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어린이도 위협하는 코로나"...미국·유럽, 아동 괴질 환자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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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5-1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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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인불명 괴질, 美·英 각 100명가량 발병...대부분 코로나19 양성반응

  • "코로나19 감염 후 면역증상일 수도"...코로나 치료 실마리 가능성도

미국 뉴욕주 호넬에 사는 9살 어린이 바비 딘은 고열과 구토 증세로 6일 동안 병원에 입원한 후 지난 10일(현지시간) 퇴원했다. 바비가 처음 배가 아프다고 했을 땐 단순한 배탈이나 장염 정도로 생각했지만, 다음날엔 앉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복통이 심해지며 열이 나고 구토를 했다.

급하게 찾은 병원에선 처음에는 급성 맹장염을 의심했지만, 어머니인 앰버 딘이 지난달 가벼운 코로나19 증상을 보였다는 말에 곧바로 감염검사를 실시했다. 그동안 바비는 배가 부어오르고 심박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서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 24시간 후 바비는 양성판정을 받았고 의료진은 '소아 다계질 염증증후군'이라 진단했다.

 

미국 뉴욕주 호넬에 사는 9살 어린이 바비 딘이 '소아 다계질 염증증후군' 치료를 받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수백명의 어린이가 '소아 다계질 염증증후군'이란 신종 염증성 질환(rare inflammatory reaction)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에선 아이들 3명이 이미 이 괴질로 목숨을 잃었다.

소아질환인 '가와사키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이 질환의 정확한 유발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코로나19와 관련이 높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고령층보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했던 유아층에 대한 코로나19의 위험성이 새롭게 드러나자 보건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美·英서 원인불명 어린이 괴질 속출...대부분 코로나19 양성반응 

최근 어린이 괴질이 미국 전역에서 확산하며 미국 방역당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의 피해가 가장 심각한 뉴욕을 중심으로 캘리포니아와 미시간 등 미국 15개 주(州)와 워싱턴DC에서도 발병 사례가 보고됐다.

13일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는 이날까지 뉴욕주에서 어린이 환자 102명이 괴질을 앓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들 중 60%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40%는 항체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말해 코로나19와의 관련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럽에서도 스페인·프랑스·영국·이탈리아·스위스·네덜란드 등에서 관련 환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BBC는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를 인용해 지난 4월 런던에서 14세 사망자 1명을 포함한 8명의 어린이 괴질 환아가 처음 보고된 이후 영국 전역에서 최대 1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환아들은 발병 초기 복통과 설사, 구토 등의 증세를 보이다 고열, 피부 발진과 함께 혀가 선분홍 빛으로 변하고 손과 발, 배가 붓는 등 증상은 대체로 급성 열성 질환인 가와사키병과 유사했다. 병증이 심해진 경우 심장 동맥과 신장의 염증까지 동반한 '독성 쇼크' 반응도 보였지만, 코로나19로 취약해질 수 있는 폐나 호흡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미국 뉴욕주 호넬에 사는 9살 어린이 바비 딘의 건강했던 모습. 바비는 지난달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소아 다계질 염증증후군'을 앓았다.[사진=AP·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 후 증상일 수도"...코로나 치료 실마리 가능성도

13일 의학전문지 랜싯에는 소아 다계질 염증증후군에 대한 이탈리아 연구팀의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팀은 해당 환아들이 "가와사키병과 비슷하지만, 증세가 훨씬 심하고 발병률도 훨씬 높았다"면서 "코로나19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이탈리아 베르가모의 '교황요한23세 아동병원' 소속 루치오 베로니 박사 연구팀이 관찰한 10명의 환아 중 8명이 코로나19 항체에 양성반응을 보였다. 항체가 있다는 것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의미로 이 괴질이 코로나19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암시한다. 

발병률 역시 가와사키병보다 30배 높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와사키병이 석달에 한 번꼴로 발병했던 반면 해당 증후군은 6일에 한 번꼴로 나타난 셈이다.

같은 날 미국 보스턴 어린이병원의 중증환자 전문의인 제프리 번즈 박사도 CNN에서 "코로나19가 집중적으로 확산한 지 4~6주 후 어린이 괴질 환자가 늘어났다"며 "이 증상은 코로나19 감염 후 증후군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그는 이어 "바이러스로 인한 직접적인 증상이 아니라 감염 이후 과도한 면역 반응으로 나타난 증세라는 것이 가장 유력한 가설"이라고 설명했다.

번즈 박사는 "이 같은 면역 반응을 이해하는 것은 백신 개발의 열쇠가 될 수 있다"면서 "아이들이 성인보다 코로나19와 잘 싸우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어 코로나19 치료제 연구에도 속도를 붙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국 지역신문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도 해당 병원에서 치료받은 괴질 환아 중 ‘사이토카인 폭풍 증후군’ 사례가 일부 있었다면서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인체 면역 반응과의 연관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아기인 아민 테페를 돌보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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