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준 회장은 왜 사모펀드에 프리드라이프를 넘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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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0-04-2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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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계 1위 유지하며 협회 설립 의지 보여왔던 박 회장

  • 엑시트 방향 고민하다 VIG 인수가격 공감대 형성

  • VIG는 좋은라이프 합병 이후 매각 전략 짤 듯

프리드라이프가 사모펀드(PEF) VIG파트너스에 인수됐다는 소식이 나온 지 보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VIG파트너스는 “상조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고, 박헌준 프리드라이프 회장은 한 언론에서 “이번 투자를 통해 금융사와 해외 기관이 주목하는 상조산업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M&A)의 양 주체는 상조산업 발전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표면적 목적을 내세웠지만, 상조업계 관계자들은 진정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보람상조가 향군상조회를 인수하기 전까지 선수금 규모 1위를 유지하던 프리드라이프였기에 사모펀드 매각은 “충격적이다”라는 반응이 나오게 만들었다. 이번 계약은 극비리에 진행됐기에 사내 재무담당 임원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프리드라이프 경영진은 24일 기준 현재까지 이번 M&A 관련 입장을 직원들에게조차 전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헌준 프리드라이프 회장


박 회장은 상조산업에 그 누구보다 애정을 드러내 왔다. 맨손으로 현대종합상조(현 프리드라이프)를 창업해 20여년 가까이 경영하면서 업계 최상위 업체로 올려놨고, 9년 연속 흑자경영과 자산총액 1조원을 달성했다. 보람상조가 향군상조회를 인수하기 전까지만 해도 업계 최초 선수금 1조원 기록은 프리드라이프가 달성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최근에는 배우 최수종을 내세워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고, 한국상조산업협회(한상협)를 출범시키면서 통합 상조협회 초대 회장직에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무엇보다 상조업 발전을 강조하며 경영에 의지를 보여왔던 박 회장이었기에 이번 매각 소식은 많은 관계자를 놀라게 했다.

한 중견 상조업체 대표는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배경에 대해 갸우뚱하고 있었다”며 “주주만 승인하면 (지분을 매각)할 수는 있지만, 박 회장의 의도를 잘 모르겠다. 사모펀드가 인수했으니 어쨌든 회사를 확장하는 역할을 할 텐데, 향후 결과에 따라 이번 매각 결정의 평가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상조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 회장은 작년 말부터 회사 매각을 고려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상조회사는 회계지표 특성상 선수금을 받을수록 부채가 늘어나고, 이익을 내기 힘든 구조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면 운영하기가 어렵다. 또한 프리드라이프는 선수금 및 자산 규모가 커 적절한 인수자를 찾기 어려웠는데, 마침 VIG파트너스와 M&A를 위한 가격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전격적으로 계약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VIG파트너스 입장에서도 프리드라이프는 매력적인 매물이었다. VIG는 지난 2016년부터 좋은라이프, 금강문화허브, 모던종합상조 등 중소 상조업체를 인수해 왔다. 상조업계가 상품 가입자가 600만명을 돌파하는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점에 주목해 인수 및 몸집 불리기 전략을 세웠지만, 상위 10대 업체에 가입자 편중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중소업체 연합만으로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향군상조회가 매물로 나왔을 때도 인수 후보자에 좋은라이프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한 상조업체 관계자는 “언론에서 나오고 있는 매각 금액이 맞다면 박 회장은 엄청난 수익을 낸 거래를 한 셈이다. 회사를 매각하더라도 그동안의 경영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고문 등으로 위촉될 수 있고, 한상협 회장을 맡아 활동도 가능하다”며 “VIG는 인수기업을 키워 바이아웃해야 하는데 좋은라이프, 금강문화허브 등으로는 답이 없었을 거다. 결국 대형시장을 봐야 했고, 이전부터 대형 상조회사 한두 곳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이 많았다”고 전했다.

IB업계 관계자도 “사모펀드가 인수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부정적으로 보기는 힘들다. 인수 회사의 가치를 높여 다시 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피인수회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사모펀드는 특정 산업 발전 측면보다는 엑시트 전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프리드라이프 은행 예치금 중 상당 부분이 박 회장 개인 명의로 지급보증하고 있는 형태가 부담됐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프리드라이프 회계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선수금은 9193억원, 예치금은 4725억원이다. 예치비율은 51.40%를 기록 중이다. 할부거래법상 상조업체는 선수금의 50%를 은행이나 공제조합에 예치해야 한다. 프리드라이프는 공제조합 대신 은행에 선수금을 예치 중인데, 모든 예치금이 현금은 아니다. 프리드라이프는 1187억원만 현금 예치계약을 맺었고, 지급보증계약은 3538억원 규모다. 이 중 박 회장이 지배주주로서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금액이 2090억원이다.

다른 상조업체 대표는 “프리드라이프의 부동산 자산이 2000억원 정도이고, 현금성 자산은 많지 않다. 6~7년 전에는 주관사를 선정해 상장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실패했다”며 “박 회장의 자산이 2000억원 이상이긴 힘들고 연대 보증 형태로 들어갔다고 볼 수 있는데, 매년 지급하는 수수료만 해도 상당할 거다. 결과적으로, 수년간 당기순이익을 내고 배당을 줄 정도가 됐는데, (매각하는) 시기가 맞았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VIG파트너스는 프리드라이프 인수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프리드라이프는 업계 최고 규모의 선수금을 보유한 업체로, 이미 인수한 업체들과 합병이 가능하다. 예치 선수금 50%를 제외한 금액으로는 다양한 분야에 투자도 가능하다. 프리드라이프가 지난해 300억원 가까운 순이익을 낸 만큼 적극적인 배당 정책도 고려할 수 있다. VIG파트너스는 네오플럭스 컨소시엄과 함께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BHF홀딩스를 통해 바디프랜드에 투자한 바 있는데, 최근 바디프랜드 당기순이익 343억원 중 72.9%를 배당으로 지급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라임 사태’ 등 상조회사 인수합병에서 불법 행위 및 소비자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관련 과정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소비자들에게는 상조회사 인수합병 이후 선수금 보전 여부 등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번 매각과 관련해 박 회장 측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박 회장과는 연락이 닿았으나 기자 신분을 확인한 이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전화를 끊어 입장을 확인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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