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 노사갈등 최악... '사납금제 폐지'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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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원 인턴기자
입력 2020-04-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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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주 52시간제 시행과 최저임금 인상이 사납금제 등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와 연결되면서 노사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노사 갈등은 올 상반기 들어서는 더욱 악화되는 양상이다.

사측은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할 수 없다며 폐업과 정리해고를 하겠다는 등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고 이에 맞서 노조도 사측을 각종 법령위반으로 고발하는 한편 경영권을 확보해 회사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해 11월 경북 경산지역 택시업체 3곳은 노조의 파업을 이유로 직장을 폐쇄했다. 업체 측은 노조가 파업을 철회한 이후에도 노조 측에 임금포기 등의 각서를 요구하며 회사 문을 열지 않다가 경산시의 운행재개 명령과 대구노동청의 압수수색을 받은 뒤에야 ‘포기각서’ 요구를 접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이 고소고발을 제기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갈등이 번지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사납금제 폐기를 놓고 정부와 택시업계 간 갈등은 물론 노사갈등과 노노갈등까지 복잡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사납금제가 폐지됐지만 부산지역 일부 택시노사가 사납금 제도를 계속 유지하려고 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도 사납금제도를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고, 한국노총 계열의 노조와 민주노총 계열의 노조 사이의 시각차도 커 갈등해결이 쉽지 않은 양상이다. 민주노총 측은 사납금제가 명백히 불법인 만큼 이를 계속 유지하는 곳에 대해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고발조치를 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다.

노사 양측이 모두 불만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갈등은 고소고발전이라는 감정대결로 번지기도 했다.

울산에서는 택시업체 업주가 노조위원장을 최근 경찰에 고발했다. 노조위원장으로 장기집권하면서 노동자들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빌미로 갑질을 했을 뿐 아니라 회사가 지급한 노조원들의 복리후생비를 빼돌렸다는 것.

양원산업 사주 측은 “노조위원장이 사주로부터 고급 외제승용차를 사실상 강탈했다”면서 “1000만원을 찻값으로 지급해 놓고 나중에 되돌려 받아 갔다”고 경찰에 노조위원장을 고발했다. 또 “매년 회사가 지급한 복리후생비도 노조위원장 개인통장으로 받아갔고, 노조원들은 복리후생비 지급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고 고발장에서 주장했다.

노조 측은 사측이 직장을 폐쇄하고 노조원들을 정리해고했다면서 “노조를 죽이기 위해 거짓말로 모함을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고급 외제승용차라고 하나 10년 가까이 된 중고차로 1000만원을 주고 정식 구입했다’면서 ‘복리후생비 통장도 명의만 노조위원장의 것일 뿐 실제로는 노조가 관리하는 통장’이며 ‘한푼도 엉뚱한 곳에 쓴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울산중부경찰서는 조만간 고발인 조사에 이어 피고발인 조사를 진행해 진상을 가릴 계획이다.

이같이 택시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사납금제 폐지의 영향이 크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택시 사납금 제도는 폐지됐다. 대신 택시요금 전액관리제가 시행됐다. 회사는 노동자가 하루 8시간 이상 일하면 수익에 상관없이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처우가 열악해졌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월급이 오히려 줄었고 심한 경우 3분의1 이하로 줄어든 사람도 있다는 것. 택시회사도 수익이 줄었지만 관리비용은 늘었다며 불만을 늘어놓고 있다.

실제로 강원도 태백에서는 택시기사들이 사납금 인하를 요구하자 택시업체가 ‘차라리 감차를 하겠다’며 태백시에 감차절차를 밟아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태백시는 감차가 정리해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택시기사들 역시 같은 입장으로 사측이 감차를 강행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택시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업계 전반이 어려움에 빠져든 상황이어서 고소고발 등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노사갈등이 자칫 장기불황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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