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위기의 두산’…탈원전 탓하다 ‘미래 100년’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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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산업부 차장
입력 2020-04-29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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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실패'를 표제 기사로 다룬 2019년 5월 4일자 슈피겔지.  [사진=슈피겔 홈페이지]


“30년 전쟁이 끝났다.”

독일의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자이퉁(FAZ)'은 2011년 5월 30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모든 원전 2022년까지 폐기” 선언에 대해 이같이 표현했다.

이로써 원전 사용을 지지하는 보수진영과 반핵평화운동을 주도한 진보진영이 40년간 벌인 원전 논쟁이 종식됐다. FAZ는 이를 17세기 유럽에서 벌어진 구교와 신교 간의 ‘30년 전쟁’에 빗댄 것이다.

독일의 원전 논쟁은 정말 끝난 것일까. 애석하게도 10년 가까이 진행된 메르켈 정부의 ‘에너지전환(Energiewende)’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대세가 된 탈원전에 공감하면서도 재생에너지 활성화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꾸준하다.

대표적인 탈원전 비판 담론은 2019년 5월 4일 독일의 유력 시사 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이 표제 기사로 다룬 ‘독일의 실패작(Murks In Germany)’이다. 슈피겔은 전반부에선 메르켈 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하면서도 정작 ‘탈석탄’ 정책을 소홀히 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축소 압박에 직면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결국 천연가스 활용을 높이고 풍력·태양광·수력 등 친환경 전력 생산을 늘리라고 주문한다. 건물·교통·산업 영역의 ‘탄소세 도입’도 강조한다. 결국 탈원전 성공을 위해 재생에너지 활성화가 필수적이란 주장이다.

한국도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탈원전 정책에 속도를 냈지만 3년째 이견이 분분하다.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 등 국민적 우려가 크고 원전수주 물량 감소에 따른 기업의 위기감 때문이다.

특히 국내 유일의 원전 주(主)기기 제작사인 두산중공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회사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부채 4조9000억원 중 올해 만기 도래 차입금만 4조2000억원이다. 이에 5년여 만에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결국 정부가 긴급 자금을 수혈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지난달 1조6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8000억원의 추가 지원도 검토 중이다. 두산그룹은 그 대가로 3조원을 확보하겠다며 27일 최종 자구안을 제출했다.

재계는 1896년 설립된 ‘100년 기업’ 두산의 이 같은 쇠락은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랜 시간 명맥을 유지했지만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앞두고 “시간이 부족하다”며 대응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석유선 산업부 차장]

케빈 케네디는 저서 ‘100년 기업의 조건’을 통해 기업이 명맥을 유지하려면 ‘지배구조’와 ‘경영’ 두 가지 측면에서 위기가 발생할 조건들을 잘 극복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의 두산을 보면 향후 100년이 암담하다. 특히 지배구조를 확보한 오너 일가의 행보가 일단 실망스럽다. 채권단과 두산중공업노조는 오너 일가의 ‘고통분담’을 강조했지만, 사재 출연은 요원해 보인다.

경영을 잘한 것도 아니다. 두산중공업노조는 두산이 적자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박지원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고 개탄한다. 신사업 확보에도 실패해, 그나마 알짜인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을 키워놓자마자 내다 팔 위기에 처했다.

현재 국내에 100년 장수기업은 지난해 기준 8개에 불과하다. 재계에선 10년 경영도 힘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두산의 현재가 안타까운 이유다. 정부 정책만 탓하다가 힘들 땐 국민의 세금에 기대 자금 수혈만 바라는 기업이 과연 다음 100년을 기대할 수 있을까. 두산 오너 일가가 이번 자구안을 통해 과연 얼마나 ‘뼈를 깍아낼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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