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②] 틀에서 벗어나 삶을 짓다, 전진소녀 이아진

‘14살 유학, 18살 자퇴, 22살 대학 입학’—평범하지 않은 시간표 위에서 스스로의 길을 선택한 청춘이 있다. 전진소녀 이아진. 이름부터 이미 방향성을 말해주는 그는 목수로, 유튜버로, 작가로,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만의 삶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아진은 말한다. “호기심은 사랑의 씨앗이고, 내가 필요로 되는 공간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직업이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둔 그의 꿈은 오늘도 자라고 있다. 흔들려도 멈추지 않는 관성과, 말보다 실력으로 증명하는 끈기.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그는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를 믿어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뿐이었다고.”
전진소녀 이아진 사진 체인지업북스
전진소녀 이아진 [사진= 체인지업북스]


목수로서 하루하루 일하며 느낀 ‘나의 성향’ 또는 ‘내가 행복한 방식’이 무엇인지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
-현장에서 일하면서 느낀 나의 성향은 ‘나는 큰 틀을 보고 계산하고 조정하는 걸 좋아한다’였다.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작업해야 하는 일 일수록 취약했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공정의 순서나 자재 계산등을 하는 건 좋아하고 수월하게 해냈다. 그래서 건축에 더 빠지게 됐다. 내가 신경써야 할게 한두개가 아닌 점이 좋았다. 내부도 외부도, 미관도 실용성도, 설비도 단열도 나의 정성과 관심을 필요로 할 때 행복했다. 그때 나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내가 쓰임 있는 건축가가 되기 위해 성장해야겠다 다짐하기도 했으니까.

직업은 수단”이라는 철학을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지금의 직업과 역할 여러 개(목수·유튜버·작가 등)를 어떻게 균형 있게 유지해 가시나
-균형있게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지금은 학교를 다니며 건축 프로젝트에 가장 큰 관심과 우선순위를 두고 있고 그 외의 일들은 시간이 날 때 조금식 투자하고 있다.

책 ‘아이엠 I AM’에서는 꿈과 현실의 조율에 대한 고민도 나오는데, 지금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계신가
-우선 확실한 건 현실이 나의 꿈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때로는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타협해야 하는 제약들도 있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도 있고 재정적으로 여건이 충족되지 않아 결정을 우회할 때도 있지만 이러한 과정들을 ‘현실’이라고 치부하여 내가 포기하거나 좌절할 명분으로 만들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저 가는 길에서 만나는 덩쿨이나 늪지대 같은 장애물일 뿐인 거고 결국 이 장애물을 넘으면 성장해 있더라. 힘들 때도 있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을 거라 믿으면서 꿈을 향해 가려 하고 있다.

대학 건축학과에 진학하신 후 설계 수업에서 받은 피드백으로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 경험이 현재 목표에 어떤 실질적 영향을 주었나
-실질적인 영향을 주었다기 보다는 감정적으로 북받치는 순간이었다.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나보다 이 길을 더 오래 걸어온 사람에게 조언과 의견을 들어볼 수 있다는 게 실감이 났고 이렇게 조금씩 성장해날 수 있는 거겠구나 하며 행복한 눈물이 났던 거였다.

행복’을 삶의 중심에 두고 계신다고 하셨는데, 하루하루의 행복을 유지하기 위한 자신만의 루틴 또는 철학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린다
-루틴을 잘 지키지 못하는 편이라 철학을 말씀드려 보자면 저는 ‘어른’에 대한 기준이 있다. 나만의 신념이 있고, 그 신념을 기준으로 선택을 하며, 그 선택을 책임지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책임감을 가지고 무언가 성취해냈을 때, 끝마쳤을 때 느껴지는 행복함과 해방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같다.


본인을 ‘DREAMER’라고 소개하셨는데, 지금의 자신에게 이 단어가 주는 의미와 앞으로 어떤 꿈을 품고 계신지 궁금하다
-우선 제 꿈은 예전의 제 꿈과 달라지지 않았다. 똑같이 ‘사람’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고 사람을 위하는 건축가가 되고 싶고 사람들을 웃게 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 사실 지금 와서 dreamer라는 말을 들으면 몽상가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저는 계속 제가 조금은 터무니없는 꿈들을 꿔갔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큰 꿈을 꾸다 이루지 못할 때 오는 상실감이 나를 옭아맨다고 하지만 그 큰 꿈을 향해 노력할 나를 믿기 때문에 설령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그 과정이 의미 있는 무언가로 남을거라 믿습니다. 그런 말 이 있잖아요. “달을 향해 쏴라 빗나가도 별이 될테니”


10대·20대 청춘들에게 “작은 호기심을 씨앗 삼으라”고 격려하셨는데, 호기심이 꿈이 되는 과정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나
-사랑의 반대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다. 사랑의 반대말은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증오도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미워할 이유도 찾고 계속 바라보게 되는 건데 아예 관심이 없으면 바라보지도 그 존재를 인식하지도 못하니까. 내가 아주 조금이라도 호기심이 있다는 건 무언가를 사랑할 씨앗을 이미 가지고 있는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커다란 나무나 해바라기 같은 꽃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고 좌절하지만 처음부터 열매나 꽃을 가지는 게 아니라 씨앗을 가진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씨앗을 잘 키워, 다시말해 호기심을 잘 키워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히게 하고 그늘이 질 정도로 큰 식물이 될 때 꿈이 되어있는 걸 볼 수 있을 거다. 내가 몇차례 물을 더 주고 관심을 더 준 식물에 애정이 더 가는 게 당연하듯이 내가 관심있던 일을 꾸준히 노력해보고 공부해보고 한번 더 바라볼 때 내가 좋아하는 일이 되고 사랑하는 일이 되고 나를 살아가게 하는 꿈이 되기도 하니까. 결국 좋아하는 마음도 만들어 가는 거다.

사회의 틀과 편견(성별·나이·진로)에 흔들리지 않고 ‘내 길’을 갈 수 있는 태도나 마음가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
-관성이다. 나 자신을 믿어라,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처음부터 그 마음이 꿋꿋하기도 힘들고 꺾이고 좌절하는 때가 많을 거다. 그런데 한 두번 나만의 길을 가는 연습을 하고 끊임없이 시도할 때 앞으로 나아가는 관성이 생기게 되는 것 같다. 나중에는 누가 나를 멈추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나아가는 게 어렵지 않게 될거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나라는 사람이 보석이 되고 싶다면 원석을 가공해야 된다. 그리고 그 원석을 가공하기 전에 내가 원석이라는 것부터 알아야 한다. 그냥 돌맹이나 하찮은 먼지라고 생각하면 가공할 생각도 엄두도 안나게 될거다. 나 자신을 믿어주는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한번 쯤은 나를 있는 그대로 믿고 모든 마음속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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