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코로나19 극복과 국립공원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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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기자
입력 2020-05-0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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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기 국립공원공단 탐방관리이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되고, 산에서도 탐방객 거리 두기가 시행되고 있다. 방역 당국에서는 우리도 미국이나 유럽처럼 폭발적인 지역 감염이 나타날 수 있어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고 당부하고 있다.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지속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국민은 외출을 자제하는 문화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으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최근 구글은 흥미로운 자료를 내놓았다. 코로나19 사태 전후 개인별 위치기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은 영화관·레스토랑 등을 찾는 활동이 감소한 반면 국립공원·둔치·바닷가 등 탁 트인 야외 활동이 약 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에서는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정보통신(IT) 기술력 그리고 높은 시민의식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잘 대처한 국가 중 하나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함께 잘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는 개개인의 지친 건강과 2차적인 어려움인 우울·불안 심리를 회복하는 데 역부족일 것이다. 코로나19 진정 후에도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불안한 마음을 추스르고 삶의 의미를 찾기에는 국립공원만 한 공간이 없다.

국립공원은 우리나라 생물종의 43%가 서식하고, 멸종위기종의 65%가 서식하는 대표적인 청정 지역이다. 잘 보전된 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은 연간 4300만명에 이른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민들은 도심 주변의 자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3월 한 달 북한산과 계룡산을 찾은 탐방객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 62% 증가했다. 국립공원의 오염되지 않은 청정 공기와 계곡의 물 소리, 새 소리와 함께 언 땅을 뚫고 나오는 야생화 그 자체가 지금 이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에 최적인 것이다.

1984년 독일에서 진행된 자연경관 능력에 대한 연구에서는 창밖으로 나무가 잘 보이는 병실의 환자는 회색 벽이 보이는 병실의 환자와 비교했을 때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결과를 얻었다. 또,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과학자들은 창을 통해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유익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국민의 14%가 고생하고 있는 환경성 질환자를 대상으로 국립공원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아토피 피부염 환아의 피부 수분도는 29% 증가했고, 경피 수분 손실량이 17%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또한, 학교 폭력의 가해·피해 경험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치유캠프를 운영해 인성과 사회정서 역량이 7% 이상 향상되는 효과도 있었다.

사람들이 생활 터전을 대부분 도시로 옮긴 것은 산업혁명 이후지만 여전히 자연환경에 적응한 상태로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자연은 인간에게 편안함을 주고, 지친 심신에 대한 치유의 장소가 되는 것이다.

국립공원공단은 코로나19 진정 이후, 보다 많은 국민이 국립공원에서 활기를 찾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격리돼 있거나 외출을 자제하는 국민을 위해 유튜브 영상으로 봄 소식을 전하고 있으며, 아빠와 함께하는 지리산 여행, 철새 탐조, 별자리 체험 등 이색 프로그램은 물론 소방관, 환경성 질환 어린이 가족 등을 대상으로도 치유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금낭화·조팝나무 등 봄을 알리는 야생화가 가득하고, 새 생명을 키우기 위해 둥지 짓기에 바쁜 박새·동고비의 모성이 느껴지는 국립공원에서 국민들이 몸과 마음의 평화를 찾고 희망의 싹이 돋길 기대해 본다.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탁 트인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국립공원이 큰 힘이 되길 바란다.
 

김상기 국립공원공단 탐방관리이사[사진=국립공원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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