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형평성' 발언 이후, 검언유착 수사 사실상 '제자리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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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0-05-0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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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계 일부 "이제는 압수수색 해도 나올 것 없어... 사실상 수사 종료"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지난달 말 채널A에 대한 압수수색이 별소득 없이 끝난 뒤 실질적인 진척이 거의 없는 상태다. 진실규명을 위해서는 추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필요성은 여전하지만 수사를 끌고 갈 동력이 남아 있는지는 의문이다.

복수의 검찰과 법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채널A에 대한 압수수색 종료 이후 ‘검언유착’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개점휴업’ 상태다. 진실 규명의 열쇠인 ‘최측근 검사장 녹취파일’ 등 핵심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데다 현재로서는 추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할 수 있는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채널A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라’는 여론이 비등하지만 MBC를 압수수색 하지 않는 한 추가 압수수색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인이자 의혹의 제기자인 MBC를 압수수색 한다는 것은 엄청난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만큼 수사팀으로서는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 됐다.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공개적으로 '수사의 형평성'을 거론하며 수사팀을 질책한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29일 윤 총장은 “비례 원칙과 형평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하라”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이례적인 지시를 내렸다. 채널A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면서 MBC를 압수수색하지 않은 것을 두고 내린 지시였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채널A와 사건 당사자인 이모 기자의 집과 사무실, 노트북,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해 발부받았다. 하지만 ‘제보자’와의 대화 녹취 파일 등 MB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그러자 일부 언론에서는 중앙지검 수사팀이 의도적으로 부실하게 영장을 청구했다는 의혹을 보도했고, 뒤이어 윤 총장이 ‘형평성’을 거론하며 수사팀을 직접 공개 질타했다

총장의 이 같은 행보는 ‘검언유착’의 당사자인 채널A와 의혹을 보도한 MBC를 동일한 선상에서 놓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채널A는 취재윤리 위반, 취재원과 한 대화 자체가 범죄성이 있다는 것이고 MBC의 경우는 언론의 자유 영역에서 취재를 한 것"이라면서 이 둘을 동일 선상에 두고 압수수색을 하라고 지시한 것이 오히려 ‘비례와 형평의 원칙을 잃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법원이 기각한 MB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형평성'을 거론한 것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조차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시내에서 근무하는 고위 간부급 검찰 관계자는 “최측근이 연루된 사건인 만큼 작은 오해라도 생기지 않도록 총장이 각별히 처신에 주의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논란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의 한 대학교수는 "만약 대통령의 측근을 수사하는데 청와대가 '형평성'을 운운했다면 어떻게 됐겠나"라고 "윤 총장이 말도 안되는 짓을 하고 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논란의 초기 윤 총장과 검찰수뇌부를 적극 두둔하던 전·현직 검찰관계자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처음에는 "현 시점에서 (검찰총장이 위험을 무릅쓰고) 최측근을 보호하려고 하겠냐"며 호언하던 검찰 고위직 출신 법조계 인사들도 얼마 전부터는 “이번 건은 공부가 안돼 있어 말을 할 수 없다”고 입을 다물었다.

법조계에서는 ‘검언유착’ 수사가 사실상 끝났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고위직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금은 채널A를 압수수색 해봤자 나올 게 없을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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