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대학로 터줏대감' 김철민의 괜찮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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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기자
입력 2020-03-3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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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부터 2019년 7월까지 매주 주말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통기타 하나를 두르고 거침없는 노래와 멘트를 쏟아내며 대학로의 낯을 뜨겁게 달궜던 노래하는 개그맨 김철민. 29년간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며 대학로를 찾는 사람들에게 웃음과 용기, 희망을 전해줬던 그는 지난해 8월 폐암 4기 판정을 받았다.

김철민은 미국의 한 말기 암 환자가 개 구충제인 펜벤다졸 복용을 통해 완치됐다는 소식을 듣고 펜벤다졸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SNS를 통해 “희망을 보이는 듯하다”며 “피검사에서 암 종양 수치가 줄고 간 수치와 콩팥 기능 등은 정상으로 나와 하루하루 몸이 좋아지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이번 인터뷰는 '대학로의 터줏대감'이라고 불리는 김철민의 괜찮은 이야기다. 

 

[사진= 김철민 제공]


Q. 폐암 선고를 받은 후 어떠한 삶을 살고 계신가요?
A. 단적으로 말하면 시한부 인생이죠. 근데 그 과정이 8개월이 지나면서 제 마음도 여러번 변했어요. 저희 부모님은 20여년 전에 암으로 돌아가시고 최근 6년 사이에 형님 두 분도 암 투병을 하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이제 내 차례가 왔구나”라는 생각에 충격이 덜 했죠.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는 적응을 빨리 했고 “이제 나도 부모님, 형들 곁으로 가야겠구나”했어요.

말기라는 것은 완치가 안 되고 뼈까지 다 전이된 상태이기 때문에 의사도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건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 진통제 처방 뿐”이라고 하더라고요. 수술도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하루하루 사는 것도 기적이라는 생각으로 감사하게 살고 있어요.

Q. 암 투병 이후에도 노래를 계속 하시나요?
A. 하죠, 병원에 있을 때는 목소리가 안 나와서 못했지만 요양원에서는 적응을 잘해서 3~4곡 불러도 괜찮아요. 100% 컨디션으로 노래가 나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노래를 할 수는 있어요.

Q. 그 전까지는 무엇을 하며 지내왔나요?
A. 작년 7월까지는 주말마다 29년 이상을 사계절 내내 대학로에서 거리공연을 했죠.
 

[사진= 김철민 제공]


Q. 펜벤다졸(개 구충제)을 복용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을 것 같아요.
A. 저 같은 경우 처음에 관심도 없었어요. 하루하루가 고통 속에서 진통과 싸우다가 잠들고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살았구나”하는 시한부 속에 살고 있는데 미국에서 펜벤다졸을 먹고 암을 완치했다는 ‘조 티펜스’의 기사가 유튜브와 인터넷을 통해서 퍼지기 시작했어요. 그때 지인들한테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 연락이 많이 왔어요. 처음에는 망설이고 관심도 없었는데 미국에 사는 한국인 분께 연락이 와서 20년 전에 제 팬이었다고 하시는 거예요. 힘들고 지칠 때 대학로에서 웃겨주시는 걸 봤는데 언론을 통해서 소식을 접했다는 거죠. 

그래서 장문의 글과 함께 조 티펜스의 영상을 캡처해서 보내주셨는데 다른 건 눈에 안 들어 왔는데 그 분의 글은 유독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들고 지금 요양원에 와있어서 미국에서 보내주면 비용을 드리겠다고 했더니 낫기만 하라면서 3개월분을 무료로 보내주시는 거예요. 너무 감사하죠. 보내주시고 나서 바로 먹은 게 아니라 검사를 하고 결과가 나온 저녁부터 '먹어도 되겠다' 해서 먹은 거죠. 그리고 조 티펜스가 먹은 걸 그대로 먹고 있어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거죠. 그래서 펜벤다졸을 복용하게 됐는데 잘 적응해서 하루하루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어요. 그리고 펜벤다졸과 항암과 환경과 나의 기도 그리고 국민들의 성원이 큰 힘이 돼서 기적처럼 살고 있어요.

Q. 대학로 무대로 돌아간다면 가장 부르고 싶은 노래나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30년 동안 사계절을 대학로에서 보내다가 8개월 정도를 못 갔는데 마음은 항상 대학로에 가 있기 때문에 지금 나가도 낯설지가 않을 거예요. 공백기로 인해 소리가 잘 나오지는 않을 수 있지만 다시 돌아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공연을 할 거예요.
 

[사진= 김철민 제공]


Q. 김철민에게 노래한다는 건 어떠한 의미인가요?
A. 저의 원래 생활이고 행복이자 하나의 희망이 되는 거죠.

Q. 완치가 된 후 공연 외에 가장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지금은 이렇게 큰 아픔을 가지고 투병 중이지만 만약에 회복이 돼서 공연을 할 수 있다고 하면 대학로뿐만 아니라 저같이 암 투병을 하시는 분들을 위해 저의 장점인 스탠딩 개그와 기타를 가지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걸 살려서 재능기부를 하고 싶어요.

Q. 대학로에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해주셨는데 반대로 힘든 시기에 자신을 웃게 해준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A. 국민들의 관심이죠. 제가 병원에 갔다고 페이스북에 올리면 어떻게 됐을까 걱정해주시면서 댓글을 남겨주고 계세요. 그 전에는 주위에 팬도 거의 없이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는 인생이었는데 암 선고를 받은 뒤에 팬들이 생겼어요.
 

[사진= 김철민 제공]


Q. 김철민에게 괜찮다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A. 괜찮다는 것은 사계절 내내 힘들고 기가 센 대학로에서도 30년 이상을 버텼는데 이 정도 암쯤은 버틴다는 거죠. 그렇지만 생명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겁도 나고 무서워요. 그래도 제가 대학로에서 칼바람, 비바람 온갖 역경들을 헤치면서 버텨왔는데 저의 이 투병도 잘 버틸 거라고 생각해요. 이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힘든 상황에서 좌절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저같이 힘들게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암 환우 분이나 마음의 상처가 병이 된 분들께 생명은 아름답고 소중하며 아픔은 잠시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긴 터널을 지나가고 있을 뿐, 고통의 꿈을 꾸고 있다고, 꿈도 깨고 나면 괜찮듯이 그 꿈이 얼마나 길어질지는 모르지만 길어지는 것도 하나의 꿈이라고 생각하고 잘 버티다 보면 좋은 약도 나오고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될 거예요. 저 역시도 좋은 결과가 기다려지듯이 다 내려놓고 좋은 꿈을 꾼다고 생각하면서 잘 버텼으면 좋겠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김철민 씨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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