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통화에도 국제유가 배럴당 20달러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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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3-3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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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유가 18년래 최저...WTI 배럴당 20달러 붕괴도

  • 수요침체·증산경쟁 이중고에 국제유가 몸살

2020년 국제유가 대폭락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30일(현지시간) 6.6% 추락하면서 배럴당 20.09달러에 마감했다. 2002년 2월 이후 최저치다. 장중에는 배럴당 20달러가 붕괴되며 19.27달러를 찍기도 했다.

브렌트유도 이날 장중 13% 추락하면서 배럴당 21.65달러까지 내려갔다. 이후 낙폭을 다소 만회해 9% 내린 22.76달러에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급감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증산 경쟁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양쪽에서 국제유가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인적·물적 교류가 제한되면서 비행기가 땅에 묶이고 고속도로가 텅텅 비었다. 공장들의 가동도 속속 중단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1분기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120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역대 가장 가파른 감소세다.

동시에 사우디와 러시아는 3월 말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 감산합의가 끝나는 대로 산유량을 늘리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시장에 공급을 쏟아내겠다는 것. 사우디는 4월부터 수출물량을 현행 700만 배럴에서 1000만 배럴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여파에 국제유가는 가파른 내림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WTI는 1월 초에 기록한 전고점인 배럴당 63.27달러에서 68%나 추락했다.

국제유가가 반등하려면 수요가 늘거나 공급이 줄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이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각국 정부의 엄격한 통제 조치에도 코로나19 사태는 장기화하고 있다. 부활절(4월 12일) 전에 경제 정상화 의지를 내비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대규모 사망 경고 앞에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4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IHS마킷은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휘발유 수요가 반토막 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일 410만 배럴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CNN비즈니스는 미국 휘발유가 세계 원유 수요에서 가장 큰 변수이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클 것이라고 짚었다.

골드만삭스의 제프리 커리 상품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를 "일생에서 가장 큰 경제적 충격"이라면서 유가에 "극도로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자가용 보유자나 항공사 등 원유 소비 주체들은 유가 하락을 반길 수 있다.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약 3.78ℓ)당 2.01달러로 한달 전인 2.44달러에 비해 큰 폭 내렸다. 그러나 지금은 이동 제한령 등으로 발이 묶여 원유 소비주체들이 저유가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 사이 저유가는 미국 에너지업계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막대한 부채를 진 기업들이 도산 위기에 몰리고 대량 실업 위험도 커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업계의 연쇄 도산이 뇌관이 되어 미국 산업계와 경제 전반으로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저유가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사우디와 러시아의 유가전쟁 개입 가능성을 띄우며 태세를 바꾼 이유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원유시장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후 이 문제를 양국이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달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도 원유시장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그러나 수요 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유가전쟁에 개입하는 것만으로 유가붕괴를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커리 애널리스트는 "관건은 미국과 OPEC이 시장을 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수요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공급을 손보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 수요가 살아나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산유국들의 생산 감축은 지금 시점에서 가능해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과잉공급을 막기엔 너무 늦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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