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기회다-⑤롯데] 신격호 창업주 "방만한 사업은 금물…전공 분야에 힘을 집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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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20-05-1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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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유의 신중함으로 기본 중시하는 안정경영 강조

  • 관광보국(觀光報國) 정신으로 포트폴리오 확장하는 과감성도 갖춰…뚜렷한 신념 밀어붙이는 전략가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 [사진=롯데지주]

1967년 롯데제과 설립과 함께 시작된 롯데그룹은 식품·유통·관광·화학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나가며 전 세계 약 30개국에 진출한 대한민국 재계 5위 기업이다. 이 같은 롯데그룹 성장은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역사와 궤를 함께한다.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해 롯데를 일군 신격호 명예회장은 특유의 신중함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펼쳐나가면서도, 위기의 순간에는 본인만의 혜안과 신념을 토대로 새로운 사업에 과감하게 뛰어들며 돌파구를 마련했던 유연한 기업인으로 평가받는다.

이 같은 신격호 명예회장의 경영 기치 아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제과 사업, 내수 사업으로 여겨진 유통을 기반으로 출발한 롯데그룹은 관광산업 투자 등 중요한 위기의 순간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모험을 택했고 이는 곧 성공으로 이어졌다.

◆ 잘 할 수 있는 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발휘하라

"잘 하지도 못하는 분야에 빚을 얻어 사업을 방만하게 해서는 안 된다.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미래 사업 계획을 강구해 신규 사업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계열사 사장들에게 자주 강조했던 이 말은 롯데그룹의 경영 특징을 그대로 대변한다. 제품에 대해 철저히 연구하고 애착을 보여온 신격호 회장은 누구보다도 실패가 적은 기업인이었다. '가장 강점을 보이는 분야에 힘을 집중한다'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경영 소신을 지켰기 때문이다.

사실 이같이 기업의 기본을 강조하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메시지는 불확실성이 나날이 커지는 오늘날에 있어 롯데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에게도 통용되는 경영철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거 재계에서 호황기 단꿈에 젖어 문어발식 확장으로 쓰러진 기업들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그룹을 이끌어 갈 당시 주위에서 명실상부한 그룹이 되려면 중공업이나 자동차 같은 제조업체를 하나쯤 갖고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들이 종종 나왔다고 한다. 이때마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무슨 소리냐? 우리 전공 분야를 가야 한다"며 일축했다고 전해진다. 허울보다 실리를 택하는 신격호 회장의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처럼 신격호 회장은 본인이 뛰어든 사업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다른 분야를 엿보지 않고, 취약점을 집중 보완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신 회장이 신규 사업을 진행할 때는 철저히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하면서도, 핵심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기업의 근간을 잃지 않고, 수성 전략을 펼치며 사업을 안정적으로 확장해온 것이다.

현재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월드 등이 모두 업계에서 최고 경쟁력을 발휘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이 같은 신 회장의 경영철학이 자연스레 녹아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 "언제까지 고궁만 보여줄 건가"…'관광보국(觀光報國)' 정신 강조

"외국 관광객들에게 언제까지나 고궁만 보여 줄 수는 없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갈수록 준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부터 그들이 우리나라를 다시 찾도록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관광산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누구보다도 관광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관광보국(觀光報國)'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대표적 기업가다. 롯데가 유독 타 기업과 비교해 관광 부문의 '최초 타이틀'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점도 바로 신 명예회장의 이 같은 소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첫 결실은 1979년 개장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이다. 1973년부터 6년간 1억5000만 달러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이 호텔은 당시 지하 3층, 지상 38층, 1000여개 객실을 갖춘 국내 최초 독자 브랜드이자 동양 최대 규모 특급 호텔로 주목받았다.

당시 호텔 사업은 업계는 물론 신 명예회장에게조차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충분히 모험에 가까운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1970년대 국내 관광업은 부지 확보 및 투자 재원 조달 문제, 낮은 수익률, 운영 노하우 부재로 민간 투자가 저조하고 국가 사업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등 거의 불모지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명예회장은 관광보국에 대한 집념으로 이 같은 위험을 무릅쓰고 사업을 진행했고, 결국 롯데호텔은 국내 브랜드 최초 해외 진출에 성공하는 등 대성공을 거뒀다.

관광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호텔 건립에서 그치지 않고 세계 최대 규모 실내 테마파크인 '롯데월드' 건설로 이어졌다. 이후 신 회장은 숙원 사업인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 건설을 진두지휘했고 마침내 2017년 개장에 성공, 오랜 꿈을 실현하기에 이른다.

관광산업은 외국인 방문객 유입을 통한 수익 확보 수준을 넘어, 국가 브랜드 제고에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들어 관광산업의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신격호 명예회장은 관광산업의 가치를 일찌감치 파악하고 선제 투자에 나서는 혜안을 보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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