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돈으로 주택공급 공공성 달성?"…분양가 통제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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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0-05-0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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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래미안 원베일리, 둔촌주공 등 조합원-일반 분양가 역전 잇따라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래미안 원베일리, 개포 주공 1단지, 둔촌주공 등 서울 주요재개발 사업장에서 일반 분양가가 조합원 분양가보다 저렴한 역전 단지가 잇따르고 있다. 공공성 없는 주택 재정비 사업은 허락할 수 없다며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공공의 선을 달성하기 위한 희생의 주체가 조합원이여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HUG와의 분양가 협상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분양보증 기관인 HUG는 이 단지의 적정 분양가를 지난해 11월 분양한 '르엘 신반포 센트럴(4891만원)'과 비슷한 수준인 3.3㎡당 4900만원 수준으로 보고 있는데 이럴 경우 조합원들의 평균 분양가는 5560만원으로 예상돼 조합원들의 반발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공급면적 112㎡(전용 84㎡)기준으로 조합원 분양가는 약 18억8700만원이지만 일반분양가는 16억6303만원이 된다. 조합은 가구당 평균 2억3000만원 수준이었던 분담금이 1억~2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 관계자는 "일반분양가를 조합원 분양가인 5500만원선으로 맞추는게 형평성 있는게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일반분양가를 5500만원대로 해도 인근 시세의 절반 가격이라 공공성 취지도 침해하지 않는다"면서 "이게 조합원들의 이기적인 행동"이냐고 반문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조합도 HUG와 분양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재 조합원이 제시한 분양가는 3.3㎡당 3550만원이지만 HUG 측은 2970만원을 고수하고 있다. 둔촌주공 조합은 HUG측이 제시한 2970만원으로 일반분양가가 책정되면 조합원과 비슷한 수준이라 사업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은 오는 6월전까지 HUG와 분양가 협상을 완료한 뒤 기존대로 일반분양가를 3550만원으로 맞추지 못하면 후분양으로 전환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조합은 HUG와 분양가 협상을 앞두고 일반분양가를 3.3㎡당 4850만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최근 개포 재건축 지구에서 분양한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개포주공4단지 재건축)의 분양가(3.3㎡ 당 4750만원)를 고려하면 조합 의견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HUG가 평당 분양가를 4750~4800만원 이하로 책정하면 사업성이 떨어져 조합원분양가를 올릴 수 밖에 없다. 한 조합원은 "분양가를 평당 100만원 낮출 경우 가구당 500~1000만원씩 더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재정비 사업장에 가해지는 규제는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오는 7월 28일이 지나면 일반분양가와 조합원 분양가의 차이가 더 좁혀지는 현상이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재건축·재개발 초과이익환수제,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상향(15%→20%, 서울의 경우 최대 30%) 조정 등으로 앞으로 재건축 사업성은 점점 악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재건축 사업장만 초과 이익을 환수할 것이 아니라 '로또분양'에 대한 일반분양자들의 이익도 환수해야 공평한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한 조합 관계자는 "30년~40년을 흙탕물이 나오는 아파트에서 버텨가며 각종 재건축 스트레스에 시달려 온 조합원들보다 일반분양자들이 재개발로 인한 이익을 모두 가져가는 정책이 과연 정부가 말하는 형평성"이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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