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싱 사태]"기운내자" 이틀 뒤 "자책한다"…비빌 언덕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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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04-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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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계조작 공식사과 "철저히 조사·보상"

  • 꼬리 자르기 논란 속 책임 회피 모습도

  • 배상보험 실낱 희망, 범죄라 지급 난망

루정야오 루이싱커피 회장이 회계 조작 공개로 주가가 폭락한 이튿날인 지난 3일 웨이보에 "오늘은 더욱 원기 충만하게. 젊은 친구들 힘내자"라는 글을 게재해 논란이 일었다. [사진=웨이보 캡처]


"오늘은 더 원기 충만하게. 다들 힘내자"

루이싱(瑞幸·Luckin)커피가 회계 조작을 자인하면서 주가가 폭락한 이튿날인 지난 3일 루정야오(陸正耀) 회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한 글이다.

집단 소송과 상장 폐지 가능성이 언급되고 혹독하기로 소문난 중국 금융당국까지 조사에 나서자 루 회장의 어조가 바뀌었다.

이틀 후인 5일 그는 사과문을 통해 "부끄럽다.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며 자책했다.

뒤늦은 현실 인식이다. 미리 가입해 둔 보험으로 손실을 복구하기도 어렵다. 비빌 언덕이 사라진 루이싱커피에 '회생 불가' 딱지가 붙기 일보 직전이다.

◆사과했지만…'꼬리 자르기' 비판 거세

6일 펑파이신문 등에 따르면 루이싱커피는 전날 오후 발표한 공식 입장문에서 "이번 회계 조작 사건으로 초래된 악영향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사건과 관련된 임원과 직원들은 정직 처분 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제3자로 구성된 특별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오면 즉시 공개하고 필요한 보상을 진행하겠다고 공언했다. 루이싱커피는 "관련 임직원을 비호하거나 감싸지 않겠다"며 "깊이 반성하고 내규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상 경영을 유지하고 직원과 지점 서비스를 안정화하겠다"며 회생 의지를 내비쳤다.

같은 날 루 회장도 위챗 대화방에 올린 사과문에서 "좋은 커피 한 잔을 1000만 고객에게 대접하려던 게 창업 초심인데 회계 조작 사건으로 많은 이들을 실망시켰다"며 "조사위원회의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년간 너무 빨리 달린 탓에 많은 문제가 야기됐다"며 "이번에 호되게 넘어지게 됐는데 회장으로서 허물을 면하기 어렵다"고 반성하는 기색을 보였다.

지난 3일 SNS에 게재한 글에 대해서는 "(직원 등) 젊은 동료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일(현지시간) 나스닥 상장사인 루이싱커피가 개장 직전 22억 위안(약 3800억원) 규모의 회계 조작 사실을 공개하면서 터졌다. 지난해 매출액 추산치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날 루이싱커피는 75% 이상 급락했고, 이튿날인 3일 더 떨어져 현재 하락폭은 90% 이상이다.

사측은 류젠(劉劍)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일부 직원의 일탈로 몰고 싶어하는 분위기다.

실제 루이싱커피의 양페이(楊飛)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SNS에 "돈 문제는 나도 잘 모른다. 나도 다른 이에게 묻고 싶지 않으니 나에게도 묻지 말라"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 조작됐는데 루 회장 등 주요 임원들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루이싱커피 홈페이지]


◆보험금으로 손실 상쇄? 범죄라 어려워

누적 적자에 시달리던 루이싱커피에 이번 스캔들은 직격탄이 될 공산이 크다.

일단 천문학적인 수준의 집단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라 상장 폐지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루이싱커피 임원진 입장에서 더 두려운 것은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가 직접 나섰다는 점이다.

증감회는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루이싱커피의 회계 조작을 강력히 비난하며 법에 근거해 조사하고 위법 행위가 드러나면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우에 따라 벌금과 더불어 형사 책임까지 물을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기업이 소외당하는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징역형 등 고강도 처벌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경제적 손실의 방파제 역할을 기대했던 임원배상책임보험도 별무소용이 될 전망이다.

임원배상책임보험은 특정 기업 임원이 직무를 수행하던 중 부당 행위나 실수, 태만 등으로 회사나 제3자의 손실을 초래했을 때 이를 배상해주는 보험이다.

중국에는 1996년 도입됐지만 가입률은 상당히 낮다. 상하이 증시의 경우 상장사 가운데 8% 정도만 가입한 상태다.

미국과 홍콩 등에서는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어 나스닥 상장사인 루이싱커피도 이 보험 상품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배상 보증을 선 보험사는 핑안보험과 태평양보험, 중국인민보험 등 중국계 보험사는 물론 알리안츠와 AIG 등 다국적 보험사까지 10여곳이다.

핑안보험 측은 "루이싱커피의 신청을 접수해 손해배상 가능 여부를 심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태평양보험은 "배상액을 재보험사에 안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아직 루이싱커피의 공식 요청을 받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중국 기업들이 가입한 임원배상책임보험 계약을 살펴보면 보험료는 대략 50만~150만 달러, 손해배상 용도로 사용할 보험금 지급 규모는 5000만~1억 달러 수준이다.

문제는 고의적인 사기나 횡령·배임 등 형사상 위법 행위는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루이싱커피의 회계 조작이 범죄 행위로 확인되면 아무리 큰 규모의 임원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중국 매체 제일재경은 "핑안보험의 약관에 따르면 형사 범죄나 사기 행위에 대해서는 배상 책임이 없다"며 "루이싱커피의 회계 조작이 '고의적'이라고 판명되면 배상 범위에서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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