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자의 속사정] 로봇에 꽂힌 정기선 부사장...현대重 ‘미래 달렸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석유선 기자
입력 2020-04-23 03:2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내달 현대로보틱스 자회사 분리 예고...경영능력 시험대

  • 아버지 정몽준 이사장 증여금으로 주식 5.1% 확보

  • 조선업 위주의 현대중공업그룹, 산업용로봇사업 성패 중요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경영 능력이 올해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 현대중공업지주는 오는 5월 로봇사업 부문인 현대로보틱스의 자회사 분리를 예고했다. 실질적으로 이를 주도한 정 부사장의 역할이 새삼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 부사장에게 승계 작업을 착착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CEO스코어 집계 결과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오너일가는 정 이사장과 정 부사장 단 두명뿐이다. 정 이사장의 보유 주식은 25.8%(1조4634억원)에 달하며, 정 부사장의 보유 주식은 전체의 16.5%(2893억원)에 이른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연합뉴스]



특히 정 부사장은 지난해 3월 현대로보틱스의 지분을 다량 사들였다. 당시 아버지 정 이사장으로부터 증여받은 현금 3040억원과 본인 대출 500억원까지 투입해 KCC가 보유해 온 현대로보틱스 지분 5.1%(83만1000주)를 매수했다. 이전까지 정 부사장이 보유한 현대로보틱스 주식은 단 97주에 불과했다. 정 부사장의 과감한 지분 확보는 그룹 차원에서 현대로보틱스를 키우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현대로보틱스의 물적분할과 신설법인 계획과 관련, "현대로보틱스는 로봇사업에 맞는 투자와 경영 효율성 제고로 글로벌 톱티어 로봇기업으로 발돋움해 2024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도 현대로보틱스와 관련해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2018년 현대중공업지주 로봇사업 대표로 발탁된 서유성 전무가 불과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 사실상 로봇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기선 부사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지분 확보와 인사로 전열을 갖춘 정기선 부사장이 과연 올해 로봇사업을 통해 얼마나 성과를 낼지 관심사다. 정 부사장이 현대중공업의 주요한 신성장동력 부문을 맡은 만큼 부담감이 상당할 것이란 게 재계의 관측이다.
 

현대로보틱스는 자동차 공장의 생산성 향상과 노동력 절감 목적으로 활용되는 아크용접, 스폿용접, 핸들링, 실링 분야의 산업용 로봇을 제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로보틱스는 산업용로봇 수요가 많은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다. 현재로선 현대로보틱스가 그룹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지만, 정기선식(式) 경영 방식에 따라 우수한 인력을 대거 채용하는 한편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에 따라 매출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으로선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국제유가 폭락과 그에 따른 타격이 큰 조선업이 주류라 신사업인 로봇사업의 성패가 중요하다. 지난 2월 기준 조선 계열 3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의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20% 줄었다.

시장성은 일단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인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산업용로봇 시장은 2019년 487억 달러(약 56조7062억원)에서 2024년 756억 달러(약 88조286억원)로 연평균 9.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정몽준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부사장은 일찌감치 경영에 참여해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고심해 왔다”면서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국제 유가 하락과 선박 발주 부진이 심화되면서 그가 역점을 둔 로봇사업의 성패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