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국 향해 “우리 건들면 다친다” 경고…"대화 재개 의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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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3-3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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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일 외무성 신임 대미협상국장 명의 대미 비난 담화 공개

  • 외무성 대미협상국장 첫 공개…대미협상 담당 직책 생긴 듯

  • 담화 속 "북미 대화 재개 의욕 없다"는 주장과 다른 행보

북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가능성이 찬물을 끼얹었다.

조선중앙통신은 30일 오후 북한 외무성 신임 대미협상국장 담화를 공개하며 “미국의 대화 재개 요청은 유인책에 불과하다”며 “대화 의욕을 접고 우리 길을 갈 것이다.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폼페이오의 이번 망발을 들으며 다시금 대화 의욕을 더 확신성 있게 접었다”고 했다.

지난 25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주요 7개국(G7)을 비롯한 모든 나라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복귀하도록 단합해야 한다”며 “북한의 불법적 핵·탄도 미사일 개발에 대응해 외교적, 경제적 압력을 행사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고 밝힌 것에 정면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대미협상국장은 “미국이 오랜 기간 우리 인민에게 들씌운 고통을 그대로 공포와 불안으로 되돌려 갚아주기 위한 우리의 책임적인 계획 사업들에 더 큰 열의를 가지게 되었다”며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쪽에서는 대통령이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방역 문제와 관련해 ‘진정에 넘친 지원 구상’을 담은 친서를 우리 지도부에 보내오며 긴밀한 의사소통을 간청하는 반면, 국무장관이라는 자는 세계의 면전에서 자기 대통령이 좋은 협력 관계를 맺자고 하는 나라를 향해 악담을 퍼부으면서 대통령의 의사를 깔아뭉개고 있으니 대체 미국의 진짜 집권자가 누구인지 헛갈릴 정도”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앞세워 북·미 관계를 풀어보려는 상황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대북 압박 메시지를 내놓은 것을 비꼰 것이다.

대미협상국장은 “조미(북·미) 수뇌들 사이의 친분관계가 아무리 훌륭하고 굳건하다고 해도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변화시킬 수 없으며, 미국이 그처럼 제창하는 대화 재개도 결국은 우리가 가는 길을 멈춰 세워 보려는 유인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 방역 협력 의사를 담은 친서를 보낸 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내놓은 담화 내용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또 “미국 대통령이 자기에게 유리한 시간과 환경을 벌기 위해 유인책으로 꺼내든 대화 간판은 국무장관의 망발로 하여 심히 훼손됐다”며 “다시 돌기 시작한 격돌의 초침을 멈춰 세울 힘과 책략이 미국에 더는 없는 듯싶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국은 때 없이 주절거리며 우리를 건드리지 말았으면 한다. 건드리면 다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날 담화를 발표한 ‘외무성 신임대미협상국장’은 북한 관영매체에서 처음 언급된 직책이다. 대미협상을 담당하는 자리가 새롭게 만들어진 것으로 북·미 대화 재개 의지가 없다는 북한의 주장과 상반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이번 담화에서 북한이 북·미 대화 재개의 가능성에 선을 그은 것도 ‘정면돌파전’ 선언과 관련된 ‘보여주기식’ 발언에 불과하다는 관측이다. 

한편 신임대미협상국장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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