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막힌 서민금융]①연 145% 고금리 사채에 허덕이는 취약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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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기자
입력 2020-04-0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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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정 최고금리 인하 후 저축은행·대부업체 저신용자 외면

  • 대부업체 대출 승인율 11.8%…4년 전보다 절반 줄어

#. 경남 양산의 30대 남성 이모씨는 생활비가 필요해 인터넷을 검색했다. 소액대출을 희망한다는 글을 작성 하자 등록업체라며 OO대부에서 연락이 왔다. 관련 서류를 들고 담당직원을 만나 250만원을 대출받았다. 그런데 담당자가 50만원을 선이자로 빼야 한다고 해서 200만원만 받았다. 공증서에는 연 24%로 돼 있었지만 담당자는 매달 50만원씩 이자를 지급하라고 했다. 결국 이씨는 4개월 만에 이자로만 200만원을 냈다.

#. 40대 여성 강모씨는 개인사정으로 50만원 급전이 필요해 인터넷을 통해 대출을 받았다. 대출을 받을 당시에 담당자는 한 번만 주급을 사용하면 월변을 해준다는 말에 다 끌어모아서 변제를 했지만 업체로부터 거절됐다. 할 수없이 주급 대출 50만원에 30만원을 일주일 후변제하기로 했지만, 이후 변제를 못하자 욕설과 협박을 받았다.

이처럼 불법사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채업자는 등록 대부업체라고 속여 대출을 해주고서 법정 최고금리인 연 24%의 6배가 넘는 이자율을 요구하고 있다.

2일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사법기관과 피해자 사례 등 총 1048건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등록(불법) 대부업자의 평균 이자율은 145%에 달했다. 이용자가 100만원을 대출받을 경우 1년에만 이자를 145만원을 낸 셈이다.

대출유형은 급전대출(신용)이 78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일수대출과 담보대출은 각각 253건, 7건 순이었다. 평균 거래기간은 156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불법사채 관련 신고건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 운영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채 관련 건수는 2969건으로 4년 전인 2015년(1220건)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연도별로 보면 2016년(2306건), 2017년(2818건)으로 매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관련 피해액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20세 이상 성인인구의 불법사채시장 이용자를 추정하면 약 30~40만명, 이용총액은 약 10조~2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 60% 이상은 사업자금과 가계생활자금 등 생계형 자금 목적으로 불법사채를 이용했다.

일각에서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저축은행과 등록 대부업체들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꺼리면서 불법 사채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축은행 가계대출 이용 차주(대출자)중 저신용자(7~10등급) 수는 2016년 12월 78만1909명에서 지난해 12월 72만3885명으로 5만8024명 줄었다. 전체 차주에서 7등급 이하 저신용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이 기간 54.5%에서 49%로 과반 이하로 떨어졌다. 특히, 10등급 차주의 경우 지난해 말 9만6336명으로 1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대부업체 문턱도 높아지고 있다. 나이스평가정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 업체 대출 승인율은 11.8%로 2017년(16.1%)보다 4.3%포인트 떨어졌다. 2015년 승인율 21.2%와 비교하면 불과 4년 만에 반 토막 났다. 대부 업체 신규 대출자도 지난 2017년 76만5000명에서 지난해 41만5000명으로 45.8% 줄었다. 같은 기간 신규 대출액도 7조3000억원에서 3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대부업체 한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후 수익성 악화로 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을 줄이고 있다"며 "낮아진 금리로는 돈을 빌려줘도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저신용자의 대출을 확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정 최고금리 이후 취약계층이 불법 사채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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