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폐 열풍] CBDC '열공' 나선 중앙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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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0-04-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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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진국 거액결제, 개도국 소액결제용 연구

  • 한은, 내년 중 CBDC 파일럿 테스트 진행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디지털화폐(CBDC) 발행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CBDC가 지급결제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선진국들은 거액결제를 위해, 개발도상국은 소액결제용 CBDC에 관심이 많다. 국내 한국은행도 CBDC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한다.

◇금융기관 간 이용에 주목하는 선진국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CBDC를 거액결제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기관 간 결제 시 분산원장 기술을 적용하면 결제 효율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365일 24시간 결제가 가능해지고, 결제 과정이 간소화돼 처리속도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결제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분산원장 방식은 거래참가자가 각각 원장을 보유하고 거래를 기록하는 방식이다. 은행이 거래고객의 결제 정보를 보유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고객이 서로 연결돼 금융 거래 정보를 기록하게 된다. 이 같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 은행과 같은 거대 기관이 거액을 주고받을 때 사이버 공격 등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행이 최근 펴낸 '주요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대응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싱가포르,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이 같은 배경으로 거액결제용 CBDC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캐나다와 싱가포르는 지난 2016년 부산원장기술의 적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 실시간 결제, 유동성 절감 매커니즘, 증권대금 동시결제, 외환 동시결제 등에 대한 테스트를 완료했다. 특히 캐나다는 오는 상반기 중 CBDC 관련 입장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일본은행과 유럽중앙은행 역시 이 같은 테스트를 위해 공동파일럿 프로젝트 '스텔라'를 2016년부터 가동하고 있다. 스위스는 자국 증권거래소와 협력해 디지털자산과 유가증권 거래에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프랑스 중앙은행은 은행 간 결제 부문에 CBDC 연구를 강화할 계획이다.

국제결제은행(BIS)도 CBDC 연구에 나섰다. BIS는 영국 영란은행, 유럽중앙은행을 비롯해, 일본·스웨덴·스위스 중앙은행과 함께 CBDC 정보공유그룹을 신설했다. CBDC 발행이 통화정책 및 금융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소액결제용 CBDC로 금융포용 추진

개발도상국 중앙은행들도 CBDC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연구 목적이 선진국들과 차이가 있다. 개도국의 경우 지급결제시스템 발달이 더딘 나라를 중심으로 CBDC를 통해 '금융포용'을 기대하고 있다. 분산원장 방식으로 은행계좌를 보유하지 못한 상당수 인구를 제도 금융권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목적에서다. 또 인구는 적지만 국토가 넓은 국가일수록 CBDC 이용 시 화폐 발행 및 유통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미 많은 개도국 중앙은행들이 이러한 목적으로 CBDC를 시범 발행해 운영하고 있다. 2017년 11월부터 6개월간 디지털화폐를 발행한 우루과이가 대표적이다. 다만 우루과이는 분산원장 방식을 이용하진 않았다. 국영 이동통신사의 휴대전화 이용자 1만명을 대상으로 국영 결제회사에 디지털 계좌(e-Peso)를 개설하게 하고, 휴대전화를 통해 개인 간 송금 및 소매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우루과이의 실험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2월 우루과이 국가보고서에서 e-Peso 사용이 화폐 거래비용을 절감시키고, 금융포용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급결제 시스템뿐 아니라 통화정책 파급경로, 기존 금융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바하마는 지난해 12월 700여개의 자국 섬 가운데 엑주마 섬을 대상으로 CBDC 시범 발행에 나섰다. 시민들에게 디지털지갑을 제공하고 QR코드를 활용해 금융거래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섬으로 구성된 국토 특성상 불편이 큰 현금사용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캄보디아 역시 CBDC 시범 발행에 나선 대표적인 나라다. 캄보디아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 보급률이 96%로 높아 모바일 결제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지만, 은행계좌 보유율은 22%로 낮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7월 CBDC 시범 발행에 나섰으며 현재까지 시중은행 및 결제서비스 제공 기관과 협력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중국과 터키가 올해 중 소액결제용 CBDC 시범운영에 나설 계획이며, 선진국 중에서는 EU가 지급결제시스템 안정을 위해 관련 연구 착수를 검토하고 있다.
 

[자료=한국은행]


◇전세계 중앙은행들 '스웨덴 모델'에 주목

이처럼 주요국들이 CBDC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최근 시범 운영을 시작한 스웨덴에 주목하고 있다. 선진국 가운데 소액결제용으로 CBDC를 시범 발행한 최초 국가인 데다, 2017년 3월부터 3년여간 CBDC 도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CBDC 발행에 대한 완성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자체 CBDC인 'e-코로나'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소매부문 현금 결제 비중이 2010년 40%에서 2016년 15%까지 하락하는 등 현금사용 감소에 따라 CBDC 도입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릭스방크는 우선 내년 2월까지 e-코로나를 운영할 계획이다.

릭스방크는 시범운영 후 내년 여론 수렴을 거쳐 e-코로나를 정식 발행할지 결정한다. 다만 릭스방크가 정식 발행을 결정하더라도 최종 발행을 위해서는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릭스방크의 CBDC 발행 권한과 e-코로나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중앙은행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스웨덴의 이번 CBDC 시범 운영이 전세계적으로 현금 사용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은행도 CBDC 파일럿 테스트를 추진한다. 오는 7월까지 국내 지급결제 환경 및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해 CBDC 시스템의 운영 방식을 정하고, 8월까지 구현기술 검토를 마칠 계획이다. 하반기에 업무 프로세스 분석을 한 뒤 내년 CBDC 시범운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은은 지난 2월 금융결제국 내에 디지털화폐연구팀 및 기술반을 신설했으며, 현재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발행 권한 등 CBDC 도입 시 예상되는 법적 이슈도 점검해야 한다"며 "한국은행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 필요성을 검토해 구체적인 개정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료=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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