드 수탁고(1805억원)는 이미 환매 지연이 결정돼, 증권사 판매 상품까지 합하면 총 환매 지연액은 최소 3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환매 지연액을 밝힐 수는 없으나, 적지 않은 금액이 환매되지 않고 있다"며 "계속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아주경제]


문제는 디스커버리펀드의 개인투자자 1인당 환매지연액이 라임펀드보다 큰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라임펀드 판매액이 가장 큰 우리은행은 개인투자자 1449명에게 해당 상품을 판매했는데, 지난해 말 기준 2531억원의 원금이 환매되지 않고 있다. 투자자 1인당 평균 1억7500만원의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기업은행에서 판매한 US핀테크 글로벌 채권펀드에는 개인투자자 159명이 가입해 현재까지 489억원이 환매가 지연되고 있다. 투자자 1인당 환매지연액은 평균 3억원이 넘는다.

판매 금융사 전체를 놓고 봐도 디스커버리펀드에 가입한 개인투자자의 원금 손실액이 더 큰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라임펀드는 법인에 초점이 맞춰진 상품이었지만, 디스커버리펀드는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기획된 상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라임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와 법인투자자는 각각 4035명, 581개사이며, 이들에게 지급되지 않고 있는 원금은 각각 9943억원, 6736억원이다.

◇은행에 증권사까지 줄줄이 타격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종 원금 손실 사태를 빚어온 은행권은 이번 디스커버리 환매 지연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파생결합펀드(DLF)사태와 라임사태에 이은 또 하나의 펀드사태로 신뢰도 추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운용사(디스커버리자산운용) 상품에 대해 어떤 근거로 대규모 판매를 결정했는지를 놓고 비판이 적지 않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장하성 중국 대사의 동생 장하원씨가 2016년 11월에 설립한 신생 전문사모투자운용사다. 전문사모집합투자업(사모펀드투자업)에 등록한 것은 2017년 4월이다.

기업은행은 이 회사로부터 펀드 판매 제안서를 2016년 11월에 처음 받고, 내부 검토를 거쳐 이듬해 4월 판매를 개시했다. 사모펀드투자업에 등록하지 않은 회사로부터 판매 제안서를 받은 뒤 5개월 만에 판매를 결정한 것이다.

기업은행 측은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2016년 11월에 법인을 전환한 것이고, 2009년부터 업계에서 입지를 다져온 곳이어서 이 회사 상품을 판매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이전까지 디스커버리인베스트먼트로서 전문성을 입증받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투자를 자문하는 인베스트먼트사와 자금을 직접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임무가 엄연히 다르고, 디스커버리 측이 자산운용사로서 역량을 검증받지 못했음에도 투자를 강행한 것은 무리였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해 말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업계 순위(자산 기준)는 167위에 그친다. 금융권 관계자는 "리스크관리위원회, 상품판매위원회 등 내부 절차를 거쳤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내부 시스템이 취약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디스커버리펀드는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미국 핀테크 회사인 다이렉트랜딩글로벌(DLG)이 발행하는 사모사채에 투자한 상품이다. 하지만 DLG가 유동성 부족으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했고, 이 펀드의 미국 운용사인 DLI 대표가 사기 혐의로 기소되면서 원금 환매가 지연되고 있다.

 

[사진=각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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