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증권사 반대에 라임 배드뱅크 설립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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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안준호 기자
입력 2020-05-1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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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의 부실 자산을 처리하기 위한 ‘배드뱅크’ 설립 참여에 키움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이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펀드판매 수수료를 받았지만 개인투자자에게 직접 판매한 상품이 없다며 참여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수억원 규모의 출자금과 인력파견 등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이들 증권사가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금융사들이 수익도 중요하지만 금융소비자에 대한 신뢰와 금융사들의 공익적 기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배드뱅크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증권사는 메리츠종금증권과 키움증권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 모두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직접 판매하지 않았다며 배드뱅크 설립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금융당국과 업계에서 논의중인 배드뱅크는 라임자산운용의 부실 펀드를 처리하기 위한 운용사를 말한다. 펀드 투자자들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운용사 형태의 배드뱅크는 이번이 처음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리테일(소매)을 통해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한 건수는 제로(0)”라고 설명했다. 판매액은 전액 수탁사들이 설정한 금액으로 자신들이 판매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법인판매분 숫자가 리스트에 나와있다보니 금감원에서 배드뱅크 설립을 같이하면 좋겠다고 이야기가 나왔다. 현재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도 “현재까지 정해진 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증권업계는 장모 센터장이 대신증권 재직시절 1조원 규모의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한 뒤 메리츠증권으로 이직한 만큼 메리츠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판매한 게 아니라며 버티는 양상이라고 설명 중이다.

다만 일부 증권사들은 키움증권과 메리츠증권이 펀드 수수료를 챙긴 만큼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또다른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직접판매가 없었지만 수수료 수익을 거둔 것은 사실”이라며 “자산회수 극대화를 통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에게 배분하는 만큼 공익적 성격에 반(反)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김성원 미래통합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메리츠증권은 3억원, 키움증권은 1억원의 펀드판매 수수료를 챙겼다.

다만 일각에서는 배드뱅크 설립을 위한 논의가 기존 6개 판매사에서 19개사로 확대된 지 얼마되지 않은 만큼 이달 중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 배드뱅크 출자 규모는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운용사 설립 요건인 10억원 이상은 각자 출자를 통해 만들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배드뱅크 설립을 위한 출자액으로 50억원 이상이 돼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출자금액도 가변적이다. 라임 펀드 잔액이 많을수록 배드뱅크 운용사에 더 많이 출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판매액 기준으로 우리은행(3577억원)이 가장 많지만 신한금융투자(3248억원)와 신한은행(2769억원) 등 신한금융그룹이 더 많아 신한금융이 대주주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출자액이 많은 건 문제가 안된다. 운용사 활동이 끝나면 다시 돌려주면 된다”면서 “판매사들이 직접 정하는 것이라 규모에 대해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배드뱅크 설립 목적이 투자자들의 손실을 최소화 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금융회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면서 “금융소비자들로부터 떨어진 신뢰회복을 위해서라도 잡음이 일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작년 10월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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