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호흡기 전쟁] 중국산 인공호흡기 '코로나 특수'…전 세계 주문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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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0-04-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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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려오는 해외주문···공장 24시간 돌려도 수요 맞추기 어려워

  • 외국계가 이미 장악한 시장···'품질'로 승부해야

“만약 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다면 중국서 치료받고 싶다. 중국은 병원 한 군데에서만 50~60대 산소호흡기를 갖추고 있다."

지난 2월 말 중국 코로나19 현황을 시찰하러 온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팀의 브루스 에일워드 박사가 한 말이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전 세계가 인공호흡기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 내 인공호흡기 공급이 충분하다는 걸 목격하면서다.

◆ 밀려오는 해외주문···공장 24시간 돌려도 수요 맞추기 어려워

인공호흡기는 코로나19 환자의 폐에 산소를 공급하는데 꼭 필요하다. WHO는 감염자 6명 중 1명은 인공호흡기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 전 세계 인공호흡기는 턱없이 부족해진 상황이다. 

중국 경제지 21세기경제보는 현재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이탈리아 등이 보유한 산소호흡기는 모두 21만대로, 전 세계적으로 약 90만대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집계했다. 이에 그동안 유럽, 미국 지역에서 거들떠 보지도 않던 중국산 인공호흡기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1월 중순 코로나19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본격적으로 확산되며 중국 인공호흡기 업체들은 잇달아 공장을 가동해 대량 생산에 돌입했다. 최근 중국 내 코로나 진정세 속에 이제는 중국산 산소호흡기가 유럽, 미국 시장 수요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3월 1일부터 4월 4일까지 약 한달간 중국 인공호흡기 1만6000대가 전 세계로 수출됐다. 약 3억1000만 위안어치 물량이다.

중국 대다수 인공호흡기 업체들은 해외서 밀려들어오는 주문량을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다.

중국 의료기기 업계 일인자로 불리는 마이루이의 리시옌 회장은 “중국에 주재하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 각국 대사들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수천대씩, 심지어 더 많은 인공호흡기가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루이 공장은 춘제(중국 설) 연휴부터 현재까지 단 하루도 쉬는 날 없이 24시간 풀 가동 중이다. 다들 야근도 불사하며 인공호흡기를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마이루이는 앞서 이탈리아에 인공호흡기를 비롯한 1만대 가까운 장비를 수출하는 계약도 따냈다. 

중국 또 다른 인공호흡기 업체인 위웨의료도 지난달 스페인에 2000대 인공호흡기를 수출하기로 한 상태다. 업체 관계자는 "이미 생산량이 과부하 상태로, 5월 중순까지 주문이 꽉 차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베이징 이안의료도 최근 세르비아에 145대 인공호흡기를 수출했다. 

공급물량이 딸리면서 인공호흡기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 인공호흡기 대리판매상은 "2주 전부터 인공호흡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해 약 30~80%씩 올랐다"고 했다. 수요가 급증하는 데다가, 부품가격·물류비 상승이 겹치고, 여기에 투기꾼까지 중간 거래에서 장난질을 치며 "가격이 오전이 다르고 오후가 다르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중국산 인공호흡기. [사진=신화통신]


​◆ 외국계가 이미 장악한 시장···'품질'로 승부해야

사실 그동안 중국산 인공호흡기는 저가 이미지가 강해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미미했다. 전 세계 인공호흡기 시장의 80%는 예팅예(스웨덴), 드래거뵈르크(독일), 해밀턴(스위스), 메드트로닉(아일랜드), 제너럴일렉트릭(미국) 등 외국기업이 장악했다.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의료용 중증 인공호흡기 연간 생산량은 약 10만대인데, 중국 연간 생산량은 약 1만대 남짓이다.

중국 국내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판매량 기준 중국 10대 인공호흡기 브랜드 순위엔 마이루이와 이안의료, 선전커만 등 3곳의 중국기업만 포함됐다. 나머지는 모두 독일, 미국 브랜드로 채워졌다. 현재 베이징, 상하이 등지의 대형 종합병원엔 대부분 수입산 인공호흡기가 갖춰져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인공호흡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국산 제품을 찾는 업체들이 늘었다. 특히 코로나19 발발 이후 마이루이 등 중국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유럽에 인공호흡기를 대거 기부했는데, 이것이 중국산 제품의 효력을 입증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중국산 인공호흡기가 전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중국 업체들의 품질 향상에 달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 경제지 매일경제신문은 코로나19가 중국산 인공호흡기 앞날을 결정지을 중요한 시험대라고 전했다. 만약 품질 불량 문제가 나타난다면 결국 코로나19 이후 중국산 인공호흡기는 또 다시 구미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도 전 세계에 수출되는 중국산 의료물자 품질관리에 신경쓰고 있다. 중국 상무부, 해관총서,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이 이달 1일부터 해외로 코로나19 관련 진단키트, 인공호흡기, 마스크, 방호복 등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품질이 적합하다는 걸 증명하는 중국 의료물품 인증서를 제출하도록 한 게 대표적인 예다. 

한편 중국 기업정보 사이트 톈옌차에 따르면 중국 내 산소호흡기 관련 기업은 모두 992곳이다. 이 중 수출입 자격이 주어진 기업은 약 90곳이다. 특히 미국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인증(CE)을 획득한 업체는 더더욱 적다. 중국 내 자가 호흡이 불가능한 중환자실 환자용 침습성 인공호흡기 생산기업은 모두 21곳인데, 이 중 9곳만 CE를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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