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이전 해버리면 그만"...꼼수 판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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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20-05-1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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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소이전, 지분쪼개기 등 규제 피한 꼼수 횡행

  • "제도뿐 아니라 행정력 동원 등으로 투기 막아야"

[아주경제DB]

그동안 정부는 투기수요 차단을 목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이용해왔다. 이번에 서울 용산 정비창 부지와 그 일대를 허가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포한 이유도 5·6 공급대책으로 투자수요가 물밀듯하자 경계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이촌2동(서부이촌동)에 위치한 부동산 거성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가격이 5000만원 정도 빠졌고 계약도 잘 안 됐다. 급매를 찾는 사람밖에 없었고 급매 가격에도 거래될까 말까였는데 갑자기 호재가 터진 것"이라며 "발표 이후 매도자들이 웬 떡이냐 하고는 물건을 다 회수했다. 그 바람에 발표 이후엔 거래를 몇 건 하지도 못했다"고 했다.

또 "물건을 들였다가 호가를 높여 다시 내놨는데, 매수자들 입장에선 부담이 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부담도 있고, 구역 지정도 2021년 말에야 된다고 하니 관심이 다시 꺼진 것"이라며 "몸값이 올라간 매물만 쌓여 있고 살 사람은 관망세"라고 덧붙였다.

이전에 정부·지자체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곳은 서울 강남권(강남·서초구)과 강서지역이 대표적이다. 수도권 및 지방권역에서는 3기 신도시 지역이나 세종지역이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며 주목받았다.

국토교통부·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으로 서울 강남구는 개포·대치·세곡·수서·율현·일원·자곡동 등지에서, 서초구는 염곡·양재·우면·내곡·방배·서초·신원·원지동 등에서 총 27.29㎢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거래를 중개한 경험이 있는 공인중개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허가구역 지정이 일정부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꼼수'를 온전히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앞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세종시 금남면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단 구역으로 묶으면 여러 조건이 걸리니 투기 억제 효과는 어느 정도 있긴 할 것"이라면서도 "마음만 먹으면 피해갈 구멍이 없지 않다"고 했다.

그는 "실수요자임을 입증하기 위해서 '주소 이전' 꼼수를 쓰는 경우가 많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토지를 매수하려면, (해당 토지에서) 반경 몇 ㎞ 떨어진 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등 규제가 있는데 이를 피해가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기준면적 이상의 토지를 매입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수요자임을 입증하기만 하면 이 같은 규제를 피할 수 있다.

도시지역의 경우 △주거지역 180㎡ △상업지역 200㎡ △공업지역 660㎡ △녹지지역 100㎡ 등 기준면적이 존재한다. 도시지역 이외 지역의 경우는 250㎡를 기준으로 하며, 농지는 500㎡, 임야는 1000㎡ 등 기준을 따른다.

부산 연제구 촉진3구역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부산 촉진지구 쪽도 지금은 해제됐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고 나선 면적이 큰 매물은 거래하기가 힘들었다"면서도 "주거지역의 경우엔 180㎡ 이하면 구청 허가 안 받고 거래가 가능하니, 그런 매물이 많은 지역에선 거래가 빈번히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이면 '지분 쪼개기'도 가능하다"며 "'공유지분'이나 '지분거래' 물건들이 종종 시장에 나오는데, 그런 물건은 전부 구역지정 전에 쪼개기를 했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거래방식 자체를 일반 매매가 아닌 상속·증여, 공매 등으로 바꾸면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징역이나 벌금형 등 사후조치가 존재하지만, 눈 앞의 이익을 좇기 위한 불법·편법 거래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투기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며 "제도적 부분뿐 아니라 불법행위대응반 활동, 경우에 따라선 서울시 특사경과의 공조 등 방법이 열려 있다"고 했다.
 

[사진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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