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한국 수출, 2분기 고비를 넘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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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동서울대 교수
입력 2020-05-0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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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분기 수출은 경쟁국 대비 선방, 4월 수출 급감으로 5〜6월이 최대 고비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올 1분기 한국 수출이 나름대로 선방했으나, 4월 들어 다시 찬물을 뒤집어썼다. 물론 이런 선방은 작년에 두 자릿수인 10.4%나 감소하면서 빚어진 기저효과가 반영된 결과이다. 여하튼 1분기에는 1.4% 감소에 그쳤다. 경쟁국인 중국의 경우 수출이 무려 13.3%나 줄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중국의 공장이 거의 문을 닫았기 때문에 나타난 수치다. 일본의 수출은 3월에 극히 부진해 분기 기준으로는 5.5%나 감소했다. 이 통계만 보면 다소나마 안도감을 주긴 했지만, 갑자기 상황이 돌변했다. 4월 수출이 무려 24%나 감소하면서 99개월 만에 무역수지까지 적자를 보였다. 수출 급감과 무역수지 적자라는 두 개의 적신호가 우리 수출에 켜지기 시작하고 있다.

4월 수출 감소와 관련한 질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최악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20개 수출 주력 품목 중 17개가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총체적 위기로 접어들고 있다. 선박은 60.9%, 석유제품 56.8%, 자동차부품 49.6%, 완성차 36.3%, 디스플레이 39.1%, 반도체 14.9% 등 큰 폭으로 수출이 내려앉았다. 여태껏 중국 기업에 우위를 보이던 LNG 선박이나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 등의 부문에서도 추격을 당하고 있어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우리 수출이 고전해야 하는 이유가 점점 더 생겨나고 있는 판이다. 연초에 가격 회복으로 잠깐 반등을 했던 반도체 수출도 수요 감소로 인해 다시 줄어들면서 수출 상품 전반에 잔뜩 먹구름이 끼고 있다.

수출 시장 상황을 보면 한숨이 더 나온다. 중국 시장은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하지만, 미국과 유럽 시장은 아직 본격적 회복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장별로 살펴보더라도 최대 시장이라고 하는 중국 수출이 17.9%나 줄었다. 하물며 이 정부 들어 신남방 정책 운운하면서 공을 들이고 있는 아세안(ASEAN ) 시장으로의 수출은 최고치인 32.9%나 급감했다.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이 일시적으로 무너지면서 이 지역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유가 하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동 시장 수출은 20.7%나 줄어 기대하고 있는 대안 시장들이 일시에 가라앉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 대한 수출도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여 아직은 위기의 끝이 잘 분간되지 않는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이 무너져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장에서도 우리 몫을 챙기기가 쉽지 않다. 2년 이상 수출이 곤두박질을 치면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 일자리에 이르기까지 경제 전체가 붕괴하면서 회복할 수 없는 지경으로 나가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작년 수출 10대 강국 중에 한국의 수출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국가로 분류되었다. 미·중 무역 전쟁의 와중에 양 당사자들의 수출은 크게 피해를 보지 않은 반면 우리만 만신창이 새우 등 꼴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는 현재의 수출 부진이 코로나 사태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고 그 이전부터 생겨난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올 수출은 우리가 기필코 방어해 내야 할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시장 지키기, 코로나 수출 반사이익, 중국 등 여건 개선 시장에서 긍정적 신호 나와야

생활방역으로 큰 고비는 넘기면서 다시 경제 살리기로 과녁이 옮겨가고 있다. 매를 먼저 맞은 만큼 이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보복적 경제 심리가 발동되고 있는 듯하다. 한편으론 방역에서 얻은 자신감에서 비롯된 ‘코리아 프리미엄’의 기(氣)를 받아 다시 뛰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주어진 현실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 5~6월의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 하지만 5월 수출에 대한 전망마저 그리 밝지 않다. 주력 수출 시장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더 이상 경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차원에서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경제 활동 재개를 점진적으로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은 다소 위안이 되긴 한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혜로운 수출 관리다. 시장에선 경쟁국에 밀리지 않고 점유율을 최대한 방어하고 유지해야 한다. 일례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삼성의 턱밑까지 따라오고 있는 화웨이의 도전을 견뎌내고 1위 자리를 고수해야 한다. 다른 품목도 마찬가지로 중국의 공세에서 견딜 수 있어야 포스트 코로나 시장에서도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주력 상품뿐만 아니고 코로나 반사이익으로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일부 품목들도 대부분 중국과의 한판 싸움이다. 의료용품·컴퓨터·가공식품·가정용품 등이 그것들로, 수출이 되는 품목에 대한 마케팅 집중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막연하게 시장 상황이 호전되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지원 체계도 정밀하게 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시장에 대해 단계적 공세 고삐를 조여야 한다. 대표적인 시장이 소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중국이다. 1분기 중국 시장 수출을 보면 우리는 8.1% 감소했지만 일본은 5.3% 줄었다. 자칫 중국 수입 시장 1위 자리를 일본에 내줄 수도 있는 지경까지 이르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상품과 일본 상품의 상당수가 대체재 관계다. 어느 한쪽이 늘면, 다른 한쪽은 줄어들어야 한다.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이 2년 연속 감소한다면 다시 만회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 대접이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과연 사실일까? 방역 성공으로 국격과 브랜드 파워가 높아졌다는 호언장담까지 나온다. 문제는 수출 시장에서 이를 증명해내야 하는 것이다. 말만큼 쉬운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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