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자본확충 전략 수정...초단기 채권 발행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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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0-04-2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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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이 주요 자본확충 방식인 채권 발행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올해 들어 1년 이내 초단기 채권 발행을 늘렸고, 지난해 3조원가량 발행한 커버드본드는 발행하지 않을 계획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올해 들어 이날까지 총 18조3133억원의 채권을 순발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3502억원 순상환한 점을 감안하면 발행액이 급증했다. 순발행액은 신규 발행액에서 만기가 도래해 상환한 채권을 뺀 금액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대출 수요가 급증했고, 대출에 필요한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채권 발행을 크게 늘린 것이다.

올해 발행한 채권은 만기가 1년 이내인 초단기 물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4대 은행은 올해 9조28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신규 발행했는데, 이 가운데 초단기 채권 규모가 5조4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이들 은행이 신규 발행한 채권(10조3700억원) 중 1년 이하 만기 채권은 없었다.

은행들은 채권을 발행할 때 보통 3년 이상의 중장기 채권을 사용한다. 짧은 만기 채권이 많을수록 채권을 다시 찍어내야 하는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기가 긴 채권을 발행함으로써 조달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올해 초단기 채권이 급증한 것은 은행들이 장기물을 발행하는 것이 손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크게 악화했고, 이에 따라 안전자산인 채권 수요가 늘어 갈수록 채권값이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채권값 상승은 채권금리 하락을 의미한다.

실제로 은행채(AAA) 3년물 금리(민평 기준)는 지난해 말 1.576%에서 지난달 중순 1.245%까지 33bp(1bp=0.01%포인트) 내려갔다. 10년물 금리 역시 1.945%에서 1.542%로 40bp 이상 급락했다. 다만 지난달 중순 이후 정부의 채권시장안정펀드 물량으로 채권 수요가 늘어나자 금리는 오름세를 보이는 중이다.

지난해 발행을 크게 늘린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는 올해 발행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4대 은행은 지난해 총 2조9200억원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커버드본드는 주택담보대출, 국공채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담보부채권이다. 만기가 5년 이상이어서 발행 후 조달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고, 같은 만기일 경우 선순위채보다 금리가 낮다. 특히 커버드본드는 발행액의 1%가 예대율 산식에서 분모에 해당하는 예수금에 포함돼 지난해 은행들은 예대율 관리를 위해 커버드본드 발행을 늘렸다.

올해 커버드본드 발행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은 채권 금리 하락으로 은행채와 커버드본드 간 금리 차이가 축소된 탓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10일 연 1.66%의 금리로 600억원 규모의 만기 15년짜리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는데, 같은날 은행채(AAA) 15년 만기 민평금리는 1.878%로 금리차가 22bp(1bp=0.01%포인트)에 달했다. 은행채 15년 만기 금리는 지난달 1.559%까지 떨어졌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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