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 시대] ① "원격수업, 왜 줌·구글만 봅니까? 국산으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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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0-03-3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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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차적 온라인 개학이 결정됨에 따라 모든 초·중·고등학교의 원격수업이 현실화됐다. 하지만 현장에선 교육 인프라가 낙후돼 있는 데다 준비 기간이 촉박해 제대로 된 원격수업이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가 국내 업체가 개발한 원격수업 서비스 대신 특정 해외 업체에 치중된 서비스를 선정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 '줌', '구글 행아웃 미팅', '클래스룸' 등을 활용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 교사 박모씨(31)는 "다음주부터 학교에서 줌, 행아웃 미팅, 클래스룸 사용법 연수를 시작할 계획이지만, 준비기간이 너무 짧다"며 "초등학생의 경우 집중도가 낮아서 원격교육이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우려되고, 발달 과정상 조작활동도 많이 해야 하는데 원격수업만으론 제약이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27일 원격수업을 위한 운영 기준안을 마련해 실시간 쌍방향 수업,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녹화), 과제 수행 중심 수업 등 세 가지 형태의 원격수업 방안을 제시했다. 교육부는 학습 효과를 감안해 되도록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학교 시간표에 맞춰 모든 수업을 실시간 쌍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는 학교는 IT 인프라가 갖춰진 일부 특목고 등 전체의 1%가 채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커녕 녹화 강의나 학습콘텐츠조차 만들지 않은 학교가 태반이다.

업체 선정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당초 교육부는 줌, 행아웃, 클래스룸 등 해외 업체 위주로 원격수업 서비스를 선정했다가, 국내 업체가 없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IT 업계의 지적에 뒤늦게 '라인웍스'와 '구루미'를 추가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에듀테크에 관심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입김이 반영돼 많은 학교가 줌을 원격수업 서비스로 채택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특히 줌은 설치형 프로그램이라 학교 내에서 외부 웹 서비스 접근을 금지하는 교육부의 정책을 회피할 수 있어 선호도가 높았다.

교육계에서 줌과 같은 외산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무료로도 제법 쓸만한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줌의 경우 100명, 행아웃 미팅(에듀케이션 기준)은 50명까지 한자리에 모여 원격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반면 국내 원격수업 서비스의 경우 무료인 경우 참여 인원이 20명 이하이거나 유료로만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국을 맞아 국내 업체들도 앞다투어 해외 업체와 대등한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라인웍스를 활용하면 무료로 200명까지 참여하는 원격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선생님을 위해 특정인만 주목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라인웍스는 교육부의 온라인 개학 정책에 대한 준비를 빈틈없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100명까지 참여할 수 있는 원격수업 기능을 무료로 공개한 '알서포트'의 이주명 팀장은 "국가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외산 대비 경쟁력을 갖춘 국산 SW를 장려하는 것이 정부와 공공기관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1일 경북대학교 사범대학교 부설고등학교에서 온라인으로 시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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