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지금·여기·당신] '그린 청년'에게 '그린 뉴딜' 일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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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논설위원
입력 2020-05-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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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패커, 북한산 레깅스족 등 그린 뉴딜 청년 일자리 정책 필요

  • 자연으로 치유받는 2030에게 '성덕' 기회



아무 흔적 남기지 않고(LNT-Leave No Trace), 산이나 숲 속,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 가볍게 먹고 자고 오는 걸 ‘백패킹’(backpacking)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쓰레기 등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는 가장 작은 규모의 캠핑이다. 배낭 하나에 의식주를 다 담아야 해 적고, 작고, 가벼울 수밖에 없다. 

몇 년 전 시작한 백패킹, 어디를 가든 혼자 혹은 삼삼오오 온 젊은 친구들을 많이 본다. 백패킹의 3대 성지(聖地) 중 한 곳인 인천광역시 굴업도를 가는 주말 배편에는 20~30대가 대다수다.

등산도 마찬가지다. 울긋불긋 등산복을 차려 입은 중·장년 최고의 레저인 등산에도 남녀불문, 몸에 딱 붙는 레깅스에 ‘힙’한 용품을 갖춘 2030세대가 확 늘어났다. 일명 ‘북한산 레깅스족’은 요즘 얘기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자연을 찾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었다고 하지만, 아니다. 꽤 오래전부터 ‘헬조선’에 지친 젊은이들이 인간사를 벗어나 자연의 품에 안기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LNT 등 백패킹의 기본과 산행 예절을 잘 지키고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마음을 가졌다. 이를 영상에 담는 2030 유튜버들도 상당수다.

서울 강남, 홍대, 이태원에서 춤과 음악, 술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푸는 젊은이들 못지않게 자연에서 위안 받는 '그린 청년'이 많다는 걸 몸소 느낀다. 한자 그대로 '푸를 청(靑)'의 시간을 누리는 이들이다.
 

백패커들이 많이 찾는 인천광역시 굴업도. [사진=이승재]
 

#. 디·그·대·글과 청년 일자리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국형 뉴딜은 디지털-그린-대타협-글로벌이 화두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디·그·대·글! 자연과 사랑에 빠진 젊은이들 얘기를 꺼낸 이유는 그린 뉴딜 때문이다.

12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 뉴딜(저탄소경제)’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만들어 보라고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국토교통부 장관들에게 지시했다. 정부는 디지털과 사회간접자본(SOC)을 중심으로 한국판 뉴딜을 준비 중인데 여기에 ‘그린’을 추가할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그린 뉴딜은 그 자체로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며 국제사회가 그린 뉴딜에 대한 한국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과 들, 섬을 찾는 젊은이들 중 자연에서 일터를, 미래를 꿈꾸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들에게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일자리를 열어주는 게 ‘그린 뉴딜 일자리 정책’의 중요 부분이 돼야 할 것으로 본다.

#. 산과 바다, 섬의 ‘그린청년 일자리’
젊은 백패커와 북한산 레깅스족들이 원하는 일자리, 일의 무대는 자연과 함께하거나 자연과 가까운 곳일 게다. (대통령이 내준 ‘그린 뉴딜 일자리 창출 방안’ 숙제 부처에서 빠진)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또 환경부 및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 산림청은 물론 농촌을 품은 지방자치단체도 모두 ‘그린청년 일자리 창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으리라.
 

미국 국립공원 레인저. [사진=미국 NPS 홈페이지 캡처]


이 대목에서 미국의 레인저(ranger) 얘기를 보태고 싶다. 레인저는 특수부대원 혹은 공원관리인이란 뜻인데 보통 후자로 많이 쓰인다. 특히 미국 국립공원공단 소속 레인저들은 소방관에 버금가는 선망의 직업이다. 짙은 베이지-진초록 유니폼에 멋진 모자, 가슴 반짝이는 금속 배지 등 일단 ‘간지’가 난다. 종류도 다양하다. 경찰과 맞먹는 법 집행 권한을 가진 이들도 있고, 산불 예방 담당자, 시설 관리 등 일에 따라 계급도 다르다. 또 업무량, 계절에 따라 일을 하는 비정규-파트타이머도 꽤 있다.

그런데 미국 언론 ‘유에스에이 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레인저들이 급감하고 있다. 2010년 2만7484명에서 2019년 2만2076명으로 줄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작은 정부 지향, 친환경 배척 정책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바로 이 지점, 코로나19 방역에 이어 ‘그린 일자리 창출’은 미국이 우리를 또 한 번 부러워하게 할 포인트다.

우리도 매년 국립공원공단에서 청년인턴이나 6급 레인저를 뽑고 있다. 그런데 인원이 많아야 ○○명이다. 이참에 그 인원을 대폭 늘려, 그린청년들을 대거 레인저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야말로 성공한 덕후(성덕·좋아하는 게 직업이 된 사람) 일자리 창출이다.
 

국립공원공단 직원이 4월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북한산국립공원 정릉유원지 탐방로 입구에서 탐방객의 체온 측정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0.4.29.PNG]


#. ‘레인저’ 전지현 주연 드라마 <지리산> 대박 예고
일본 영화 ‘우드 잡’(Wood Job·야구치 시노부 감독 작)은 힌트가 될 수 있다. 영화는 삶이 꼬일 대로 꼬인 도시 청년 히라노 유키가 촌구석 시골, 깊은 산 산림관리 프로그램 연수 생활을 하며 겪는 일과 사랑을 담았다. 도시 젊은이가 산과 나무로 가득한 시골살이, 사람 관계를 배우는 과정이 짠하면서도 신선했다. 자연스레 오래전 시작한 일본의 그린청년 일자리 창출 정책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는 ‘한국형 레인저’를 그린 블록버스터 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드라마 '지리산'은 지리산국립공원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는 레인저들의 활약과 사랑이 주 내용인데, 정말 초호화-초대작이 될 전망이다. 주연은 전지현이고, ‘킹덤’을 쓴 한류 스타 김은희 작가가 극본을 쓴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을 연출한 스타 감독 이응복 PD가 제작을 맡는다. 무엇보다 세계 최대 유료콘텐츠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자연을 찾는 젊은이들, 레인저 지망생이 더 늘어날 것 같다.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이 큰 관심을 가진 ▲그린 뉴딜 ▲일자리 ▲이대남녀(20대 남녀), 이 세 분야를 아우르는 상상력 넘치는 ‘하이브리드 정책’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길 바란다.
 

[사진='우드 잡' 영화 포스터]


P.S. 공무원준비 온라인 카페모임 게시판에 어느 50대 중반 퇴직자가 올린 글을 봤다. “인생 이모작은 진짜 하고 싶은 직업을 선택하려 한다. 자연, 숲, 산에서 일하고 싶었다. 지금 국립공원공단 비정규직녹색순찰대원으로 일하고 있다. 내 나이 50대 중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공단 정규직 채용 6급 레인저 시험을 봤다.” 그린 일자리를 간절히 원하는 중·장년층을 위한 정책도 꼭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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